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나유리 기자] "목표는 신인왕"이라고 당차게 말하던 조상우의 꿈이 서툴지만 조금씩 가까워지고 있다.
조상우는 1일 오후 서울 목동구장에서 열린 2014 한국야쿠르트 세븐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와의 맞대결에서 팀이 2-3으로 뒤지고 있는 5회초 등판해 6타자를 '퍼펙트'로 막아내며 생애 첫 승리 투수가 되는 기쁨을 누렸다. 지난해 프로무대에 데뷔한 조상우는 5경기 8이닝을 소화하는데 그쳐 아직 신인왕 자격이 유효하다.
사실 '포텐'은 처음부터 잠재돼 있었다.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 픽으로 넥센에 입단한 조상우는 지난해 주로 2군에서 훈련을 받으며 제구를 다듬어왔지만, 150km가 넘는 빠른 공과 위력적인 구위로 큰 기대를 받는 투수였다.
염경엽 감독 역시 조상우의 가능성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성급히 굴지 않았다. 지난 시즌 팀의 마운드가 흔들릴 때도 차분히 인내하며 조상우의 성장을 기다려왔다.
기대에 부응이라도 하듯 조상우는 올해 시범경기부터 '광속구 삼진쇼'를 선보이더니 정규리그 2경기 3이닝동안 한명의 출루도 허용하지 않으며 기분 좋은 출발을 했다.
홈 개막전의 승리투수로 기록된 직후 만난 조상우의 표정은 생각보다 덤덤했다. 그는 "첫승이라 정말 기분이 좋을 줄 알았는데, 물론 좋지만 생각보다는 그저 그렇다. 아직 얼떨떨하고 실감이 나지 않는다"면서도 두 손을 꼭 모아 박병호가 건네준 첫승 기념구를 쥐고 있었다.
조상우의 승리투수 가능성은 6회말 윤석민의 역전 만루홈런이 터진 순간 거의 쐐기를 박았다. "선배들이 (홈런이 터졌다고) 알려줬는데 그냥 기분이 멍했다"는 조상우는 "올 시즌 중간 계투로서 '애니콜'처럼 언제 어디서든 등판할 수 있는 선수가 되고 싶다"며 목표를 밝혔다. 차분하고 조근조근한 말투였지만 자신감이 느껴졌다.
조상우는 프로 1년차였던 지난해와 가장 달라진 것으로 '컨트롤'을 꼽았다. "이제는 공을 원하는대로 던질 수 있다. 컨트롤이 좋아졌고, 구위도 향상됐다"는 조상우는 자신의 장점 중 하나인 공의 빠른 구속도 포기하지 않을 생각이다.
그는 "구속을 낮춘다고 무조건 제구가 좋아지는 것은 아니다. 지금은 낮추지 않을 생각이다. 지난해에는 투구시 고개가 돌아가면서 자꾸 모자가 벗겨졌는데, 지금 계속 신경쓰고 있다. 포수를 보면서 던지려고 생각하다 보니 고쳐진 것 같다"고 말했다. 자신의 장점과 단점을 누구보다 명쾌히 파악하고 수정하려는 노력이 엿보였다.
마지막으로는 "나는 5,6이닝씩 던지는 투수가 아니기 때문에 거의 매일 나갈 수 있을 것 같다"고 패기를 불태웠다.
올 시즌 창단 후 첫 우승을 꿈꾸는 넥센과 신인왕을 꿈꾸는 조상우가 어떤 시너지 효과를 불러일으킬지 기대가 될 수 밖에 없다.
나유리 기자 NYR@xportsnews.com
[사진=조상우 ⓒ 엑스포츠뉴스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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