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조용운 기자] 한국 축구는 4년 전 아시안컵에서 기둥을 잃었다. 박지성(34)이 떠난 자리는 쉽게 채워지지 않았다. 박지성의 그림자에 가려졌던 한국 축구가 마침내 벗어날 하나의 햇살을 찾아냈다.
한국 축구가 55년을 품어온 아시안컵 우승의 꿈은 물건너갔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이끈 축구대표팀은 2015 호주아시안컵에서 호주에 막혀 우승에 실패했다. 아시안컵 출전이 유력하던 선수들의 줄부상과 대회 시작 후에도 이청용, 구자철이 연이어 조기 귀국을 하는 변수 속에 대표팀은 늪축구를 앞세워 결승까지 올랐지만 마지막 고비를 넘지 못했다.
숙원은 풀지 못했지만 한동안 하락세를 면치 못하던 한국 축구가 모처럼 기쁜 마음으로 경기를 즐긴 대회였다. 브라질월드컵에서 승리에 대한 갈망이 느껴지지 않는 모습에 실망을 했던 팬들은 매 경기 몸을 날리고 다리에 경련이 일어도 계속해서 뛰는 모습에 큰 박수를 보냈다.
잃어버렸던 정신력을 되찾은 한국 축구는 더불어 흔들릴 때 팀을 지탱해주고 위기에 해결사 본능을 보여줄 묵직한 두 기둥까지 확보하며 우승 이상의 값어치를 얻어냈다.
이전 대회에서 박지성이 그랬듯 이번 대회 한국을 대표한 인물은 주장 기성용이다. 슈틸리케 감독의 신임을 받으며 주장 완장을 차게 된 기성용은 한국이 치른 5경기 모두 풀타임을 소화하며 핵심 역할을 톡톡히 했다. 팀의 척추로 가운데서 공격과 수비의 연결고리를 한 것 이상으로 대표팀의 축구 철학을 실현하는 하나의 매개체였다.
기성용의 발끝에서 슈틸리케호의 모든 공격이 출발했고 경기가 잘 풀리지 않을 때는 기성용의 위치를 바꿔 해결을 하는 시프트의 임무도 부여받았다. 과거 박지성이 2선의 여러 포지션을 도맡아 뛰며 다재다능함을 뽐냈던 것과 같았다.
기성용에게서 하나 찾을 수 없는 해결 본능은 손흥민으로 풀었다. 4년 전 아시안컵을 통해 될성푸른 떡잎으로 기대를 모았던 손흥민은 불과 지난 시간 만에 한국을 넘어 아시아를 대표하는 공격수가 됐다. 대표팀의 막내임에도 월드컵과 아시안컵 등 정신적인 부담이 상당한 메이저대회에서 연달아 골을 터뜨리며 에이스의 길을 꿋꿋이 걷는 노련함도 보여주기 시작했다.
비록 패했어도 후반 막판 부담이 큰 순간에서 침착하게 동점골을 뽑아낸 장면은 손흥민의 기량을 확실하게 보여준 대목이었다.
[사진=손흥민(왼쪽)과 기성용 ⓒ AFPBBNews=News1]
조용운 기자 puyol@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