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27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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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회는 없다" 윤석민에게 필요한 '마인드 컨트롤'

기사입력 2015.03.12 07:00 / 기사수정 2015.03.11 23:30

나유리 기자


[엑스포츠뉴스=나유리 기자] 차 두 잔을 사이에 두고 마주앉은 윤석민(29)에게 김기태 감독(46)은 이렇게 물었다. "내가 축하를 해줘야 할까, 아니면 안타까워 해줘야 할까?"

그만큼 조심스럽다. 윤석민은 메이저리그 도전을 위해 9년간 몸 담았던 KIA 타이거즈에서 생애 첫 FA 자격 요건을 채웠고, '꿈의 무대' 미국으로 향했다. 하지만 험난했던 1년간의 도전을 마치고 친정팀으로 돌아오게 됐다. '4년 90억'이라는 숫자가 윤석민을 화려하게 조명하고 있지만 사실 본인도 그리고 주위 사람들도 조심스러운 마음으로 복귀를 지켜보고 있다.

선수들과 허물 없이 이야기를 나누고, 농담도 자주 주고 받는 김기태 감독이지만 지금의 윤석민에게는 예외다. 지난 9일 1군 선수단 합류 직후 잠깐의 '티타임'을 가지면서 짧은 대화를 나눈 것 외에는 윤석민과 직접적으로 소통하지 않고 있다. 윤석민의 현재 정확한 컨디션, 점진적인 등판 계획 등 모든 것은 이대진 투수코치를 비롯한 코치들을 통해 간접적으로 진행된다. 행여나 감독의 말 한마디, 행동 하나에 윤석민이 부담을 느낄까 조심하는 눈치다.

KIA로서는 그리고 김기태 감독으로서는 당연히 윤석민의 복귀가 쌍수를 들고 환영할만한 일이다. 하지만 김 감독은 꿈을 접고 복귀하는 과정에서 마음 고생이 많았을 윤석민을 잘 이해하고 있다.

김기태 감독은 "석민이에게 물었다. 내가 (복귀를) 축하해줘야 할까 아니면 안타까워 해야 할까 하고 물어봤다. 메이저리그 도전을 중단한 것이 신경쓰였다. 그랬더니 '축하해달라'고 하더라. 밝아보여서 다행이었다"고 말했다.

김기태 감독은 지난 10일 포항구장에서 진행된 윤석민의 불펜 피칭도 멀리서 힐끔 힐끔 지켜봤다. 워밍업을 마치고 글러브를 챙겨 나가는 윤석민에게 "어디 가니"라고 묻자 "불펜 피칭하러 갑니다"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사실 누구보다 윤석민의 현재 상태가 궁금한 김기태 감독이지만 선뜻 뒤에서 지켜보지 못하고 멀찍이 떨어져 고개만 빼꼼히 내밀고 투구를 지켜봤다. 이 역시 감독이 지켜보고 있을 때 윤석민이 느낄 부담을 미리 고려한 것이다.

사실 조심스러운 것은 김기태 감독 뿐만이 아니다. 윤석민도 복귀 이후 말 한마디 허투루 하지 않고 신중, 또 신중하다. 지난해 트리플A에서 좋은 성적을 내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고, 미국 생활을 접은 후 KIA로 다시 돌아오기까지. 팬들의 뜨거운 환영도 받았지만, 비난 아닌 비난 때문에 마음 고생을 한 것도 여실히 보였다. 

윤석민은 1군 선수단 합류 이후 처음으로 가진 인터뷰에서 보직과 관련한 질문에 "그건 제가 언급할만한 부분이 아닌 것 같다. (희망 보직은) 그것도 말씀드리기가 그렇다"고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언론을 통해 보직 관련한 내용을 본인이 직접 언급하는 것을 피한 셈이다.

고민도 많았다. 윤석민은 "책임감이 없다고 하면 거짓말이다. 야구장 밖에서도 모범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아무래도 부담감은 있다. 최근 성적이 좋지 않았고, 비판도 받았다. 그래서 올해 꼭 잘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행운도 따라줬으면 좋겠다"고 덤덤하고 담백하지만 진솔하게 바람을 드러냈다.

그리고 이렇게 덧붙였다. "감독님은 제가 꿈을 접은 것에 대해서 걱정을 많이 하시는 것 같다. 복귀 역시 저의 선택이다. 개인적으로 후회하고 싶지 않다. 그래서 스스로도 끊임없이 '마인드 컨트롤'을 하고 있는 중이다."


미국 진출 그리고 복귀까지. 모두 윤석민 스스로의 선택이다. 비록 메이저리그 라는 꿈은 접었지만 윤석민은 "KIA에서 다시 한번 우승을 해보고 싶다"는 새로운 꿈을 꾸고 있다. 그가 올해 달게 된 '초심'을 뜻하는 등번호 20번은 선발 투수로서 두각을 드러냈던 그리고 KIA가 가장 최근 우승을 차지했던 2009년까지 썼던 번호다. 

나유리 기자 NYR@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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