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현대 선수들 ⓒ 전북 구단 제공
[엑스포츠뉴스=김형민 기자] 조기 우승을 앞둔 전북 현대의 또 다른 힘은 수비였다. 공격 축구의 대명사로만 불리던 전북에 관한 오해는 시즌 말미에 이르러 풀리고 있다.
전북은 2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FC서울을 잡았다. 무기는 다름 아닌 수비였다. '닥공(닥치고 공격)'이라는 특유의 색깔은 이날 잠시 접어뒀다. 대신 수비에 역점을 둔, 서울 맞춤 전술로 경기에 임해 1-0 승리를 거뒀다.
색다른 변신이었다. 전북은 이전까지 '이기는 축구'에 가까웠다. 자신감 있는 공격과 압박이 주무기였다. '최상의 수비는 공격이다'라는 슬로건을 내세운 전략이었다. 하지만 서울전은 이러한 인식을 깨는 경기였다. 처음으로 지지 않는 축구를 꺼내든 최강희 감독의 승부수에 서울의 최용수 감독도 연신 "당황스럽다"는 말을 반복했다.
경기 후 최강희 감독은 "오늘 0-0으로 비기려고 준비했다"면서 "팬분들께는 죄송하지만 우리가 서울을 이기려고 하면 계속 문제가 생겼다. 최근 며칠간 서울 맞춤형 전술을 준비했고 앞으로는 서울과의 경기에는 오늘과 같은 형태의 경기가 진행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수비 축구로 얻은 것은 또 있었다. 공격만큼 수비도 강하다는 사실을 몸소 입증했다. 이날 전북은 올 시즌 처음로 스리백 전술를 꺼내들었다. 이것은 정확히 맞아떨어져 서울의 공격을 원천봉쇄하는 데 성공했다.
이 과정에서 전북 수비수들은 유연한 적응력을 보여줬다. 생소한 스리백을 도입했음에도 불구하고 매우 견고한 경기력을 보이면서 가능성을 보였다. 특히 최보경의 활약이 눈길을 끌었다. 터프한 수비에 능하다는 평가를 받아 왔지만 이날은 스리백의 중앙에서 수비라인을 리드하며 중추적인 역할을 해냈다.
최강희 감독은 "오늘 최보경에게 수비 리더 역할을 맡겼는데 생각보다 잘했다"면서 "스리백에 대한 걱정도 있었지만 훈련에서 선수들이 좋은 모습을 보였기 때문에 변화를 줬고 전북도 지지 않는 경기를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전북은 35라운드에서 우승 확정을 노린다. 제주 원정에서 승리할 경우 남은 3경기에 상관 없이 우승컵을 들어올린다. 올 시즌 마지막에 이르러 새로운 모습을 선보인 전북에 대해 다음 시즌에는 재해석이 필요해 보인다.
김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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