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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포츠뉴스+ 커버스토리] '2014.05.14' 박지성이 떠나던 날

기사입력 2014.05.16 11:39 / 기사수정 2014.05.16 11:40

조용운 기자
14일 오전 경기도 수원 박지성축구센터 열린 거취관련 기자회견에 박지성이 선수로 뛰면서 입었던 유니폼들이 전시되어 있다. ⓒ 엑스포츠뉴스DB
14일 오전 경기도 수원 박지성축구센터 열린 거취관련 기자회견에 박지성이 선수로 뛰면서 입었던 유니폼들이 전시되어 있다. ⓒ 엑스포츠뉴스DB


[엑스포츠뉴스=조용운, 김형민 기자] 전날까지 말이 엇갈렸다. 은퇴와 현역 연장의 갈림길은 '거취' 기자회견이라는 명칭처럼 알 길 없었다. 결국 거취의 속뜻이 현역 연장이 아님을 깨달은 것은 14일 수원 박지성축구센터에 도착한 뒤였다. 기자회견은 오전 11시였지만 훨씬 전부터 국내외 취재진은 분주한 움직임을 보였다. 박지성을 기다리며 준비된 단상과 주변의 문구들은 은퇴를 암시했다. 이별이 확실해진 만큼 바빠졌다. 구름 한 점 없이 내리쬐는 강한 햇볕에도 취재진들은 자리를 뜨지 않고 속보를 전하느라 땀을 흘렸다.

약속된 11시. 박지성이 부모님과 함께 모습을 드러냈다. 취재진의 플래시는 사정없이 터졌다. 박지성은 쑥스러운 듯 미소를 보인 뒤 은퇴를 발표했다. 준비한 글을 읽어내려가기보다 즉흥적으로 표현했다. 부친이 준비한 유니폼 전시를 두고 "아버지가 전시를 잘해놓으셔서 이미 은퇴 기자회견인 것을 다들 아실 것 같다"며 농담으로 자신의 은퇴를 발표했다.

1시간가량 많은 이야기가 오갔다. 짧게는 올 시즌, 길게는 처음 축구화를 신은 세류초교 4학년까지 거슬러 올라가며 질문에 최선을 다해 답했다. 내심 기다렸던 눈물 코드는 없었다. 그라운드 위에서 좀처럼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지 않던 모습은 은퇴 발표 현장이라고 다르지 않았다. 본인도 당황했는지 "어제까지 눈물이 나오지 않아 오늘은 나올까 하는 생각을 했는데 역시나"라며 애꿎게 자신을 탓했다.

 14일 오전 경기도 수원 박지성축구센터 열린 은퇴 기자회견에 참석한 박지성이 퇴장하고 있다. ⓒ 엑스포츠뉴스DB
14일 오전 경기도 수원 박지성축구센터 열린 은퇴 기자회견에 참석한 박지성이 퇴장하고 있다. ⓒ 엑스포츠뉴스DB


13시. 박지성은 마지막까지 웃으며 선수 생활을 마무리했다. 선수로 전한 마지막 말은 "제가 경기장에 섰을 때 믿음이 가는 선수라고 생각을 해주셨다면 영광일 것 같다. 그런 생각을 조금이나마 가진 분이 있다면 저는 좋은 선수 생활을 한 것이다"였다.

15시. 박지성은 성공한 선수였다. 국내뿐만 아니라 외신도 빠르게 박지성의 은퇴를 전했고 여기저기서 헌사가 이어졌다. 단순히 현역의 짐을 내려놓은 이를 향한 말이 아닌 믿음과 헌신이 깃든 감사의 표현들이 줄을 이었다.

먼저 FIFA(국제축구연맹)가 나섰다. FIFA는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박지성의 은퇴를 전하며 거스 히딩크 감독에게 안기는 사진과 함께 "아시아 최고의 선수가 떠났다"고 아쉬움을 전했다. "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스타인 박지성이 한국에서 은퇴를 선언했다. 자신을 아시아 최고의 선수로 만든, 선구자적인 선수이력을 마감했다"며 박지성의 발자취를 되돌아봤다.

친정팀의 작별 인사도 있다. 박지성의 유럽 처음과 끝을 함께한 PSV 아인트호벤은 "땡큐 지성!"이라는 문구가 가미된 사진과 멘션을 공개했다. 곧이어 PSV와 맨유, 퀸즈파크 레인저스의 선수로 보여준 박지성의 인상적인 경기 사진 50장도 공개했다.

맨유는 더 큰 감사를 전했다. 박지성이 7년간 맨유 유니폼을 입고 뛰었던 명장면을 동영상으로 편집해 홈페이지에 게재했다. 강팀에 유독 강했던, 그래서 맨유에 큰 인상을 남겼던 박지성의 향수에 젖어드는 모습이었다.

14일 오전 경기도 수원 박지성축구센터 열린 거취관련 기자회견에 이청용이 보낸 꽃바구니가 테이블 위에 올려져 있다. ⓒ 엑스포츠뉴스DB
14일 오전 경기도 수원 박지성축구센터 열린 거취관련 기자회견에 이청용이 보낸 꽃바구니가 테이블 위에 올려져 있다. ⓒ 엑스포츠뉴스DB


17시. 길게는 약 83km가 되는 수원과 파주. 그 사이 박지성과 홍명보호는 교감을 나눴다. 14일 하루 동안 특별한 시간을 보낸 둘의 모습은 한국축구의 현주소를 잘 알려주는 하나의 장면이기도 했다.

파주에서 후배들의 인사들이 전해졌다. 월드컵 대비 훈련으로 몸은 파주에 있었지만 마음은 수원에 두고 있었다. 행사를 앞두고 이청용은 꽃바구니로 함께 하지 못한 것과 선배의 은퇴에 대한 아쉬움을 달랬다. 꽃바구니 위 리본에는 '선배님, 그동안 수고하셨습니다'라는 문구가 달렸다.

본격적인 은퇴 발표가 진행되자 파주에서 속속 답신들이 밀려왔다. 홍명보 감독은 "앞으로 우리가 박지성의 모습을 볼 수 없다는 것이 안타깝다"면서 "많이 고생했다고 말해주고 싶다. 본인의 많은 노력도 있었지만 국민의 성원도 있었다. 그런 측면에서 지금까지 받았던 사랑들을 한국축구를 위해 돌려줬으면 한다"고 밝혔다.

꽃바구니의 주인공 이청용도 "(박)지성이 형의 팬으로, 또 후배로 은퇴 소식이 안타깝다. 지성이 형의 플레이를 더 볼 수 없다는 것도 아쉽다. 같이 대표팀에서 생활하면서 보고 느낀 게 많고, 배운 부분도 많다. 나에겐 그 자체가 영광이었다. 나이에 비해 무릎 때문에 빨리 은퇴하게 됐는데, 앞으로의 길을 응원하겠다"는 메시지를 남겼다.

14일 오전 경기도 수원 박지성축구센터 열린 은퇴 기자회견에 참석한 김민지가 꽃다발을 들고  깜짝 등장하고 있다. ⓒ 엑스포츠뉴스DB
14일 오전 경기도 수원 박지성축구센터 열린 은퇴 기자회견에 참석한 김민지가 꽃다발을 들고 깜짝 등장하고 있다. ⓒ 엑스포츠뉴스DB


그리고 앞으로 두 달. 박지성의 선물은 한국에서 치르는 은퇴 경기다. PSV 소속으로 수원 삼성(22일), 경남FC(24일)와 경기를 치르는 박지성은 7월25일 K리그와 함께 올스타전에 참가해 현역으로 뛰는 마지막 경기를 국내 팬들에게 선물한다. 모든 일정을 마무리한 박지성은 무거웠던 짐을 내려놓고 피앙세 김민지 전 아나운서와 결혼식을 올린다.

조용운, 김형민 기자 sports@xportsnews.com

조용운 기자 puyol@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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