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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포츠뉴스+ 커버스토리]'올림픽, 잔치가 끝났다' 파벌 논란에 끝은 있나

기사입력 2014.02.28 17:41 / 기사수정 2014.02.28 18:06

나유리 기자


[엑스포츠뉴스=나유리 기자] 2014 소치동계올림픽이 끝났다. 개막부터 폐막까지 유례 없이 소란스러웠던 올림픽이지만 선수들은 아쉬움 보다 뿌듯함을 가슴에 안고 돌아왔다. 축제의 여운은 한껏 즐겼으니 이제 할 일을 해야 할 차례다. 

이번 올림픽에서 가장 뜨거웠던 인물은 '빅토르안' 안현수였다. 한국 쇼트트랙의 자랑이었던 그는 여러가지 문제가 겹쳐 지난 2011년 러시아로 귀화했다. 귀화 이후 그는 예상보다 훨씬 빨리 페이스를 끌어 올렸고 유럽선수권대회 4관왕에 오르며 실전 감각 점검을 마쳤다. 

그리고 개막 직후 1500m 레이스에서 동메달을 획득하며 러시아 쇼트트랙 역사상 첫 올림픽 메달을 선물한 안현수는 무서운 기세로 500m, 1000m 개인전 금메달까지 차지했다. 이 완벽한 '올림픽 재기 스토리'는 5000m 단체전까지 올림픽 기록을 세우며 우승을 차지한 뒤 막을 내렸다. 안현수는 쏟아지는 러시아 관중들의 환호를 온 몸으로 느끼며 아이스버그 스케이팅 팰리스 얼음판 위에 엎드려 입을 맞췄다.

반면 한국 남자 쇼트트랙 대표팀은 12년 만에 '노메달' 수모를 겪으며 최악의 성적을 기록했다. 선수 개개인의 역량을 살펴보면 가능성이 없었던 것도 아니다. 특히 5000m 단체전은 메달권이 확실시 됐었다. 그러나 불운이 겹쳤고 예선에서 미끌어지며 메달권 진입 가능성 자체가 공중으로 증발했다.

남자 쇼트트랙 대표팀의 성적을 떠나서, 안현수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마음은 착잡했다. 응원하고 옹호하는 목소리가 더 컸지만 국적을 바꾼 그를 비난하는 사람의 숫자도 적지 않았다. 안현수가 메달 획득 후 러시아 국기를 들고 세리머니를 펼칠 때 '태극 문양'을 유도했다는 얘기가 등장하기도 했고 김연아가 석연치 않은 판정으로 올림픽 2연패에 실패하자 일부 극성 안티들이 안현수의 미니홈피를 욕설로 도배했다. 결국 홈페이지는 폐쇄됐다.

안현수의 귀화를 두고 온갖 음모론과 근거없는 이야기까지 등장한 가운데에도 모든 사람들이 입을 모아 얘기했던 한가지가 있다. 바로 '파벌 문제'다. 일부 코치와 감독들이 학연과 인맥으로 선수를 선발하고 어떤 선수에게는 양보를 강요하는 것이 파벌 문제의 핵심이다. 운동 선수에게 순도 100%의 실력이 아닌 '정치력'이 요구된다는 얘기다.

안현수 역시 파벌의 희생양으로 불려왔기 때문에 과감한 귀화에도 응원과 환호를 받을 수 있었다. 더이상 귀화 선수에게 '배신자'라고 손가락질하지 않는 문화가 어느 정도 정착됐기 때문이기도 하다.

사실 파벌 문제는 이미 오래 전 부터 한국 스포츠의 가장 근원적인 문제로 지적됐던 부분이다. 특히 올림픽 등 온 국민들의 시선이 집중되는 큰 스포츠 행사가 있을 때마다 수면 위로 떠올랐었다. 문제는 올림픽이 끝나면 다시 관심 속에서 잊혀져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악순환이 되풀이됐다는 점이다.



정말 한국 스포츠에서 '파벌'을 뿌리 뽑을 수 있을까. 스포츠칼럼니스트 정희준 교수(동아대 생활체육학과)는 단숨에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만약 올림픽 예선부터 결선까지 나라마다 한 명 씩만 출전한다면 파벌이 사라질 수 있다. 그러나 그럴 수 없는 것 아니냐"는 정 교수는 "파벌 문제는 체육계만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나라 자체가 파벌 사회이니 쉽게 없어질 수 없는 사회적 구조를 지니고 있다. 한국 사회는 능력이나 전문성 만으로 사람을 뽑지 않는다. 더욱이 쇼트트랙이 기록이 아닌 순위 경기이기 때문에 더 그렇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외부 기관의 감시'와 '원 스트라이크 아웃(One Strike-Out) 제도' 도입을 대안책으로 제시했다. 정 교수는 "체육계가 파벌 문제를 근절하지는 못해도 시끄럽게 하지 않으려면 능력에 따르는 선발 기준을 정확히 세우는 게 중요하다. 상급 기관이나 외부기관의 감시가 있어야 한다. 물론 어떤 문제를 공권력을 빌려서 처리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올바른 사회라면 공권력은 최소화되야 한다. 그러나 스포츠는 어쩔 수가 없다"고 말했다.

또 '원 스트라이크 아웃'에 대해서도 견해를 밝혔다. 잘못을 범한 스포츠인들에게 기존의 '삼진아웃 제도'보다 훨씬 더 제대로 된 징계를 내릴 수 있다는 의견이다.

"처음에는 '삼진아웃 제도'가 맞다고 생각했지만 몇년간 지켜보니 이게 제대로 시행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정 교수는 "여자 선수를 성폭행한 감독이 다른 여학교에서 감독을 맡고 있는 실정이 기가 찬다. 문제를 저지른 사람의 생계를 끊자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적어도 해당 협회의 책임있는 자리에는 앉히면 안된다. 현재 체육계의 징계는 휴가성, 면피용 성격이 짙다"고 분석했다.

물론 이번에는 분위기가 조금 다르다. 이전보다 더 많은 팬들이 협회의 태도에 실망해 등을 돌렸고, 비난의 목소리가 훨씬 더 커졌다. 여기에 박근혜 대통령이 한마디 보태자 협회 감사 지시가 내려졌다. 눈에 보이지만 잡히지 않는 안개 같던 문제들이 점점 형상을 드러내는 것처럼 보였다. 대한체육회도 "이번만은 다를 것"이라며 빙상연맹을 비롯한 협회들이 색다른 쇄신책을 내놓을 것을 기대했다. 

그런데 다시 찾아온 개혁의 기회마저 허공으로 날린다면 한국 스포츠는 앞으로도 쭉 다람쥐 쳇바퀴 도는 악순환을 계속해야 할 것이다. 정 교수 역시 "제도를 먼저 만들어야 겠지만 문화 정착이 더 중요하다. 좋은 실력을 갖춘 훌륭한 선수들도 은퇴 후 협회 행정가가 되면 어른들과 똑같은 행동을 한다. 시대의 피해자인 동시에 가해자인 셈이다"라고 덧붙이며 씁쓸하게 웃었다.

나유리 기자 NYR@xportsnews.com

[사진=소치올림픽 메달 세리머니 중인 안현수, 2011년 국가대표 선발전에 출전한 안현수(뒤에서 두번째) ⓒ Gettyimages/멀티비츠, 엑스포츠뉴스DB]



나유리 기자 NYR@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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