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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들 "일기예보, 재결성하고파…'빨간약' 느낌 좋아"(인터뷰)

기사입력 2014.08.26 23:36 / 기사수정 2014.08.27 00:12

한인구 기자
나들의 다섯 번째 싱글 '빨간약'이 26일 발매됐다. ⓒ 나들
나들의 다섯 번째 싱글 '빨간약'이 26일 발매됐다. ⓒ 나들


[엑스포츠뉴스=한인구 기자] '인형의 꿈' '좋아좋아'. 1993년부터 99년까지 활동했던 그룹 일기예보의 대표곡이다. 깊이 있는 멜로디로 지금까지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멤버 나들(박영열·46)은 간경화로 인해 활동을 중단했고 일기예보도 자연스레 해체됐다. 10년의 투병 그리고 간이식 수술로 다시 건강을 찾은 나들은 다시 기타를 매만지며 음악을 만들어가고 있다.

나들은 일기예보 4집때 부터 건강에 이상이 생긴 것을 알았다. "1998년 간경화라는 걸 알았죠. 이식 수술도 힘들었고 성공률도 낮았죠. 수술비가 수억원이 들 정도로 수술을 생각하기에도 힘들었어요." 그의 가족도 간이 좋지 않았다. 어머니는 이른 나이에 간암으로 돌아가셨다. 나들은 몸이 좋지 않았지만, 일기예보 5집 활동까지 마무리했다. 레코드사와 계약이 돼 있어서였다.

일기예보는 해체됐지만, 그 과정에서 갈등도 있었다. 몸을 돌봐야 했던 나들과 일기예보로 음악을 계속하길 원했던 관계자들의 입장이 달랐던 것이었다. 동료 강현민은 러브홀릭에 이어 브릭을 결성했다. "수술이 어려워 생식, 민간요법으로 치료하던 3년간 핸드폰, TV 없이 시골에서 살았죠. 그래서 (강)현민이가 활동하는 것도 잘 알지 못했죠." 그래도 나들에게는 음악보단 가족이 중요했다. "그 당시엔 가족에 도움이 되는 삶을 살아야 했고, 아이들에게 좋은 아빠로 기억되고 싶다는 생각뿐이었어요."

아이들이 클 때까지 사는 게 목표였던 나들은 2010년 간 이식 수술을 받으며 건강을 되찾기 시작했다. "다행히 버틸 수 없을 만큼 왔을 때 수술을 할 수 있었어요. 10년 동안 잘 버틴 셈이죠."(웃음) 다시 몸을 회복하자 일기예보를 그리워하는 이들도 많아졌다. "현민이와 일기예보를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죠. 저 때문에 일기예보 활동이 중단됐으니 같이 하자고 적극적으로 하기도 미안해요."

나들은 올해 초부터 두 달마다 음원을 발표하고 있다. 'every 2 months 나들' 프로젝트다. 지난 26일에는 다섯 번째 싱글 '빨간약'을 발표했다. 이별의 아픔을 치유하기 위한 고통을 '빨간약'으로 비유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을 녹여냈다. 일기예보 시절 들려줬던 멜로디는 여전하다. 자극적이지 않지만, 어느새 계속 듣게 되는 노래다.

"노래를 만들다 보면 정말 느낌이 좋을 때가 있죠. '빨간약'은 그런 곡이에요. 개인적으로 마음에 들어요." 자신이 곡에 가사를 붙이던 기존 방식과는 달리 작사를 배우는 학생들에게 가사를 공개 모집했다. 노래 제목 '빨간약' 역시 다른 사람의 아이디어에서 나왔다. 또 나들은 "노래하는 스타일과 멜로디 라인도 이전과는 조금 다르게 표현된 편"이라고 설명했다.

나들은 '사회에 도움이 되고 싶은 가수'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 나들
나들은 '사회에 도움이 되고 싶은 가수'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 나들


'빨간약' 뮤직비디오도 나름의 사연을 간직하고 있었다. 나들이 한 방송에서 강연한 것을 본 고2 학생이 SNS를 통해 뮤직비디오에 도움을 주고 싶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기술적인 것보다는 기성세대가 할 수 없는 표현들이 들어갔으면 좋겠다고 말했죠." 전국에서 7명의 고등학생이 모였다. 한강 둔치, 방배동 골목 등에서 촬영이 진행됐다. 그러나 톡톡 튀는 생각은 좀처럼 담기지 않았다. "뮤직비디오을 받고 고민했죠. 그래도 이 친구들에게 좋은 동기부여와 자극제가 될 것 같아서 공개하기로 했죠."(웃음)

'every 2 months 나들' 프로젝트는 나들에게 긴 공백기를 치유하기 위한 '빨간약'과도 같다. "10년 동안 음악을 쉬어서 최근 흐름을 따라가기 위한 시행착오와 훈련 기간이 필요했죠. 꾸준히 노래를 만들어야 감각을 유지하게 되는 것 같아요." 지난 싱글 앨범들은 '습작'이라고 표현했다. 그만큼 완성도가 만족스럽지 않아서였다. 그러나 '빨간약'에 대해서는 "곡이 어느 정도 나온 것 같다"며 넌지시 자신감을 내보였다. 또 나들은 "꾸준히 노래를 만들다 보면 대중적인 감각에서 한발 앞서 갈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나들은 한 달에 두 차례식 골목 가게를 찾아가 '골목 콘서트'를 열고 있다. 대형 가맹점에 밀리며 고전하고 있는 상권을 돕자는 취지에서다. 1년 반 동안 35곳에서 공연을 펼쳤다. "작업실 앞 삼겹살집 가게 주인분들이 괜히 안쓰러워 보였어요. 항상 일만 하시는 것 같았죠. 그래서 즉석에서 응원하기 위해 작은 콘서트를 열었죠." 이 작은 일은 가게의 홍보에 큰 도움이 됐다. 재밌는 이벤트가 상권을 살리는 계기가 된 것이다. 가게 주인분들이 단골손님에게 나들의 음악을 소개하고, '번개 모임'도 만들어졌다. 작은 가게로까지 가수로서의 무대가 넓어진 것이다.


"방송에서도 공연할 때마다 취재가 오더라고요. 뉴스 인터뷰까지 했지요. 이를 통해 어떻게 살아야 할지 깨닫게 됐어요. 골목콘서트가 제겐 희망이었죠." 작은 골목에서 뜻깊은 공연을 열고 있는 나들은 팬들을 위해 소극장 콘서트 투어도 계속하고 있다. 어려움은 있었다. "수익이 되지 않아 쉽지 않죠. 그야말로 팬서비스로 하고 있어요." 서울의 소극장도 자체 홍보가 잘 이뤄지지 않았고, 다른 지역은 더 심했다. 그래도 나들은 "계속 활동해야죠. 그래야 제 음악과 만나는 사람도 늘어날 거예요"라고 웃어 보였다.

그래도 나들과 일기예보는 뗄 수 없는 관계였다. 후배들의 리메이크가 이어지며 '좋아좋아' '인형의 꿈'은 오랜 생명력을 유지할 수 있었다. "노래가 나온 지 20년 가까이 됐어도 사랑받아서 기분 좋죠. 그 덕분에 지금도 활동할 수 있고요. 지금처럼 계속 싱글을 발표하는 게 중요해요. 꾸준히 활동하는 것만으로도 힘이 되고 싶어요."

인터뷰 내내 나들의 얼굴에서는 환한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건강을 회복한 것만큼이나 다시 음악을 하는 가수로서의 두근거림이 전해졌다. 그는 "연예인으로서 사회에 도움이 되는 일들을 하고 싶다"고 몇 번이고 힘주어 말했다. 이야기를 끝내고 일어섰을 때 비로소 보였던 그의 큰 키는 그의 생각과 무척이나 닮은 듯했다.

진한 울림을 전한 일기예보의 음악처럼 나들도 뜻깊은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 나들
진한 울림을 전한 일기예보의 음악처럼 나들도 뜻깊은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 나들


한인구 기자 in999@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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