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28 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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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춤한 명가-신진의 비상, 화두는 세대교체

기사입력 2015.03.03 00:59 / 기사수정 2015.03.03 01:15

김승현 기자


[엑스포츠뉴스=김승현 기자] '전통의 명가' 현대캐피탈과 '언더독' OK저축은행과 한국전력의 엇갈린 행보는 올 시즌을 대변하는 흐름이다. 2014-15시즌 V리그 개막 전에 대부분이 예상했던 리그 순위 성적표는 상당히 어긋나고 있다. 어림 잡아 성적을 가늠할 수 있었던 판단은 신진 세력이 치고 나오며 오산으로 판명되고 있다. 

현대캐피탈의 준플레이오프 진출이 좌절됐다. 한국전력전 역전패로 타오르던 봄 배구에 대한 열망의 불씨는 소멸됐다. 현대캐피탈은 2005년 프로배구 출범 이후 처음으로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하며 따스한 봄의 기운을 접하지 못했다. 

삼성화재와 2강 체제를 이룰 것이란 예상은 올 시즌에는 옛말이 됐고, 패배를 더 많이 쌓으며 자존심을 구겼다. 김호철 감독의 말대로 현대캐피탈은 유독 마가 끼며 탄력을 받지 못했다. 시소게임에서 분패하는 경기가 잦았고, 아가메즈의 대체자로 합류한 케빈은 기대에 못 미쳤다. 김호철 감독은 한국전력과의 트레이드 파동으로 팀 사기가 꺾인 것이 못내 아쉬웠다. 

10년간 정규리그 3회 우승, 챔피언결정전 2회 우승 등으로 배구계를 주름 잡았던 현대캐피탈은 그렇게 씁쓸한 성적표를 받아들였다. 3경기를 남겨둔 김 감독은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유종의 미를 거둘 것을 약속했다.

마찬가지로 봄 배구 가능성의 희박한 대한항공을 대신해 OK저축은행과 한국전력이 비집고 들어가며 나란히 2~3위에 위치했다. 지난 시즌 나란히 6위와 7위에 그치며 바닥을 쳤던 것을 감안하면 격세지감이 들 정도다. 

창단 첫해 6위(11승19패)로 가능성과 한계를 동시에 절감한 OK저축은행은 5라운드에서 1강인 삼성화재를 넘볼 정도로 상승세를 탔고, 한국전력은 올시즌 최다연승인 9연승으로 거침없이 내달렸다. 하위권의 반란은 기본 다지기에서 시작됐다. 시즌을 앞두고 기본기 연마를 강조했던 OK저축은행의 김세진 감독과 한국전력의 신영철 감독은 6라운드를 안정적으로 소화할 수 있는 체력을 다지며 큰 위기 없이 헤쳐 나갔다.

두 팀의 공통점은 과함을 철저히 누르고 있다는 것이다. 선수단의 속사정을 간파하고 있는 두 감독이 시즌을 치르기 위해 내놓은 방안이다. 어린 선수들을 이끄는 김세진 감독은 다량의 채찍과 소량의 당근을 제시하며 분발을 요하고, 부담 주기를 꺼리는 신영철 감독은 편한 마음으로 역할에 충실하길 원한다. 경험 부족을 만회하고자 마련한 자구책은 대장정에서 빛을 발하고 있다. 

차곡차곡 승리하며 패배 의식을 걷어낸 것은 큰 성과다. OK저축은행의 송명근은 "이제 쉽게 패할 것 같은 생각이 들지 않는다"고 말했고, 한국전력의 노장 방신봉은 "꼴찌가 반란을 일으키고 있다. 신영철 감독 하에 많은 준비를 했고, 이제는 5세트에 가면 무조건 이길 것 같다"고 달라진 분위기를 전했다.

그들의 눈은 이미 정규시즌 이후를 바라보고 있다. 신영철 감독은 "몸상태가 좋지 않은 전광인과 쥬리치의 관리에 힘쓰겠다"며 "선수들이 경험이 없어 남은 3경기에서 경기 감각을 익히며 조율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부진한 전통의 명가 대신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낯선 새내기는 올 시즌 배구 판도에 춘추전국시대가 열렸음을 알리는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김승현 기자 drogba@xportsnews.com  


[사진= OK저축은행(위), 한국전력(아래) ⓒ 엑스포츠뉴스 DB] 

김승현 기자 drogba@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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