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조영준 기자] 안현수(29, 러시아명 빅토르 안)는 국내 쇼트트랙 파벌싸움의 희생양이었다.
안현수는 2006년 토리노동계올림픽 3관왕에 등극하면서 쇼트트랙 황제로 급부상했다. 하지만 소속팀 해체와 회복되지 않는 부상, 여기에 파벌 싸움에 휘말리면서 설 자리를 잃었다. 결국 올림픽 출전의 꿈을 이루기 위해 국적을 바꾸는 강수를 뒀다.
소치동계올림픽 개최국인 러시아는 안현수의 귀화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선수로 뛰고 싶었던 안현수를 반겨준 국가는 한국이 아닌 러시아였다. 국적을 바꾸는 일은 쉽지 않았지만 지속적으로 선수생활을 하고 싶었던 그에게는 다른 선택지가 없었다.
소치올림픽을 앞둔 러시아는 각 종목에 대대적인 투자를 했다. 유능한 외국인 코치들을 대거 영입했고 선수들의 귀화에도 적극적으로 나섰다. 러시아 쇼트트랙은 한국과 캐나다 그리고 중국 등과 비교해 약체로 평가받았다. 하지만 토리노 동계올림픽 3관왕인 안현수를 영입하면서 전력이 급상승했다.
특히 안현수는 지난달 열린 유럽선수권에서 500m, 1000m, 3000m, 5000m(계주) 등에서 1위를 달성하며 4관왕에 올랐다. 안현수는 소치올림픽을 앞두고 쾌조의 컨디션을 보이면서 유력한 금메달 후보로 급부상했다.
안현수는 10일 러시아 소치 아이스버그 스케이팅팰리스에서 열린 소치동계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1500m 결승에서 3위에 그쳤다. 레이스 중반부터 앞으로 치고 나갔지만 끝내 1위로 올라서지 못했다.
안현수 앞에는 현 최강자인 찰스 해믈린(캐나다)가 버티고 있었다. 특유의 노련미로 인코스로 치고 들어갈 기회를 노렸지만 실패했다.
비록 안현수는 금메달 획득에는 실패했지만 값진 동메달을 획득했다. 경기를 마친 뒤 안현수의 어깨에 걸친 국기는 태극기가 아닌 러시아 국기였다. 러시아 관중들은 국적을 바꾸며 최선을 다한 안현수에게 갈채를 보냈다.
서른을 눈 앞에 둔 안현수는 8년 만에 값진 올림픽 메달을 획득했다. 뜻 깊은 자리에서 그는 태극기가 아닌 러시아 국기를 들고 관중들에게 화답할 수밖에 없었다.
조영준 기자 spacewalker@xportsnews.com
[사진 = 안현수 ⓒ Gettyimages/멀티비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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