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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해롤드&모드' 따뜻하고 유쾌한, 죽음마저 아름다운 힐링극

기사입력 2015.02.13 08:35 / 기사수정 2015.02.13 09:53

[엑스포츠뉴스=김현정 기자] 죽음은 생경하고 두렵다. 음울한 느낌이 먼저 떠오른다. 누구나 겪고 언젠가는 닥쳐오는 것이지만 생각하고 싶지 않은 일이기도 하다.

그런데 그 ‘죽음’이 어떤 이에게는 힐링의 계기가 되기도 한다. 연극 ‘해롤드&모드’ 속 해롤드와 모드가 그렇다. 이들의 이야기는 죽음이 갖고 있는 일반적인 이미지를 뒤집는다.

‘해롤드&모드’는 세대를 초월한 소년과 할머니의 사랑, 우정을 그린 작품이다. 19세 소년과 80세 할머니의 괴상망측한 러브스토리가 아니다. 단순히 나이를 뛰어넘은 순수한 사랑과 우정에 대한 이야기만도 아니다. 이들이 쌓는 관계의 테두리 안에서 삶에 대한 통찰과 행복의 진정한 의미를 엿볼 수 있다.

공통점이 전혀 없어 보이는 두 사람의 연결고리는 다름 아닌 ‘죽음’이다. 자살을 꿈꾸는 해롤드는 각양각색의 방법으로 자살시도를 18번이나 시도했다. 반면 모드는 무소유를 지향하며 죽음을 전혀 두려워하지 않는 인물이다. 정반대의 두 사람은 죽은자와의 마지막 이별 장소인 장례식장에서 우연히 만나게 된다. 해롤드는 처음에는 심드렁하지만 이윽고 자유분방한 그녀에게 호감을 느낀다. ‘끝’의 이미지인 죽음이 두 사람에게는 아이러니하게도 삶의 생기를 얻는 출발점이자 새로운 소통의 ‘시작’으로 작용한다. 

이들은 일상, 행복, 죽음, 삶 등을 이야기하고 함께 춤을 추며 가까워진다. 둘 사이의 나이차는 중요하지 않다. 반항기 있지만 누구보다 사랑받고 싶어 하는 해롤드와 발랄하지만 내면에는 외로움이 있는 모드가 서로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면서 소통하는 모습은 유쾌하면서도 따뜻하다. 말미에는 눈물을 훔치게 하는 결말이 기다리고 있지만, 슬퍼하지 않아도 된다. 적어도 해롤드는 성장했고, 삶의 의미도 깨닫게 됐으니 말이다.  

배우들의 어울림이 좋다. 강하늘과 박정자는 48세의 나이차가 무색한 케미스트리를 보여준다. 말도 안 될 것만 같은 러브스토리지만 이들의 호흡을 보고 있노라면 어느새 납득 가능한 이야기가 된다. 유쾌하면서도 철학적인 스토리 덕분이기도 하지만, 두 사람의 조화가 공감을 주는데 큰 몫을 한다.

각각의 연기도 나무랄 데 없다. 박정자는 연극계의 대모다운 연기로 관객을 몰입하게 한다. 80세 할머니를 이렇게 사랑스럽게 보이게 할 수 있을까 할 정도로 생동감 있고 열정적이다.

요즘 대세로 활약 중인 강하늘은 바쁜 스케줄 속 차기작으로 연극을 택한 이유에 대해 “배움에 대한 갈증이 커진 상태에서 스스로를 배움으로 이끌 무언가가 절실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래서일까. 독특하지만 순수한 사랑을 갈구하는 해롤드에 빠져든 그는 제멋대로이나 결코 미워할 수 없는 캐릭터를 제대로 완성해낸다. 후반 오열하는 장면에선 자신이 지닌 모든 감정을 무대에서 쏟아내듯 연기한다.

무대 세트는 해롤드 집과 모드 집, 야외로 이뤄졌다. 단순하지만 인물들의 성격을 극명하게 반영하다. 지극히 현실적인 엄마와 함께 사는 해롤드의 집은 파란색으로 차가움을 표현했고 모드 집은 주황색으로 따뜻한 공간을 상징했다. 해롤드가 모드의 공간에 있는 시간이 많아질수록 차츰 힐링되어 간다.

3월 1일까지 서울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열린다. 135분. 만 13세 이상.


김현정 기자 khj3330@xportsnews.com

[사진 = 해롤드 앤 모드 강하늘 박정자 ⓒ 샘컴퍼니]

 



김현정 기자 khj3330@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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