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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희열 손때 묻은 어른들의 동화 'Da Capo'(음감회)

기사입력 2014.11.14 06:50 / 기사수정 2014.11.14 10:08

한인구 기자
유희열 ⓒ 안테나뮤직
유희열 ⓒ 안테나뮤직


[엑스포츠뉴스=한인구 기자] "처음 음악할 때의 떨리는 느낌으로 만들었다." 유희열은 정규 7집을 'Da Capo(다 카포)'로 이름 지은 것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다 카포'는 연주에서 '처음부터'라는 뜻이다. 자신의 음악이 종착역에 다다랐다고 생각했던 순간, 또 다른 시작이었다. 토이만의 절제된 감성을 품은 채 어렴풋이 잡힐듯한 새로운 시도를 매만져갔다.

토이의 정규 7집 '다 카포(Da Capo)' 발매 기념 음악감상회가 13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 M콘서트홀에서 열렸다.

이날 유희열은 "음악을 누군가에게 처음 들려주는 자리라 발가벗은 느낌이다"면서 "트랙리스트를 정할 때 상업적인 것 보다는 흐름을 고민했다"고 말했다. '다 카포'에 수록된 13곡이 흐르고 그의 설명이 더해졌다.

'Reset(리셋)'은 이적이 부른 트랙이다. '세상이 다 변한다 해도/ 널 위해 노래할게/ 조금만 더 날 기다려줘' 등의 가사와 유희열이 그동안 보여줬던 어쿠스틱 사운드, 빠른 비트를 실었다. 종반부에는 현악기의 풍부한 느낌이 추가됐다.

이어진 노래는 'Goodbye sun, Goodbye moon(굿바이 선, 굿바이 문)'였다. 악동뮤지션의 이수현이 불렀다. 토이가 자랑해왔던 가벼운 일렉트로닉 소스를 사용했다. 제목에서도 드러나듯 하얀 눈 그리고 크리스마스, 태양과 달 등의 소재로 소녀의 감성을 아기자기하게 담아냈다.

유희열은 '리셋'에 대해 "토이에는 일관되게 흐르는 정서가 있다. 반주가 보컬 밸런스보다 중요하다. 복잡한 반주를 뚫고 나오는 이적의 목소리가 대단하다"고 전했다.

그는 "지인들이 '굿바이 선, 굿바이 문'이 겨울 노래 같다고 했었다"며 "가수를 고르지 못하다 양현석과 직접 통화를 해서 이수현과 작업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이수현이 자신과 작업했던 뮤지션 중 가장 어렸다고 말하며 웃어 보였다.

성시경이 부른 타이틀곡 '세 사람'은 토이만의 절제된 발라드였다. 감성을 쏟아내기보단 끊임없이 이어지는 담담한 고백이 더욱 애달팠다. 영화의 시놉시스를 읽어내려가는 듯했다.

유희열은 "노래를 만들 때 가수의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무책임하게 만든다. 성시경이 두 번 가창을 했다가 실패했다. 힘든 곡이었다. 성시경이 담배를 잠시 끊고 노래를 완성했다"며 감사 인사를 보냈다.

'너의 바다에 머무네'는 해변에서 폭죽놀이를 하는 연인을 보고 썼다. '그 여름 눈부신 바다 너라는 추억이 분다/ 땀방울 맺힌 콧등 아이 같은 미소'처럼 섬세한 가사가 눈길을 끌었다. 잔잔한 바다를 보는 듯이 현악기와 어쿠스틱 기타가 조화를 이루며 듣는 이들의 마음을 파고들었다. 김동률의 음성은 노래를 더욱 깊이있게 이끌었다.


유희열은 김동률과의 작업기도 소개했다. 그는 "워낙 까다로운 친구다. 남의 곡에 피처링에 참여한 것은 처음이라고 한다. 심지어 보컬 녹음할 때는 오지 말라고 하더라"고 말했다.

'U&I(유앤아이)'와 '인생은 아름다워'는 크러쉬, 빈지노, 다이나믹듀오, 자이언티 등 힙합 뮤지션과 협업했다.

'U&I'는 리듬 위를 타고 노는 듯한 자이언티와 힙합신에서 오랫 동안 실력을 인정받고 있는 빈지노의 조화가 세련미를 느끼게 했다. '인생은 아름다워'는 래퍼들이 중심이 되었지만, 전체적인 곡의 구성은 재즈를 연상하게 했다. 유희열이 토이의 음악적 색깔을 넓히려는 시도를 읽을 수 있었다.

유희열 ⓒ 안테나뮤직
유희열 ⓒ 안테나뮤직


연주곡 '피아노'를 지나 등장하는 '피아노시모'는 김예림이 노래했다. 악기가 많이 등장하지 않아 단출한 동시에 담백했다. 어쿠스틱 반주 속에 '나무 잎새 남실바람이/ 바람 위로 하얀 구름…사랑일까 호기심일까/ 내겐 모두 의미들도 넘쳐나요/ 단어 하나 눈빛 하나도' 등 조심스럽고 여린 감성을 표현했다. 밀고 당기는 듯한 흐름과 김예림의 목소리가 한데 어우러졌다.

권진아는 '그녀가 말했다'를 불렀다. 유희열의 설명처럼 전형적인 대중가요의 발라드 공식을 따랐다. 배경이 되는 악기보다는 권진아의 가창을 앞세웠다. 작은 숨소리에 귀 기울이게 하는 노래였다.

유희열은 "여성 뮤지션의 참여가 많았다. 김형중 등이 부른 노래도 있었지만 앨범의 분위기와 달라 수록하진 않았다"고 했다.

선우정아가 피처링한 '언제나 타인'과 관련해서 유희열은 "60,70년대 B급 에로영화 주제곡을 연상하면서 만들었다. 펑크 밴드와 리듬 녹음을 하고, 선우정아와 가사를 썼다. 처음 나온 가사는 너무 야했다. 선우정아는 민망하다고 했지만, 저는 굉장히 좋았다. 그래서 조금 순화했다"고 전했다. 그의 설명처럼 '언제나 타인'은 끈적한 가사와 분위기가 기본 뼈대였다.

'우리'는 유희열이 직접 노래했다. 앨범의 12번째 자리했지만, 가장 마지막에 실릴 곡이었다. '우리가 함께 만난다'는 내용을 그렸다. 후렴구에서 시원하게 내지르는 유희열의 목소리가 귀를 사로잡았다.

'취한 밤'은 유희열의 자전적인 이야기다. 신해철의 사망 소식을 듣고 밤새 술을 마신 뒤 작곡했다. 야속하게 지나가는 시간과 변해가는 우리를 그렸다. 켜켜이 쌓여가는 연륜과 그 뒤에 숨은 슬픔을 속삭였다.

유희열은 "손악보를 직접 그리며 곡의 구조를 중심으로 작업했다"고 밝혔다. 그만큼 사운드적인 것보단 음악 본연에 집중했다. 그의 노력은 앨범 전반에서 느껴졌다. 잘 짜인 얼개는 듣는 이의 마음을 움직였다. 꾀부리지 않는 가사들도 여전했다. 토이의 공식을 충실히 따른 것이다.

앨범 중반부부터 시도한 힙합 뮤지션의 참여와 뚜렷한 특색이 있는 여자 가수의 목소리에 맞춘 음악은 주목할 만했다. '어른들의 동화'를 잘 구현했던 토이의 색채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었다.

'다 카포'는 유희열이 처음 음악을 시작하는 마음가짐으로 직접 손악보를 그려 완성됐다. 진득하게 한 칸씩 채워가는 순간의 과정들이 담겼다. 7년의 세월은 헛되지 않아 보였다.

유희열 ⓒ 안테나뮤직
유희열 ⓒ 안테나뮤직


한인구 기자 in999@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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