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27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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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G결산 ①] 인천아시안게임은 몇점짜리 대회였나요

기사입력 2014.10.05 02:28 / 기사수정 2014.10.05 10:06

나유리 기자
2014 인천아시안게임 개막식을 바라보는 어린이 ⓒ 엑스포츠뉴스DB
2014 인천아시안게임 개막식을 바라보는 어린이 ⓒ 엑스포츠뉴스DB


[엑스포츠뉴스=나유리 기자] 감동과 눈물, 환희와 기쁨을 선사했던 45억 아시아인들의 축제. 제 17회 2014 인천아시안게임이 막을 내렸다. 그러나 스포츠가 주는 감동에 마냥 젖어 있을 수만은 없다. 우리가 절대 잊어서는 안되는 것들이 있다.

2002 부산 대회 이후 12년만에 한국에서 개최된 이번 아시안게임은 내·외부에서 유독 잡음이 많은 대회이기도 했다. 개막 이전부터 폐막까지 인천아시안게임을 소란스럽게 만들었던 사건, 사고, 에피소드들을 굵직한 것들 위주로 정리해봤다.

한류? 자랑스럽지 못했던 개막식

국제대회에서 성화 봉송의 마지막 주자인 점화자는 늘 관심의 대상이다. 대부분은 개최국에서 가장 많은 사랑을 받고, 위대한 업적을 쌓은 스포츠인이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성스러움이 느껴질만큼 엄숙하게 축제의 빛을 밝힌다. 그런데 이번 아시안게임의 성화 점화자는 배우 이영애였다. 물론 그녀는 빼어난 연기력을 갖춘데다 외모도 아름다운 유명한 배우다. 하지만 사상 최초로 비스포츠인이 그것도 연예인이 성화를 점화하면서 "아시안게임이 아닌 한류 콘서트냐"는 국·내외 언론의 비아냥을 피할 수 없었다.

더욱이 개,폐막식의 연출을 맡은 영화감독 장진이 성화 점화자 선정 과정에 관련해 연출진들과의 합의가 없었다고 기자회견을 통해 밝히면서 후폭풍은 더욱 거셌다. 조직위는 "대한민국이 가지고 있는 강점인 '한류'를 고려해 이영애를 선정했다. 이미 유명 스포츠 스타들을 섭외했지만 대부분 거절했고, 처음부터 연예인을 고려했던 것은 아니지만 최종적으로는 이영애를 선정했다"고 해명했지만 여전히 석연치 않은 구석을 남겼다.

어린이들과 성화 점화에 나선 배우 이영애 ⓒ 엑스포츠뉴스DB
어린이들과 성화 점화에 나선 배우 이영애 ⓒ 엑스포츠뉴스DB


팔리지 않은 개·폐막식 티켓, 기업에 강매?

이번 아시안게임 개막식 티켓 가격은 VIP좌석 100만원, 프리미엄석 70만원부터 시작해 50만원, 25만원 가장 저렴한 3등석이 10만원으로 책정됐다. 폐막식 티켓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VIP석은 60만원이었고, 50만원, 30만원, 20만원, 10만원순으로 가격이 매겨져 있었다. 

당연히 일반 시민들이 구입하기에는 티켓이 너무 비싸지 않느냐는 지적이 나왔고, 우려가 현실이 되듯 팔리지 않은 자리가 많았다. 조직위는 개막식을 3일 앞두고 약 3만석의 초대권을 배부했고, 개막 이후 미디어를 대상으로 한 데일리 브리핑에서 "이번 개막식 유료 입장객은 3만석이 조금 넘었다. 티켓 가격이 너무 비싸다보니 사실 일반 시민들에게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고, 빈자리로 두는 것보다 아시안게임을 위해 헌신한 분들을 위주로 초대권을 배포했다"고 설명했다.

확인 결과 인천아시안게임 조직위는 개·폐막식 티켓이 예상보다 덜 팔리자 몇몇 기업들에게 비싼 좌석을 위주로 구입을 강요했다. 왠지 앞뒤가 뒤바뀐 느낌을 지울 수 없는 상황이다.


참가 선수들 "우리도 불편한게 많았어요"

이번 대회에서 우리 선수들은 79개의 금메달, 71개의 은메달, 84개의 동메달을 따내며 종합 2위를 차지했다. 단순히 메달 색깔과 갯수를 넘어서, 선수들의 열정은 텔레비전 너머로 보는 이들까지 감동시키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선수들을 불편하게 하는 것들이 있었다. 먼저 선수촌 숙소 시설에 대한 불만이다. 이번 대회에 참가했던 한 선수는 "방에 텔레비전이 없다보니 다른 경기를 모니터할 수 없었고, 다른 종목 선수들의 경기도 지켜보기 어려웠다. 또 창문에 블라인드가 설치돼 있었지만 무용지물이었다. 전혀 햇빛을 가려주지 못해 숙면에 어려움이 있었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식단에 신경써야하는 국가대표 선수들임에도 특색없이 비슷비슷했던 선수촌 식당 메뉴와 남자 선수들에게는 다소 비좁게 느껴졌던 침대 사이즈도 여러명의 선수들이 불편했던 점으로 꼽았다. 

당초 모든 선수들에게 편의를 제공하겠다며 마련된 오락시설, 이미용 시설 등은 "이용자가 너무 많아 근처에 가보지도 못했다"고 말한 선수들도 있었다.

또 자원봉사자들도 선수들을 불편하게 하는 경우가 더러 있었다. 몇몇 자원봉사자들은 경기장 안팎에서 선수들에게 사인을 요구하거나 함께 사진을 찍을것을 요청했고, 심지어는 선수촌 내부에서도 "사인해달라"며 다가와 곤란하게 만들었다. 

인천아시안게임 성화 ⓒ 엑스포츠뉴스DB
인천아시안게임 성화 ⓒ 엑스포츠뉴스DB


물 고이고, 정전되고 심지어 성화가 꺼졌다

경기장 시설 자체에 대한 아쉬움도 있었다. 먼저 개막 이튿날 성화가 12분간 꺼지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성화는 대회 내내 밝게 빛나고 있어야 하는 대회의 상징과도 같은 것이다. 그러나 센서 오작동으로 불이 꺼졌고, 급하게 수습에 나섰지만 10분이 넘는 시간이 필요했다. 뒤늦게 센서 장치 2개를 추가했지만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 됐다.

성화뿐만이 아니었다. 첫날 배드민턴 여자부 단체전 16강이 열린 계양실내체육관에서 경기 도중 5분가량 정전이 되는 불상사가 벌어졌다. 선수들도, 관계자도, 관중들도 모두 당황한 순간이었다.

또 세팍타크로 경기가 열렸던 부천체육관에서 비가 샜고, 폭우에 대처하지 못한 양궁장 가림막이 고인 비때문에 늘어져 어수선한 상황이 이어지는 등 여기저기에서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자원봉사자들의 태만 그리고 통역 요원의 이탈

앞서 언급한대로 일부 자원봉사요원들의 '근무 태만'이 지적됐다. "맡은 일을 제대로 하지 않는다"는 것이 주된 불만이었다. 몇몇 자원봉사자들이 선수들에게 사인을 부탁하고, 함께 사진을 찍는 것은 여러차례 목격됐고, 심지어는 카드놀이 같은 소일을 하는 것까지 문제점으로 제기됐다. 

더 큰 불편함을 초래한 것은 통역 요원들의 대거 이탈이다. 유도 남자 66kg급 공식 기자회견에서는 카자흐스탄의 옐도스 스메토프가 금메달을 차지하고도 소감을 말하지 못하는 해프닝이 일어났다. 현장에는 일본어, 중국, 몽골어 통역만 있었고 누구도 러시아어 혹은 카자흐어를 알아들을 수 없었다. 오히려 담당자가 취재진을 향해 "혹시 통역이 가능하신 분이 있느냐"고 되묻는 웃지 못할 일이 일어났다. 

유도장 뿐이 아니었다. 질문자나 답변자의 의중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한 '허술한 통역'은 거의 매차례 지적의 대상이 됐다. 그러나 통역 요원들이 개막 직후 대거 이탈한 것은 제대로 처우를 받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보도가 나오면서 비난의 화살은 다시 조직위를 향했다.

유통기한 지난 도시락, 오지 않는 셔틀버스, 장애인 주차구역에 VIP가?

이밖에도 다양한 뉴스들이 인천아시안게임을 시끄럽게 만들었다. 조직위과 선수들과 진행요원들에게 나눠준 도시락에서 살모넬라균이 검출돼 한국은 물론 중국, 일본 등 주요 외신들도 비중있게 보도해 망신을 샀다. 취재진과 선수단, 관계자들을 위해 운행하는 셔틀버스는 제대로 시간이 지켜지지 않았고, 장애인 주차 구역에 'VIP'의 차량이 주차되어 있는 것이 SNS를 통해 공개되면서 공분을 샀다.


ⓒ 엑스포츠뉴스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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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동계올림픽이 걱정된다

한국은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개최를 앞두고 있다. 이미 하계올림픽과 세차례의 아시안게임 그리고 FIFA 월드컵을 치뤘지만, 몇번의 실패를 딛고 동계올림픽 유치에 성공했다. 국제 대회는 단순한 '운동회'가 아니다. 개최국의 이미지를 바꿔놓을 수도 있고, 스포츠가 주는 감동을 몇배 더 크게 만드는 마법을 지닐 수도 있다. 

인천아시안게임은 막을 내렸다. 부족했던 것들, 아쉬웠던 것들 그리고 다시는 답습되지 않아야하는 것들이 무엇무엇이었는지 짚고, 평창을 진정한 '겨울왕국'으로 만드는 보완책을 충분히 세워야 할 것이다.

※ 굿바이 인천, 아시안게임 폐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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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유리 기자 NYR@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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