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28 1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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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 이준호 "스크린 속의 나, 못생겨서 좋았죠" (인터뷰)

기사입력 2015.04.08 07:07 / 기사수정 2015.04.08 07:07

박소현 기자


[엑스포츠뉴스=박소현 기자] 어느덧 관객 200만을 훌쩍 넘긴 영화 '스물'은 김우빈, 강하늘, 이준호 세 사람의 각기 다른 청춘이 살아 숨쉬는 영화다.

이준호는 그 중 관객들의 공감을 많이 사는 캐릭터 동우를 맡았다. 만화가라는 꿈과 기운 가정환경에 대한 고민이 많은 지극히 현실적인 캐릭터다. 자신의 꿈을 위해서 아르바이트와 미술학원을 병행하며 그야말로 '주경야독'을 실천한다. 지친 하루 끝에 자그마한 자신의 옥탑방에 누워 지금 행복하다고 중얼거린다.

꿈과 현실 사이에서 끝내 힘겨운 선택을 해야하는 동우를 위해 이준호는 짙은 아이라인이나 화려한 무대의상, 아찔한 댄스 대신, 목이 늘어난 게 아닐까 싶은 티셔츠와 수수한 얼굴, 심지어 2대 8 가르마까지 감행했다. 자기가 봐도 참 못생겼다 싶었단다. 그런데 관객들이 영화 속 자신을 보며 한껏 웃음을 터뜨리니 희열과 쾌감이 느껴지더란다. 

사실 그는 조금 걱정했다. 스크린에 자신이 너무 못생기게 나오는 것은 아닌가 싶었다. 기우였다. 무대 위의 이준호가 아닌 동우가 스크린을 가득 채웠다. 그는 그제서야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하지만 자신의 연기에는 후한 점수를 주지 못하겠다고 했다.  부족한 점만 보이고 아쉬움만 느꼈다. 그러나 그 누구도 이준호가 동우에게 가장 적격이었고 훌륭하게 해냈음을 부정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이병헌 감독은 일부러 반듯한 아이돌 이준호가 아닌 날 것의 얼굴을 담아냈다. 이준호가 현장에서 너무 못생기게 나오는 것은 아닐까 고민하고 있을 때도 슬쩍 모른 척했다. 하지만 이준호는 결국 만족했다. 화면을 보고 고개를 끄덕거렸다. 자신이 맡은 캐릭터 동우가 많은 이들의 공감을 사고 있다는 사실이 무엇보다 그를 만족시켰다.

"누구나 자신의 꿈을 갖고 있지만, 현실과 마주치면서 많은 갈등을 할 수 밖에 없죠. 그래서 동우라는 캐릭터가 많은 이들의 공감을 살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아이돌 출신 연기자들이 스크린과 드라마에서 종횡무진 활약을 펼치고 있다. 아이돌이 연기를 하는 것이 더이상은 놀랍지 않지만, 그럼에도 세모눈을 뜨고 바라보는 이들이 여전히 적지 않다. 이준호는 놀라울 정도로 달관한 태도였다. 아이돌 연기자에게 선입견을 가진 사람들의 반응도 모두 포용할 준비가 되어있었다.

"제 연기를 보고 비판해주신다면 괜찮아요. 다만 너무 말도 되지 않는, 비판을 위한 비판, 감정이 섞인 비난은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겠죠. 또한 저 자신도 아이돌이라는 것을 떠나 연기자를 선택했을 때는 그만큼 책임을 질 수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그래야 대중도 저를 인정해줄 수 있을 겁니다."
 
'감시자들'에 이어 '스물'까지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그는 '믿고 보는 배우'가 되는 것이 목표다. 가수로는 이제 선배보다 후배들이 음악방송에 더 많이 등장하지만, 연기자로는 걸음마 단계다. 그래서 특정한 역할에 한정되기 보다는 두루 많은 역을 해보고 싶단다.  


첫 주연작 '스물'을 통해 이준호는 많은 것을 깨달았다. 자신을 완전히 놓아버리는 법을 배웠다. 다음 작품에서는 '스물'을 자양분으로 자신을 더 잘 표현해낼 수 있겠다는 약간의 자신감도 얻었다. 

"교복입은 역할도 하고 싶고, 대사 없이 눈빛만으로 내면을 표현하는 캐릭터도 좋고, 나이 차이에 상관없이 누나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는 연하남 역할도 해보고 싶어요. 사실 느와르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했는데, 지금 하면 멋없는 애송이 같아보이겠죠? 서른 중후반 정도는 돼야 남자의 고독 같은 것들을 보여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연기에 대해서 꽤 많은 고민을 하는 듯한 그는 '노력형' 인물임이 분명해 보인다. 또한 진중하면서도 의욕과 에너지가 넘친다.

"연기도, 노래도 뭔가 새롭고 좋은 것들을 만들어 내놓고 싶어요. 제가 천재였으면 좋겠다는 터무니 없는 생각을 하곤 해요. 제가 더 뛰어났으면 좋겠어요. 그런 고민들을 많이 합니다."  



연기 말고 혹시 해보고 싶은 예능이 없냐는 질문에는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자신은 예능형 인간이 아니라는 것. 스스로 '재미없는 사람' 이라고 여기는 듯했다.

"제가 웃기지 않아도 되는 예능이라면 괜찮을 것 같아요. 하지만 예능은 재미있어야 하잖아요. 몸으로 할 수 있는 거라면 모르지만 전 예능을 잘하지는 못해요. 택연이형의 '삼시세끼'요? 그건 택연이형의 몫이에요. 그 형이 잘하잖아요."

취미를 즐길 시간 조차 없어, 키우고 있는 고양이들과 노는 게 전부인 그는 이병헌 감독의 표현을 빌리자면 "지구에서 제일 바쁜 애"다. 자신에게 취미 생활을 할 시간이 주어진다 번지점프를 하거나 익스트림 스포츠에 도전해보고 싶다고 털어놨다. 힘든 것들에 도전하다보면 자신감이 생긴다는 것이다. 
 
이병헌 감독은 이준호를 이렇게 평가했다. "그는 에너지가 꺼지지 않는 배우다. 힘들 법한데 단 한번도 어깨가 처진 적이 없다. 하품조차 하지 않았다. 경험을 좀 더 쌓으면 최고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이준호의 에너지는 나이가 들어도 꺼지지 않을 것처럼 보인다."

이병헌 감독의 말대로 이준호는 진짜 '스물'의 청춘이 보여줄 수 있는 에너지를 갖고 있었다. 에너지 가득한 그가 다음으로 관객과 만날 영화는 '협녀, 칼의 기억'이다.
 
박소현 기자 sohyunpark@xportsnews.com

[사진=이준호ⓒ김한준 기자]

박소현 기자 sohyunpark@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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