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투어 공연 중인 샤이니와 2NE1. ⓒ SM엔터테인먼트, YG엔터테인먼트
[엑스포츠뉴스=한인구 기자] 가요계의 한류 바람이 세계 곳곳에 불고 있다. 국내 기획사들이 현지 시장에 알맞은 전략과 적극적인 진출로 활로를 뚫고 있는 것이다. 이와 함께 최근 몇 년 새 한국 음악시장은 양은 물론 질적으로 발전을 거듭했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영세 기획사들의 '좌절과 눈물'이 숨어있다.
한국 대표 연예기획사 SM엔터테인먼트(SM), YG엔터테인먼트(YG), JYP엔터테인먼트(JYP)의 매출은 최근 3년 동안 2배 가까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개별 재무제표 기준으로 지난해 SM 매출액은 1643억원, YG 1057억원, JYP 178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2010년(SM 864억원, YG 448억원, JYP 102억원)보다 각각 135~67% 가량 증가한 수치다.
대형 기획사 세 곳은 영업이익이나 당기순이익에서 차이는 있지만 매출액 기준으로 확실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한 가요계 관계자는 "큐브엔터테인먼트 등 중대형으로 꼽히는 몇몇 기획사들까지 합한 4~5곳의 시장점유율은 전체 60%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한국연예매니지먼트협회 등에서는 연예기획사가 대략 1000여 곳에 이르는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대형 기획사가 차지하고 남은 40%의 시장을 놓고 군소 기획사들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중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비교적 적은 자본력을 가진 기획사들이 휘청이고 있다. 가요계에서는 대형 기획사가 한류 열풍을 이끄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 바탕이 된 군소 제작자 및 기획사들의 노고는 반영되지 않는다는 불평이 들리고 있다. 한 관계자는 "제작자 중에는 신용불량자들도 많다. 미 8군 시절부터 활동해온 1세대 제작자 중에는 몸이 불편해도 당장 치료비가 없어 병원을 가지 못하는 이들도 있다"고 말했다.
소수 기획사들에게의 쏠림현상이 음악의 다양성을 해치고 있다는 의견도 많다. 대형사들이 잘 짜인 시스템을 바탕으로 가요시장 트렌드를 파악해 금방 소비될 수 있는 음악들을 내놓는다는 것이다. 이는 기획사의 색깔이 반영된 작곡가에게 곡이 집중되는 현상으로 이어지고 음원 차트는 눈에 익은 작곡가의 음악들로 꽉 채워지는 결과를 낳고 있다.
이러한 원인은 복합적이다. 1990년대 중반 아이돌 그룹의 성공으로 재빨리 시스템을 갖춘 기획사들이 시장을 선도하기 시작했다. 2000년대 초반 음반에서 음원시장으로 생태계가 바뀌었고 음반에서 주로 수익을 올리던 기획사들이 빠른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도태됐다. 또한 군소 기획사들은 음원 수익에 대한 적절하고 합리적인 배분을 이끌어내지 못함으로써 눈에 보이지 않는 '손해'를 봐야 했다.
그러나 2000년 초반까지만 해도 영세 기획사들이 아사 직전에 이르진 않았다. 음반 시장에서 어느 정도의 수익이 예측됐고 이를 통해 재투자가 이뤄지며 '밥벌이'가 됐다. 오랜 기간 제작자로 활동한 관계자는 "매니지먼트 사업에 뛰어든 이유도 대박은 못 쳐도 음악으로 생활은 가능하다는 판단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버티기가 힘들 정도다"고 하소연했다.
그야말로 '쩐의 전쟁'이 시작된 것이다. 음원이 중심이 된 가요계에서 기획사들은 싱글이나 미니앨범을 중심으로 제작했고 음악의 소비 주기가 빨라졌다. 앨범 홍보비가 전체 비용의 절반을 차지하게 됐다. 아직도 가수들은 방송에서 큰 홍보 효과를 얻고 있지만 여기서도 자본력이 승자를 결정했다.
이와 관련해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대형 기획사는 드라마, 예능은 물론 가수들의 생활을 담은 리얼리티 프로그램까지 영향력을 높이고 있다. 이런 방법은 단가와 비교하면 효과와 수익성이 매우 높다. 하지만 영세 기획사들은 엄두도 낼 수 없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대형 기획사 가수들의 노출 빈도가 높아졌지만 군소 기획사는 소속 가수의 얼굴을 알릴 기회 자체가 사라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반야 대중음악평론가는 "대형 기획사들이 자본력으로 그들 스스로 한계를 극복하고 있다"면서 "배우를 영입하거나 인디 레이블도 합병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확장한다"고 설명했다.
결국 군소 기획사에게 남은 마지막 선택은 무조건 대중의 이목을 끌어 화제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단시간에 귀를 사로잡을 만한 노래와 안무를 준비하고 마케팅에 중점을 둔다. 이 과정에서 음악적 완성도는 뒤로 밀리게 된다. 이러다보니 점점 대중음악의 생태계가 천편일률적으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대형 기획사들도 과거 높은 경쟁을 뚫고 살아남았다. 경쟁의 과실을 누리는 건 당연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거대해진 몸집을 유지하기 위한 사업 확장과 가요계에서의 지배력은 문화의 다양성을 해칠 수 있다. 규모가 모든 것을 경정하는 현 상황은 건강한 가요계를 위해서도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 가요계가 돈벌이를 하는 '시장'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동시대를 살아가는 대중들의 애환을 반영하는 '문화'이기도 하다. '시장'으로 무게 중심이 지나치게 옮겨간 가요계를 '문화'쪽으로 좀 더 끌어올 수 있는 방안이 가요계 내부는 물론 정책적인 측면에서도 마련되어야 한다.
한인구 기자 in999@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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