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0년 남아공 월드컵 당시에는 월드컵 응원가가 하루가 멀다하고 쏟아졌다. 하지만 올해 가요계는 사회적 분위기 탓에 월드컵을 축제로 즐기는데 주저하고 있다. ⓒ 에버모어뮤직, 와이드엔터테인먼트, 마피아레코드, 롤링홀엔터테인먼트
[엑스포츠뉴스=정희서 기자] 13일 '2014 브라질월드컵'의 화려한 막이 올랐다. 하지만 월드컵 열기가 예전 같지 않다. 세월호 참사 이후 가라앉은 사회적인 분위기와, 평가전에서 드러난 국가대표팀의 부진 등이 겹친 탓으로 보인다. 대중문화계 또한 지난 2010년 남아공 월드컵 때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가장 대표적인 예로 '월드컵송'이 아직까지 이렇다 할 관심을 못 끌고 있는 점을 들 수 있다.
남아공 월드컵 당시에는 슈퍼주니어, 2PM, 카라 등 인기 아이돌부터 박현빈, 문보라 등 트로트가수까지 세대와 장르를 초월해 경쟁하듯 응원가를 발표했다. 그 수는 무려 30곡에 달했다. 월드컵 길거리 응원을 주도했던 싸이와 김장훈을 비롯해 피겨여왕 김연아도 이승기와 빅뱅과 함께 응원가를 불러 월드컵 열기에 불을 지폈다.
올해도 박현빈, 정동하와 김바다, 소찬휘, 김흥국, 걸그룹 와썹 등 여러 가수들이 월드컵송을 내놓긴 했다.
김바다와 정동하는 지난 4월 브라질 월드컵 응원가 '승리하라, 대한민국'을 발표했다. 격렬한 축구와 잘 어울리는 록사운드를 바탕에 깐 이 곡은 'KBS 국민 월드컵송'으로 경기 중계는 물론 다양한 영상들과 함께 전파를 탈 예정이다.
소찬휘도 지난달 28일 브라질 월드컵 응원가 '오~ 한국!'을 공개했다. 심플한 곡구성과 '오, 한국 승리를 위해 오, 한국 함께 달리자'라는 단순한 가사는 응원가로 안성맞춤이다. 지난 2010년 '앗! 뜨거 월드컵'을 발표한 박현빈은 올해 윤수현과 손잡고 '한판 붙자'를 불렀다.
또한 '월드컵'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김흥국도 브라질 월드컵에 어울리는 '쌈바 월드컵'을 공개했다. 이 곡은 김흥국을 비롯해 가수 박상민, 소찬휘, 이정, 그룹 대국남아, 방송인 사유리 등이 대거 참여해 '합창형 월드컵송'으로 완성했다. 이밖에도 걸그룹 와썹의 '파이어', 밴드 슈퍼키드의 '고 코리아', 라퍼커션의 '우리들의 승리', 방송인 유병권의 '뛰어' 등 독특한 월드컵송들이 줄지어 나왔다.
김흥국은 이번에도 동료가수들과 한국 대표팀을 위한 월드컵송으로 응원에 나섰다. ⓒ 엑스포츠뉴스 DB
더불어 2010년 이후 4년만에 발매된 '붉은악마' 공식 응원 앨범에는 에일리, 딕펑스, AOA, 정준영 & 소울다이브, 트랜스픽션 & 걸스데이 민아, 타이니지, Keepop & 윤형빈 & 서두원, 브로큰발렌타인, 로맨틱펀치까지 9팀의 가수가 부른 총 9곡의 창작 응원가가 수록됐다.
월드컵을 앞두고 여러 가수들이 응원가를 발표했음에도 이 가운데 아직 '뜨는 곡'이 없어 대표 응원가가 자리잡지 못하고 있다. 지난 2002년 YB의 '오, 필승 코리아', 2006년 버즈의 'Reds go together'와 트랜스픽션의 '승리를 위하여', 2010년 트랜스픽션 '승리의 함성'을 이을만한 곡이 없는 것이다. 대표팀의 평가전 성적이 저조해 월드컵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감이 낮은 탓도 있지만 '월드컵 특수'를 바라보는 가요계의 시선도 달라진 것도 한 요인다.
한 가요 관계자는 "세월호 참사 여파로 월드컵송을 제작하는 가수들이 예년에 비해 크게 줄었다. 붉은 악마나 방송국, 기업체 등의 제안을 받아 참여한 가수들이 대부분이다. 무엇보다 거리 응원 등 월드컵 관련 행사들도 열리지 않아 월드컵송이 울려 퍼질 기회가 없다"라며 월드컵 붐을 조성할 만한 여건이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월드컵 송을 제작한 관계자는 "월드컵이라고 해서 특수 같은건 기대하지 않았다. 대표팀의 선전을 기원하는 순수한 마음으로 음반을 발표했다"라며 '순수한 뜻'을 강조하기도 했다.
월드컵 응원가가 이미 포화 상태에 이르렀다는 견해도 있다. 한 가요 관계자는 "대표팀이 예선에서 좋은 성적을 거둔다면 중계방송을 통해 새로운 응원가가 자주 사용될 것이다. 하지만 관심을 끄는 정도에 그칠 것이다"라며 "응원은 이미 알고 있는 노래로도 충분하다. 국민들이 새로운 응원가가 나왔다고 해서 찾아듣고 노래를 배우려고 하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정희서 기자 hee108@xportnews.com
정희서 기자 hee108@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