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수원, 조용운 기자] 적당한 의욕은 승부의 세계에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의욕이 과하면 말썽이 일어난다. 정대세(31,수원)의 슈퍼매치 첫 경험이 그랬다.
정대세는 2년 전 처음 치른 슈퍼매치에서 의욕이 너무 과했던 나머지 퇴장의 불명예를 안았다. 전반도 채 마치지 못한 39분 정대세는 경고를 2개나 받으면서 퇴장을 당했다. 골에 대한 강한 의욕이 화근이었다. 특히 두 번째 받은 경고는 유상훈 골키퍼를 건들 필요가 없음에도 굳이 달려가 볼을 뺏으려다 파울을 범했다.
정대세의 슈퍼매치는 그렇게 시작됐고 잘해야 한다는 의욕은 줄곧 정대세의 큰 장점이자 치명적인 단점이 됐다. 물론 정대세는 이후 치러진 슈퍼매치에서 골을 종종 넣으며 수원에 승리를 안기곤 했지만 큰 칭찬의 목소리는 없었다. 골을 향한 공격수의 열망을 모르는 것이 아니지만 정대세는 조금 과했다. 슈팅밖에 모르던 정대세로 인해 수원은 이길 경기도 놓치곤 했다.
그런데 정대세가 달라졌다. 정대세는 18일 열린 FC서울과 2015년 첫 슈퍼매치에서 2골 2도움의 맹활약을 펼쳤다. 정대세 홀로 4골에 관여하면서 수원은 숙적 서울을 5-1로 대파하며 역사적인 대승을 기록했다.
90분 풀타임을 뛰는 동안 정대세는 계속해서 머리를 차갑게 유지했다. 골문을 바라보기 보다 주변의 동료를 먼저 살폈다. 2년 전과 180도 달라진 모습이었다.
전반 22분 염기훈의 정확한 크로스가 문전에 있던 정대세를 향했다. 예전 같으면 분명히 헤딩의 방향은 골대였다. 하지만 정대세는 문전으로 달려오는 이상호를 봤고 정확하게 떨궈주며 선제골을 도왔다. 후반 3분 터진 염기훈의 결승골도 마찬가지다. 충분히 슈팅을 시도할 만한 페널티 아크 정면이었지만 정대세는 더 좋은 위치에 있는 염기훈에게 패스해 어시스트를 올렸다. 벌써 리그 4번째 도움이다.
염기훈도 경기가 끝나고 "(정)대세가 슈팅을 할 법도 한 위치였는데 두 번 모두 패스를 하더라. 덕분에 대승으로 이어질 수 있었다"고 정대세의 패스를 칭찬했다.
올해 정대세의 플레이는 이타적으로 변했다. 골을 향한 욕심을 조금 내려놓았다. 서정원 감독은 "정대세가 올해는 팀 플레이를 한다. 동료를 살피기 시작하면서 자신에게도 더 좋은 기회가 생기는 효과를 보고 있다"고 칭찬했다.
실제로 정대세가 패스를 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 서울은 후반 정대세를 느슨하게 수비하다 2골을 얻어맞았다. 정대세도 여유가 생기자 강하게 때리기보다 타이밍을 뺏는 절묘한 슈팅까지 보여줬다.
스스로 '인생경기'라 칭할 만큼 이번 슈퍼매치에서 정대세는 약점이 없었다. 단점은 장점이 됐고 장점은 더욱 도드라졌다. "동료를 돕고 나도 골을 넣으면서 팀이 이기는 경기"가 올해 목표라던 정대세의 바람이 그라운드에서 실현되기 시작했다.
조용운 기자 puyol@xportsnews.com
[사진=정대세 ⓒ 프로축구연맹 제공]
조용운 기자 puyol@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