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김경민 기자] "2라운드 가야지. 노래도 많이 나올 것 같다. 많이 보여주고 들려주겠다. 지금이 아주 즐겁다."
한국 힙합 1세대의 전설 MC스나이퍼(본명 김정유)가 돌아온다. 그런데 싱글이다. 매번 20여곡 가까운 곡을 꽉꽉 채워 오던 그는 작년 공개한 'B-Kite 1'을 미니앨범으로 공개해 욕을 참 많이 먹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딱 한 곡만 담긴 '싱글'을 발표한다. 바로 2일 발매 예정인 '사랑비극'이다. 그를 10년 넘게 사랑해 온 팬들에 대한 '배신'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 이번 앨범에 대한 '해명'을 MC스나이퍼를 직접 만나 물어봤다.
-왠 싱글?
기자가 MC스나이퍼를 다시 인터뷰하게 된 것은 10년 만이다. 부침이 많은 연예인, 특히 가수를 강산이 한번 변하는 10년 만에 다시 '인터뷰이'로 만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10년간 음악시장이나 MC스나이퍼 본인으로도 많은 것이 바뀌었다. 반가운 마음도 접고 오랜만에 만난 그에게 다짜고짜 '왠 싱글?"이라는 질문을 던졌다.
"6집 '풀타임'이 20개 트랙이었다. 그 후로 심각한 슬럼프를 겪었다. 마음을 가다듬고 재정비를 했다. 사실 그 동안 곡이 안 만들어졌다. 2년 동안 쉬지 않았나? 우여곡절 끝에 5곡이 담긴 미니앨범을 작년에 내놓았다. 다음에 뭔가를 해야 하는데 '소통하고 싶다'는 생각 뿐이었다. 그래서 나도 싱글을 내놓게 됐다. 배신이라고? 그냥 작게 작게 꾸준히 내 음악을 들려주고 싶은 마음이 컸다."
-데뷔 14년 차 MC 스나이퍼는 성공한 남자?
MC스나이퍼는 지난 2002년 지금도 명반으로 회자되는 'So Sniper...'를 통해 오버 그라운드로 올라왔다. 대중적 인기를 얻은 'BK Love'를 비롯해 '기생일기', '솔아솔아 푸르른 솔아', '힙합이 이 한 몸 바치리' 등 대표곡을 꼽기 힘들 만큼 시대상과 사회 비판을 담은 음악을 세상에 내놓았다.
그야말로 '초대박' 데뷔를 한 MC스나이퍼는 승승장구했다. 2집 '초행'을 비롯해 3집 ' Be In Deep Grief'는 그야말로 MC스나이퍼의 이름을 가요사에 깊이 각인시켰고, 2004년에는 자신의 회사 '스나이퍼 사운드'를 설립해 후배 육성에도 나섰다. 그런 그에게 '성공'에 대한 질문을 던졌다.
"에이(손사래를 치며) 성공은 아니지. 그냥 '좀 알려진' 으로 해줘요. 돈 많이 벌지 않았냐고? 쓴 게 많잖아. 잘 알면서 그래요. 그 땐 그냥 음악을 만들어서 내 놓고 힘들어 하는 후배들을 데뷔 시켜주는 것 만으로 행복했어. 돈 많이 썼냐고? 아니라곤 할 수 없지. 그래도 후회는 안 해. 그냥 너무 어린 나이에 많은 것을 하려고 했고 욕심만 많았어. 뭘 몰랐지. 어린애였고."
-2년의 슬럼프.
정규 6집 이후 MC스나이퍼는 공백기에 들어갔다. 그 당시는 2012년. 이후 그는 2년간 음반을 내지 않았다. 도대체 어떤 슬럼프를 겪은 것일까?
"길을 잃었지. 당연한 노선을 걸었다고 생각했는데, 마음의 준비가 안됐지, 그렇게 첫 이별을 경험했고... 지금 생각하면 그 슬럼프가 좋은 시간이었어. 길을 잃었던 나를 찾게 됐고, 향후 10년을 생각해 볼 수 있게 됐거든. 사실 이번에 내 놓는 곡이 슬럼프를 가져온 곡 중 하나인데, 이렇게 내 놓게 됐네."
-신곡 '사랑비극'이 슬럼프를 가져왔다?
듣고 보니 이상했다. 슬럼프를 가져온 곡을 음반으로 낸다? 이해하기 힘들었다. 다시 되물어 보자 MC스나이퍼는 그 이유를 상세히 설명한다.
"사실 뮤직비디오는 2013년에 찍었다. 가사도 2012년에 쓴 곡이다. 그야말로 슬럼프의 시기를 강타했다. 수도 없이 썼다 지웠다를 반복한 곡이다. 가사만 해도 한 소절에 5번씩 고친 부분도 있다.가사가 무척 어렵다. 이별에 대한 감정을 1인칭으로 표현했다. '마약을 끊는 것 같은 사랑을 끊는 자의 아픔을 그렸다. 내 인생에 가장 고생한 곡이고 이젠 지긋지긋할 정도다. 잘 될 것 같냐고? 어떤 의미인지는 모르겠지만 분명히 말할 수 있는건 안 들어 볼 수는 있지만 한번만 듣게 되지는 않을거다(하하)."
-대중성, 사회비판 그리고 MC스나이퍼의 미래.
MC스나이퍼가 최고의 위치에 있던 2000년대 초반과 지금의 음악 시장은 많이도 달라졌다. 수 많은 후배 힙합 스타들이 그의 위치로 치고 나왔다. MC스나이퍼 본인 또한 30대 중반을 지난 '노장'에 접어들었다.
"노장이라고?(웃음) 오래 한 것 같기는 하다. 그런데 내가 처음 힙합을 하던 시절에 10년이 지난 2015년에도 힙합 시장이 이렇게 활발하리라고는 생각을 못했다. 힙합의 본질이 흐려진 부분도 분명 있다. 아 이런 얘기를 하면 꼰대 처럼 보여질 수도 있겠다. 하지만 힙합의 본질과 고집스러움에 대한 부분은 분명히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 미래? 저리던 팔에 피가 도는 느낌? 그 느낌을 그냥 음악으로 표현하고 싶다. 그걸 빨리 보여주고 싶어서 싱글을 내게 됐다. 자주 팬들을 만나고 싶다. 너무 가벼워진거 아니냐고? 그건 아니다. 날씨가 좋아지면 또 서울역에 갈 것이다. 2000년 초반 '서울 Station'이 나오던 당시와 지금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내 음악도 본질은 같다."
김경민 기자
fender@xportsnews.com
김경민 기자 fender@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