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0-01 0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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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훈은 3월 28일만 기다리고 있다

기사입력 2015.01.28 08:38 / 기사수정 2015.01.28 09:22

나유리 기자


[엑스포츠뉴스=피오리아(애리조나), 나유리 기자] "마운드에 올라가면 어떨까요. 웃음이 날지, 눈물이 날지는 아직 모르겠어요."

사실 조정훈(30,롯데)이 마운드 복귀를 서둘렀던 것은 지난 2013년. 벌써 2년이 더 지난 이야기다. 당시 사이판에서 롯데 자이언츠의 1차 스프링캠프에 합류한 조정훈은 입대 공백 2년과 팔꿈치 수술 재활 1년, 총 3년의 긴 기다림 끝에 날개짓을 시작한 상태였다.

컨디션은 좋았다. 수술한 팔꿈치 상태도 나쁘지 않았고, 계산대로만 흘러간다면 2013시즌 사직구장에서 공을 던지는 조정훈을 볼 수 있었다. 하지만 2차 캠프가 차려진 가고시마로 넘어가면서 팔꿈치에 탈이 났다. 조정훈은 "정말 갑자기 안좋아졌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이미 봄이 되기 전에 팔꿈치 상태가 나빠졌지만 한참 지난 11월에서야 수술을 받은 이유는 '조금만 더 견뎌보자', ' 수술하지 않고 버텨보자'는 조정훈 스스로의 마음가짐 때문이었다. 하지만 더이상 버티지 못하는 지경에 이르렀고 두번째 수술을 결심했다.

그렇게 2년이 흘렀다. 조정훈은 "힘들면 시간이 안간다. 4년간 힘들었으니 나는 거의 정신을 놓은 사람이었다. 누군가는 시간이 약이라고 하지만, 그것도 다 회복할 수 있는 기력이 있을 때 이야기다. 요즘은 워낙 세대교체도 빠르고 내 나이는 30살을 넘었다. 걱정이 많았다. 안되면 끝이라는 생각에…"라며 이를 악물고 버텼던 지난 시간을 회상했다.

하지만 4년의 시간이 조정훈을 '도인'으로 만들었다. 나이가 20대에서 30대로 바뀐 사이, 계속되는 자기 자신과의 싸움이 조정훈을 단련시켰다.

그는 "조심스럽고 불안하지만 최대한 떨쳐버리려고 하고 있다. 다른 사람들은 너 그러다가 한번 더 수술하게 되면 영영 야구를 못할 수도 있다고 하는데 아직 쓸 수 있는 인대가 남아있으니까 괜찮다. 수술 2,3번도 하는데 4번은 못하겠나. 그런 걱정을 하면 야구를 못한다"며 단호하게 고개를 흔들었다.

누구보다 조정훈을 아끼는 롯데 이종운 감독은 누차 '천천히'를 강조하고 있다. 이 감독은 "어떤 공을 던지는 선수라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더 천천히 돌아가겠다. 무리하게 복귀를 서두르지 않겠다"고 여러번 말했었다. 조정훈이 지난 가을 마무리캠프에서 자진 등판을 요청했지만, 시뮬레이션 피칭 정도로만 합의를 본 것도 이종운 감독의 만류 때문이었다.

하지만 조정훈은 스스로 자신이 있다. 재활을 성공적으로 끝낸 후 스스로 만족스러운 몸 상태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봄부터 몸을 만들기 시작했고, 이번 스프링캠프 훈련 과정도 순조롭다. 28일부터 하프피칭에 들어간 조정훈은 실전 경기 위주로 치러지는 가고시마 캠프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 모든 것이 성공적인 복귀라는 최종 목표를 위해서다. 조정훈은 까마득한 사직구장 속 팬들의 함성을 무척 그리워하고 있다. "내가 가장 잘했을때 사직구장에는 늘 팬들로 붐볐다. 그때 야구장에 서는 즐거움을 잊을 수가 없다"는 조정훈은 "이제 마운드로 돌아가면 정말 떨릴 것 같다. 2010년 봄 이후로 마지막이니까 벌써 5년 가까이 흘렀다. 참 많은 생각이 든다. 눈물이 날지, 웃음이 날지 모르겠지만 내가 잘해야 사람들이 박수를 많이 쳐줄 것 같다. 걱정반, 기대반이지만 잘될거라고 믿고 있다"며 미소를 지었다.


오랜 시간을 거치면서 성숙해지고, 마음의 여유도 생긴 조정훈이지만 딱 하나 숨길 수 없는 욕심이 있었다. 바로 2015시즌 홈 개막전 선발투수. 롯데는 오는 3월 28일 사직구장에서 신생팀 kt wiz와 시즌 첫 대결을 펼친다.

"부담스러운 자리일 수도 있지만 개막전 선발을 하고 싶다. 이왕할거 멋지게 돌아왔다고 알리고 싶다"는 조정훈은 "물론 제가 빨리 끌어올려야 한다. 믿음이 있어야 감독님도 승부수를 띄울 수 있으니까. 다만 저를 지나치게 아끼지는 않으셨으면 좋겠다. 조절만 해준다면 충분히 개막전 선발부터 소화할 수 있다"며 강하게 어필했다.

그는 '개막전 선발을 희망한다'는 이야기를 인터뷰 내내 여러차례 강조했다. 정말 성사된다면 여러가지 의미가 있는 경기다. kt의 역사적인 1군 첫 경기인데다 상대 선발은 전 롯데 출신 투수인 크리스 옥스프링이 될 확률이 높다. 또 오랫동안 얼굴을 보지 못한 조정훈의 사직 복귀전이라는 의미까지 더해진다.

급할 수록 돌아가는 대신 조정훈은 스스로에게 주문을 걸고 있다. "나는 내 스스로 내가 올해 롯데의 '키 플레이어'라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도 올해가 정말 좋은 찬스다. 특히 새 감독님이 오신만큼 내가 잘한다면 감독님과 나 그리고 팀까지 모두 윈-윈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는 그는 "못해도 마흔살까지 야구할 수 있는 투수가 되고 싶다"고 강한 각오를 다졌다.

나유리 기자 NYR@xportsnews.com

[사진=조정훈 ⓒ 롯데 자이언츠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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