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김유진 기자] 노래하는 '힙합 비둘기' 데프콘이 아닌, 연기자 유대준을 브라운관에서 다시 만날 수 있을까. 가수 데프콘이 첫 연기 도전에서 무리 없는 역할 소화로 시청자들의 시선을 끌었다.
데프콘은 20일 방송된 KBS 2TV 드라마스페셜 단막 2015의 '바람은 소망하는 곳으로 분다'에 강력계 형사 양구병을 연기했다. 첫 연기 도전작에서부터 자신에게 꼭 맞은 캐릭터를 만난 듯 자연스러운 모습이 돋보였다.
극 중에서 데프콘은 퇴직형사 조성기 역의 김영철과 36년간 미제로 남은 탈옥 사건의 미스터리를 추적하는 괴력의 형사로 등장했다. '도넛광'이라는 독특한 면을 갖고 있지만 수사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경찰대 수석 졸업 엘리트 경찰 캐릭터로 관심을 끌었다.
양구병은 수제 도넛을 즐기는 괴짜 같은 면모를 가졌지만, 괴력으로 단숨에 범인을 제압하는가 하면 미제 사건을 줄줄이 읊는 천재적인 기억력을 자랑하기도 했다. 특히 살인사건 발생 후 동물적인 감각으로 조성기(김영철 분)의 행동을 의심하게 되고, 그를 쫓아 결국 조성기가 입양한 아들이 손도끼 살인범이라는 사실을 밝혀내며 극의 중심을 잡아냈다.
실제 방송을 통해 보던 데프콘의 모습과, 드라마 속 양구병을 연기하는 유대준의 모습에 큰 이질감이 없던 점이 특히 돋보였다.
극 속에서 그는 사건현장을 브리핑하거나 미제사건을 되새기는 장면 등에서 긴 대사도 정확히 소화해냈다. 불구덩이 속에서 탈출하는 장면과 액션신까지 그야말로 '열혈 연기'를 선보이며 '첫 연기'라는 말이 무색할 만큼 다양한 장면에서 존재감을 톡톡히 발휘했다.
방송 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데프콘은 "제가 연기에 대해 뭐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은 아닌 것 같다"고 겸손한 태도를 보이며 ""외국에서도 힙합 뮤지션들이 영화에 출연하는 것을 많이 봐왔고, 평소에도 연기가 참 매력 있다고 생각했다. 혹시라도 기회가 되면 경험해보고 싶다는 생각은 했는데, 이렇게 큰 경험을 해서 감사한 마음이다"라고 소감을 말한 바 있다.
방송 당일까지 이어진 빡빡한 촬영 일정에 그는 간담회 현장에도 촬영 의상을 그대로 입고 등장했다. 데프콘은 "배우들이나 스태프들 모두 거의 40시간 정도를 못 잔 것 같다. 드라마 현장이 이렇게 치열하다는 걸 몸소 느꼈다. 얼마나 많은 분들이 열심히 노력하시는지를 알게 되니 그들을 더 리스펙트(존경)하게 되더라"고 진심어린 마음을 전하기도 했다.
드라마에 함께 출연하며 그의 첫 연기 도전을 옆에서 지켜본 배우 이원종은 "데프콘 씨는 노래도 잘 하고 예능도 잘 하고, 이제는 연기도 하면서 재능을 발휘하고 있다"면서 "데프콘 씨가 랩을 하는데, 랩도 마음을 담아내는 작업 아닌가. 그게 대사를 하는데도 좋은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 보통 연기를 처음 하는 사람들은 카메라 앞에서 어색한 대사 톤을 보이는데, 데프콘 씨는 그런 것이 전혀 없고 거침없이 쏟아내더라"고 칭찬했다.
또 "김영철 선배님이나 연출을 맡은 김용수 PD처럼 최고의 사람들과 함께 첫 연기를 한 것이다. 정말 제대로 된 경험을 한 것이니, 이제 본인이 몸부림을 쳐도 여길 벗어나진 못할 거다"라며 그를 다시 드라마 속에서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유쾌하게 비유하기도 했다.
그간 그는 MBC '무한도전' 등에서 콩트 연기를 선보이며 진지함보다는 웃음을 더 주곤 했었지만, 이번 단막극에서만큼은 확실히 다른 모습을 내보였다. 데프콘은 출연진을 소개하는 자막에서도 예명 데프콘이 아닌, 본명 유대준으로 소개됐다. 이렇듯 그는 선배 연기자들의 호평은 물론, 시청자들에게도 첫 연기에 합격점을 받으며 가수 데프콘과는 또 다른 연기자 유대준으로의 모습을 기대케 했다.
김유진 기자 slowlife@xportsnews.com
[사진 = '바람은 소망한 곳으로 분다' ⓒ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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