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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온 '올드 보이'와 지키지 못한 마무리투수

기사입력 2014.06.09 00:17 / 기사수정 2014.06.09 12:42

신원철 기자
NC 박명환은 복귀전에서 1400탈삼진 기록을 세웠다. 2사 만루에서 넥센 4번타자 박병호를 삼진 처리하고 포효하는 박명환 ⓒ NC 다이노스 구단 제공
NC 박명환은 복귀전에서 1400탈삼진 기록을 세웠다. 2사 만루에서 넥센 4번타자 박병호를 삼진 처리하고 포효하는 박명환 ⓒ NC 다이노스 구단 제공


[엑스포츠뉴스=신원철 기자] 마무리 수난시대다. 삼성 임창용도, LG 봉중근도, 넥센 손승락도 무너졌다. 반면 불펜 자원 부족으로 고심하던 KIA와 NC에는 '올드보이'가 힘을 보탰다.

2014 한국야쿠르트세븐 프로야구가 정규시즌 약 ⅓을 소화했다. 경기마다 난타전이 벌어지면서 투수들의 소모는 더욱 심해졌다. 이제 그동안 뒷문을 책임지던 주전 마무리투수들도 1이닝 무실점을 장담할 수 없게 됐다. 반면 KIA는 노장 최영필의 등장으로 안정을 찾았다. NC는 박명환이 복귀하며 새로운 카드 하나를 얻었다. 

▲ 신인 없는 마운드, 돌아온 올드보이

돌아온 큰 형님들이 마운드에서 존재감을 보여줬다. 그동안 2군에서 컨디션을 조절하던 박명환은 1일 1군 등록 이후 말을 아꼈다. 마운드에서 뭔가 보여주겠다는 마음이 컸다. NC 김경문 감독은 "첫 단추가 중요하다"며 "일단 편한 상황에서 등판시키겠다"고 이야기했다.

4일 창원 마산구장, NC가 넥센에 20-3으로 크게 앞선 상황에서 박명환이 마운드에 올랐다. 김 감독이 말한 '편한 상황'이 만들어졌다. 1425일 만에 돌아온 마운드, 첫 상대에게 볼넷을 허용하고 말았다. 문우람에게 볼넷을 내준 박명환은 박동원을 1루수 파울플라이로 처리하고 첫 아웃카운트를 올렸다. 이어 서동욱에게도 볼넷을 주면서 1사 1,2루. 여기서 박헌도를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개인 통산 1400탈삼진 기록을 세웠다. 역대 단 4명만이 가지고 있던 기록이다.

박명환은 2사 만루에서 넥센 4번타자 박병호를 삼진으로 잡아내고 뒷문을 잠갔다. 직구 구속은 예전 같지 않았지만 슬라이더의 각만큼은 전성기 시절을 연상하게 했다. 박명환은 "혼자 한국시리즈 했다"며 농담을 던졌다. 또한 김 감독은 "40대 선수들이 요즘 열심히 뛴다"며 손민한과 박명환의 몸관리 노력을 칭찬했다. 

팀 평균자책점 2위인 NC(4.14)에 비해 KIA(9위, 6.16)는 사정이 더 심각했다. '필승조'라고 할만한 불펜 자원이 좌완 심동섭과 우완 김태영, 어센시오뿐이었다. 여기에 최영필이 가세하자 선동열 감독의 고민도 줄었다.

선 감독은 LG와 주말 3연전에서 "그동안 (심)동섭이랑 (김)태영이만 데리고 하다가 (최)영필이가 오니까 훨씬 낫다"며 "심동섭은 왼쪽 팔뚝이 좋지 않아서 길게 쓸 수가 없고, 김태영도 수술 전력이 있어서 관리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불혹 나이에 돌아온 최영필이 후배들의 건강까지 '케어'하고 있다.

복귀전부터 중요한 역할을 맡았다. 1일 광주 NC전, 6-5로 아슬아슬한 리드를 잡은 7회 1사 이후 등판했다. 여기서 1⅓이닝을 탈삼진 1개를 포함해 실점 없이 막아내고 복귀전에서 홀드를 챙겼다. 최영필은 이 경기를 포함해 4경기에서 5이닝 3피안타 4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하고 있다. 볼넷이 없다는 점이 돋보인다. 선 감독은 "공격적인 투구가 효과를 봤다"며 노장의 복귀를 반겼다.

 LG 봉중근은 6일 KIA전에서 동점 상황에 등판했다. 결국 2점을 주고 패전투수가 됐다. 삼성 임창용은 5일 KIA전에서 2점 차 리드를 지키지 못한 채 블론 세이브를 기록했다 ⓒ 엑스포츠뉴스 DB
LG 봉중근은 6일 KIA전에서 동점 상황에 등판했다. 결국 2점을 주고 패전투수가 됐다. 삼성 임창용은 5일 KIA전에서 2점 차 리드를 지키지 못한 채 블론 세이브를 기록했다 ⓒ 엑스포츠뉴스 DB


▲ 무너진 마무리, 이제 1이닝 3점차도 위험하다

5일 대구구장에서는 KIA와 삼성이 주중 3연전 마지막 경기를 벌였다. 삼성이 8회까지 9-7로 앞서면서 승리를 눈 앞에 두는 듯했다. 9회에는 '뱀직구' 임창용이 바통을 이어받았다. 하지만 경기는 삼성 벤치의 계산대로 흘러가지 않았다. 임창용은 선두타자 강한울에게 볼넷을 내준 뒤 이대형에게 좌전안타, 김주찬에게 좌전 적시타를 맞았다. 후속타자 희생번트에 첫 아웃카운트를 잡았으나 나지완에게 2타점 역전 적시타를 얻어맞고 무너졌다. ⅔이닝 3실점. 19경기에서 블론세이브가 3번 나왔다.

LG 마무리 봉중근은 6일 잠실 KIA전에서 패전투수가 됐다. 3-3 동점이던 9회 1이닝 4피안타 2실점을 기록했다. LG 양상문 감독은 봉중근에 대해 "컨디션은 정말 좋다고 한다. 구속도 평소보다 1~2km 더 나온다"며 "투수가 몸이 안 좋았다가 좋아지면 그렇게 맞을 때가 있다"고 이야기했다. 벤치는 여전히 믿음을 보내고 있다. 그러나 성적은 '위험 신호'다. 6월 피안타율이 6할 2푼 5리나 된다.

홈런 하나면 3점도 순간이다. 넥센 마무리 손승락은 8일 목동 두산전에서 홈런에 무너졌다. 무사 1,2루에서 대타 이원석에게 동점 3점 홈런을 내주고 블론 세이브를 기록했다. 여기서 막았더라면 9회말을 기약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손승락은 2사 이후 연속 출루 허용에 실책까지 저지르면서 역전을 허용했다. 호르헤 칸투에게 내준 홈런은 결정타였다. 넥센은 8-5 리드를 지키지 못하고 9-11로 졌다.

현행 야구 규칙은 '자기 팀이 3점 이하의 리드를 하고 있을 때 출전해 최소 1이닝을 투구했을 경우'와 '베이스에 나가 있는 주자 또는 상대하는 타자, 혹은 그 다음 타자가 득점하면 동점이 되는 상황에서 출전했을 경우', '최소 3회를 효과적으로 투구했을 경우'에 대해 세이브를 부여하고 있다. 한때는 3점 차 1이닝 세이브 상황에서 등판하는 선수를 '귀족 마무리'라 부르기도 했다. 세태에 맞춰 해석을 달리 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1이닝 3점 차 세이브도 쉽지가 않다. 

신원철 기자 26dvds@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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