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27 2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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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 5시간짜리 혈투가 남긴 '흑과 백'

기사입력 2014.06.11 03:44 / 기사수정 2014.06.11 03:44

나유리 기자
팀내 타율 1위를 마크하고 있는 나지완 ⓒ 엑스포츠뉴스DB
팀내 타율 1위를 마크하고 있는 나지완 ⓒ 엑스포츠뉴스DB


[엑스포츠뉴스=광주, 나유리 기자] '혈투'라는 단어가 가장 잘어울리는 경기였다.

10일 광주 KIA-한화전에서 양 팀은 37개의 안타를 때려내며 31점을 합작했다. 선발을 포함해 마운드에 오른 투수만 18명이었다. 다음날 선발을 제외하고는 거의 전원이 다 '출석 체크'를 마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만큼 힘겨운 대결이었다. 하지만 결과는 한화의 승리. 한화 상대 4연승을 내심 바라던 KIA는 다 잡았던 승리를 허무하게 놓쳤다. 충격이 클 수 밖에 없다.

▶ 크게 느껴지지 않는 필의 공백

승기를 아쉽게 내줬지만, 그래도 KIA의 화력을 재확인할 수 있는 경기였다. KIA는 초반부터 상대 투수진을 열심히 공략해 점수를 얻어냈다. 김주찬이 6타수 5안타로 가장 뜨겁게 방망이를 휘둘렀고, 신종길은 싸이클링 히트에서 2루타 1개만 부족한 활약을 펼쳤다. 김주찬과 신종길 외에도 강한울, 안치홍, 김원섭이 '멀티 히트'를 기록하며 한화 투수들을 괴롭혔다. 

특히 뒤져있던 8회말에 대타 이종환 카드가 다시 한번 통하면서 재역전을 일구는 집중력도 보였다. 이는 최종 결과와 상관 없이 올 시즌 KIA의 가장 달라진 모습 중 한 부분이다. 타선에 집중력이 생겼다. KIA 선동열 감독도 지난 시즌 막바지와 비교했을 때 좋아진 것으로 이 부분을 꼽았다. '테이블 세터' 이대형-김주찬, '클린업 트리오' 브렛 필-나지완-이범호를 중심으로 경기 후반 '한 방'을 노릴 수 있는 타선을 가동하고 있다.

정예 멤버 중 필은 지난 5일 대구 삼성전에서 왼쪽 손등에 사구를 맞아 미세 골절 진단을 받았다. 다행히 큰 부상은 아니지만, 아직까지 정확한 복귀 시기를 가늠할 수 없는 상황이다. 시즌 개막 직후부터 줄줄이 이어진 선수들의 부상에 골머리를 앓았던 KIA로서는 필의 이탈 역시 청천벽력이었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필의 공백이 크게 느껴지지는 않는다. 나지완이 5월 이후 꾸준히 절정의 타격감을 과시하고 있고, 신예 강한울의 알짜배기 9번타자 활약도 돋보인다. 또 필을 대신해 1루 수비에 나선 김주찬은 수비 안정감은 물론 타격감까지 되찾았다.

양현종은 어깨가 무겁다. ⓒ 엑스포츠뉴스DB
양현종은 어깨가 무겁다. ⓒ 엑스포츠뉴스DB


▶ 마운드 위기, 돌파구는 있을까

여전히 문제는 마운드다. 타자들이 20점을 얻어도, 투수들이 21점을 내주면 지는게 당연하다. 12일 경기전까지 KIA 마운드는 평균자책점 6.30. 9개 구단 중 최하위다. 수치상으로는 한 경기에 타자들이 6점을 내도 이기기 어렵다는 뜻이다.


물론 불펜 문제는 하루이틀일이 아니다. 최근 몇년간 꾸준히 KIA는 불펜이 약점으로 꼽혀왔다. 현재 필승조로 기용할 수 있는 투수는 최영필, 김태영, 심동섭 그리고 마무리 어센시오 정도다. 그중 심동섭을 제외하고는 신고선수, 2차 드래프트, 외국인 선수로 올 시즌 KIA와 처음 인연을 맺은 선수들이다. 

지난 시즌까지 계투로 뛰었던 유동훈과 박지훈은 재활 중이며 '미완의 대기' 한승혁은 초반 선발로 나섰던 2경기를 제외하고는 다소 안정감이 떨어지는게 사실이다. 어센시오도 '널뛰기 피칭' 중이다. 결국 불혹의 최영필과 부상에서 벗어난지 얼마 되지 않은 김태영에게 부담을 안길 수 밖에 없다.

최근에는 선발 로테이션까지 흔들리기 시작했다. 극심한 부진에 선발-불펜을 오가던 박경태는 2군에 내려가 있고, 임준섭은 꾸준히 일정을 소화하고 있지만 기복이 크다. 송은범까지 자신의 페이스를 되찾아가던 와중 부상으로 낙마했다. 시범경기에서 부상으로 이탈했던 김진우는 지난달 복귀했으나 아직 100%가 아니다. 결국 믿을 수 있는 선발은 양현종과 홀튼 뿐인데, 홀튼도 최근 5경기에서 승리없이 4패만 떠안았다. 

선발부터 마무리까지 '파격적인' 10일 한화전도 이같은 KIA의 현실을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6월 둘째주에 한화-롯데를 차례로 만나는 KIA는 화요일과 일요일 이틀을 '임시 선발'로 내세워야 했다. 따라서 김병현이 선발 기회를 얻었으나 2⅔이닝만에 강판됐고, 뒤이어 8명의 투수가 마운드를 밟았다. 선발 요원 김진우를 9회 2아웃에 등판시키는 초강수까지 뒀으나 결과는 패배. 당연히 1패 그 이상의 상처가 남을 것으로 보인다. 

이날 경기에 앞서서는 시즌 처음으로 코칭스태프 보직에 변동이 있었다. 김정수 투수코치가 3군으로 내려가고, 이대진 불펜코치가 메인 투수코치를 담당하는 결정을 내렸다. 일종의 돌파구를 찾기 위한 결정이었지만, 아직까지는 어떤 효험이 있을지 장담할 수 없다. 

길게만 보였던 시즌이 어느덧 반환점을 향해 가고 있다. 답답한 KIA의 마운드에도 명쾌한 해법이 있을까. 혈투가 남긴 질문은 여전히 어렵게만 보인다.

나유리 기자 NYR@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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