[엑스포츠뉴스=조은혜 기자] 스승의 날, 누구나 예전 기억을 떠올리게 하는 감사한 은사님이 한 명쯤은 있다. 선수들 역시 그렇다. 그런데 SK 와이번스 문광은(28)의 스승을 향한 마음은 조금 더 특별했다.
문광은은 고등학교 졸업 후 프로 지명을 받지 못했다. 당시 집안 형편이 어려웠던 문광은은 대학에 진학하지는 못하고 프로 구단에 연습생으로 들어갈 생각이었다.
그 때 동의대학교 및 당시 감독이 금전적 지원을 바탕으로 한 진학을 제안했고, 문광은은 그렇게 동의대에 들어가게 됐다. 그런데 문광은이 2학년이던 2007년, 감독이 바뀌었다. 감독의 지원으로 야구를 해오던 문광은은 감독이 바뀌면서 '어쩔 수 없이 야구를 그만둬야 하나' 고민하고 있었다. 그 때, 새로 부임한 고(故) 조성옥 감독이 문광은을 따로 불렀다.
문광은을 부른 조성옥 감독은 갈림길에 선 어린 선수에게 "가능성이 있으니, 2년만 더 고생하자"고 말했다고 한다. 이 한마디로 기로에 섰던 문광은은 절치부심해 다시 야구를 시작할 수 있었다. 문광은은 "감독님을 믿고 따라했더니 실력이 느는 것이 느껴졌다"고 돌아봤다.
조성옥 감독 부임 후 동의대학교의 성적도 좋았다. 문광은이 4학년이던 2009 회장기 대학야구 춘계리그에서 우승을 차지했고, 회장기 대학야구 하계리그 8강에까지 진출했다. 그러나 이 때, 조성옥 감독이 지병이던 간암으로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났다.
갑작스럽고도 충격적인 빈자리, 그러나 동의대 선수들은 '감독님께 우승을 바쳐야겠다"는 생각에 더 단단해졌다. 그리고 동의대는 결승전에서 성균관대를 2-1로 꺾으며 우승했고, 하늘에 우승을 바칠 수 있었다. 이 대회에서 문광은은 대회 MVP를 차지했다.
조성옥 감독은 부산고등학교와 동의대학교 감독을 지내면서 프로로 배출해낸 선수들이 많다. 그러나 동의대 시절 타계하며 동의대 선수들, 그리고 문광은이 故 조성옥 감독의 마지막 제자가 됐다.
문광은은 "감독님께서 프로에 제자가 많으신데, 마지막 제자로서 부끄럽지 않은 모습을 보이고 싶다"고 전했다. 문광은은 현재 SK 마운드의 없어선 안 될 핵심 자원으로 자리잡았다. 조성옥 감독도 하늘에서 제자의 활약을 보면서 흐뭇한 미소를 짓고 있지 않을까.
[사진=문광은 ⓒSK 와이번스, 문광은 제공]
조은혜 기자 eunhwe@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