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10 1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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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가네' 마친 오현경 '여운은 길게, 다음 행보는 빠르게' (인터뷰)

기사입력 2014.02.25 23:20 / 기사수정 2014.02.25 23:33



[엑스포츠뉴스=김유진 기자] "늦잠 잘 수 있다는 것은 기쁘지만 촬영을 해야 할 것 같은 느낌이에요."

웃으며 말하는 오현경에게는 아직 '왕가네 식구들'의 여운이 짙게 남아 있었다.

오현경은 지난 16일 인기리에 종영한 KBS 2TV 주말연속극 '왕가네 식구들'(극본 문영남/연출 진형욱)에서 왕가네 첫째 딸 '왕수박'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드라마 종영 뒤 일주일이 지난 뒤에서야 '끝났다'는 것이 실감났을 정도로 오현경은 그동안 작품에 푹 빠져 살았다.

오현경이 연기했던 왕수박은 첫 딸이라는 이유로 어려서부터 엄마의 사랑을 받으며 귀하게 자라 철없고, 이기적이고 허영심까지 가득하다. 남편이 사업에 실패했다고 무시하는가 하면 외도 후에는 이혼까지 요구한다. '미워할 수 있는' 모든 요소를 갖춘 왕수박 캐릭터에 대한 원성은 드라마의 인기와 비례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오현경은 "촬영하는 동안에는 밖에 돌아다닐 새가 없으니 크게 느끼진 못했다. 가끔씩 나이 드신 어른들이 '남편한테 왜 그렇게 하느냐'며 한마디씩 하시더라"며 "그런데 욕먹을 만 한 것 같다. 나도 보면서 욕했을 정도였다"고 왕수박과 함께 한 지난 시간을 돌아봤다.

스스로를 '천상 여자'라고 소개한 오현경이 자신과 성격이 정반대인 왕수박을 연기하기란 쉽지 않았다. 오현경은 환하게 웃으며 "수박이랑 나는 정말 다르다"고 얘기했다. 극 중 남편이었던 '고민중', 조성하의 얘기를 꺼내면서 "조성하 선배님도 나에게 '천상 여자'라고 하셨다. 진짜 내 모습은 김희정 씨가 연기한 오순정 캐릭터에 더 가깝다"고 덧붙였다.

자신을 뛰어넘는 데는 문영남 작가의 역할도 한 몫 했다. 오현경이 캐릭터 몰입에 어려움을 겪고 있을 즈음 문 작가는 "현경아, 너 미스코리아였지? 너 예뻐. 그런데 이걸 뛰어넘어야 먹고살 수 있지 않겠니? 내가 이렇게 써주잖아. 이걸 해내면 사람들이 '넌 해낼 수 있다'고 생각할거야"라면서 힘을 북돋워줬다.

평소에는 할 말도 잘 못해 주변 사람들까지 답답하게 만든다던 그였지만, 말투나 행동 등 생활 자체를 왕수박 캐릭터에 맞추자 조금씩 반응이 오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점점 오현경을 왕수박과 더욱 가깝게 바라봤다.

오현경의 성취감도 남달랐다. 그는 "작가님의 생각에 조금 가까워진 것 같아 다행이었다"면서 "나도 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상대가 의도하는 것을 잘 받아들여서 죽어라 해야 그 근사치에 도달하는 것 같다"고 얘기했다. 그렇게 '왕가네 식구들'은 1988년 데뷔해 어느덧 연예인으로 26년을 살아온 그가 연기로 또 다른 깨달음을 얻을 수 있게 해 준 작품으로 남게 됐다.



작품에 대한 애정만큼이나 함께 출연한 배우들과의 추억 역시 가득하다. '왕가네 식구들' 출연진은 마지막 방송 후 마카오로 포상 휴가를 다녀왔다. 촬영일정으로 부득이하게 불참한 장용을 제외하고는 전원이 참석한 여행이었다.

'왕가네 식구들'은 종영 2회를 앞두고 최고 시청률 48.3%를 기록한 뒤 50%라는 꿈의 시청률에 도전했지만, 그 문턱에는 아쉽게 닿지 못했다. 하지만 이 드라마에는 이번 여행처럼 시청률로만은 설명하지 못할 '끈끈함'이 분명 존재했다. 오현경을 이번 여행을 통해 "'유종의 미'가 무엇인지를 보고 온 것 같다"며 미소 지었다.

'왕가네 식구들'이 워낙 잘 됐기에 다음 작품을 생각하는 오현경의 마음가짐도 남다를 수밖에 없다. 그는 "아직은 어떤 작품을 해야 할 지 잘 몰라 여러 가지를 보고 있다. 좀 더 신중하게 생각해야 할 것 같은데, 확실한 건 오래 쉬고 싶지는 않다는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전작의 여운은 길게 남아있지만, 다음 행보를 위한 발걸음은 바삐 재촉하겠다는 뜻이었다.

오현경은 '왕가네 식구들' 출연을 통해 얻은 가장 큰 것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책임감'이라는 단어를 언급했다. '왕가네 반장'이었던 오현경은 각종 경조사, 생일, 일정 등을 챙기며 바삐 움직였다.

그는 "보통 연기자는 연기하면서 다른 사람이 챙겨주는 것을 많이 받지 않나. 반장 역할을 하면서 챙겨주는 게 힘들다는 것을 알았다. 정말 즐거운 마음으로 했다"면서 많이 배웠다고 설명했다.

극 중 왕수박은 '밉상'으로 시작했지만, 결국은 '따뜻하고 의젓한' 여자로 성장했다. "앞으로도 열심히 일하는 모습을 지켜봐달라"며 인터뷰를 마무리한 오현경 역시 '왕가네'로 '연기'를 한 뼘 더 알게 된 듯 했다.

김유진 기자 slowlife@xportsnews.com

[사진 = 오현경 ⓒ 엑스포츠뉴스 권태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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