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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유리의 그린라이트] KIA의 '튼튼한 불펜' 언제 볼 수 있나

기사입력 2014.02.06 06:58 / 기사수정 2014.02.06 10:45

나유리 기자


[엑스포츠뉴스=나유리 기자] 최근 몇 년간 KIA 타이거즈의 머리를 아프게 한 고민을 한 가지만 꼽으라면? 주저없이 '불펜'이다.

지난 2012년 선동열 감독이 KIA의 '새 수장'으로 부임한 이후 실질적으로 가장 기대했던 부분 역시 '불펜 보강'이다. 선 감독은 과거 삼성 감독 재직 시절 안지만-정현욱-오승환으로 이어지는 KBO 최강의 불펜을 가동한 바 있다. 덕분에 '지키는 야구'를 할 수 있었다.

반면 KIA는 부실한 허리 때문에 골머리를 앓아왔다. 물론, 좋은 계투 요원이 없었던 것은 절대 아니다. 서정환 감독 시절 '애니콜'이라 불리던 윤석민, 한기주가 있었고 조범현 감독 시절에는 'SKY' 손영민-곽정철-유동훈이 있었다. 지금도 투수들 면면을 살펴보면 충분히 가능성이 넘친다.

하지만 최근 KIA 불펜진의 성적을 살펴보면 참담하다. 지난 시즌 중간 계투 요원들의 평균자책점은 5.32로 9개 구단 중 '최하위'다. 숫자로 기록되지 않은 실책은 더 많았다. 때문에 선발 투수의 승리를 지키지 못한 경우가 여러 차례 있었다. 더욱이 KIA는 타선이 압도적인 팀은 아니다. 2009년 장타력을 앞세워 우승했던 시절이 아득하게 느껴질만큼 꾸준히 장타력 부재, 해결사 부재에 시달려 왔다. 이말은 즉, 타자들이 많은 점수를 벌어놓지 않는 이상 역전패 할 확률이 높다는 의미다.

<2013시즌 KIA 주요 불펜 투수 성적>

지난 2009년 0점대 평균자책점으로 '선동열 부럽지 않았던' 유동훈은 이후 부진에 빠졌고, 곽정철은 부진과 부상에 시달리다 군에 입대했다. 손영민은 야구 외적인 문제까지 엮여 마운드에서 집중할 수 없는 상황이었고 현재는 임의탈퇴됐다. 2008년까지 팀의 마무리로 뒷문을 지켰던 한기주는 부상으로 제 몫을 해내지 못했다. 잠깐 선발 전환을 하기도 했지만 그 역시 신통치 않았다.


지난 시즌을 앞두고 선동열 감독은 외국인 투수 앤서니 르루를 마무리로 기용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한국 리그에서 외국인 투수가 전담 마무리로 등판하는 것은 흔하지 않은 일이다. 브래드 토마스(전 한화)와 스캇 프록터(전 두산) 정도를 제외하면 외국인 마무리 투수 성공 사례가 거의 없다. 아퀼리노 로페즈(전 KIA)가 한국시리즈 등 중요한 순간에 임시 마무리로 활용된 적은 있었다. 아쉽게도 앤서니의 마무리 전환 카드 역시 실패였다.

시즌 초반까지는 수월하게 세이브를 쌓았던 앤서니는 마무리 경험이 없는 탓인지 갈수록 흔들리는 모습을 노출했다. 이는 헐거운 뒷문에 대한 불안감으로 이어졌고, 앤서니는 시즌 도중 고국으로 돌아가는 짐가방을 싸야했다.

이후 KIA는 공석이 된 마무리 자리를 놓고 다시 고민에 빠졌다. 덕분에 가장 고달팠던 사람은 '에이스' 윤석민이다. 윤석민은 팀이 어려울 때 불펜 등판을 자청했고, 지난 시즌 후반에도 마무리로서 마운드에 올랐다. 그러나 멀리 봤을 때 이같은 운용법은 KIA를 위해서도, 윤석민을 위해서도 그다지 좋은 선택은 아니었다.

시즌을 마친 뒤 윤석민이 미국 진출을 선언했고, KIA는 '임시방편' 윤석민 대신 진정한 해답을 찾을 때가 됐다.

올 시즌 마무리 역시 외국인 투수인 하이로 어센시오가 맡는다. 어센시오는 마이너리그에서 119개의 세이브를 기록했지만, 한국 무대에서 검증을 거치지 못했다. 아직까지는 아무것도 확신할 수 없는 상황이다.

물론 마무리 자리 말고도 KIA가 채워야 할 포지션은 하나 더있다. 바로 '좌완 믿을맨'이다. 2008년 전병두 트레이드까지 갈 것도 없이 KIA는 유독 왼손 투수들과 인연이 없었다. 해태 시절 '가을까치' 김정수 이후 대가 끊겼다고 할 정도였다. 좌완 선발로는 프랜차이즈 스타인 양현종이 버티고 있지만, 냉정히 말해 불펜에는 빼어난 성적을 보여준 선수가 아직까지 없다. 10번째 우승을 차지했던 2009년 불펜의 'SKY'에도 옆구리와 우완만 있었을 뿐이다.

진해수를 SK로 보낸 후, 현재 KIA 1군 좌완 요원은 박경태, 임준섭, 심동섭 등이다. 이중 박경태는 가장 오래, 가장 많은 기회를 얻었던 선수지만 지난 시즌 1승 5패 4홀드 평균자책점 4.48에 그쳤다. 임준섭과 심동섭은 보여준 것보다 보여줄 것이 더 많은 선수들이다.

더욱이 지난 시즌 초반 좋은 활약을 펼쳤던 최향남이 미국 진출에 도전한뒤 최근 고양 원더스와 입단 계약을 맺었고, 팀내 '홀드 1위'였던 신승현은 FA 이대형의 보상선수로 LG 유니폼을 입게 됐다.

지난해 최종 성적 8위에 그쳤던 만큼 튼튼한 불펜을 꾸려 명예회복을 다짐했던 KIA지만 시작부터 삐그덕거리고 있다. 캠프 도중 부상으로 인해 낙오자가 생겼다. 군복무를 마친 곽정철이 왼쪽 무릎, '새내기 투수' 차명진이 오른쪽 팔꿈치 수술을 받았다. 이중 곽정철은 서재응, 송은범, 김주찬 등과 함께 비시즌 동안 괌 캠프를 떠나 일찍부터 시즌 준비에 나섰기에 더욱 안타깝다.

물론 보강도 있었다. 2010년 안영명과 함께 한화에서 트레이드된 박성호가 군복무를 마치고 팀에 복귀했고, 2차 드래프트를 통해 영입한 김태영도 재활 훈련을 소화하며 부활을 꿈꾸고 있다. 두 선수 모두 선동열 감독이 큰 기대를 걸고 있지만 실전 감각 회복이라는 과제 역시 남아있다.

올해부터 KIA는 최신 시설을 갖춘 새 구장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홈경기를 치른다. 그만큼 팀에 대한 팬들의 기대도 더욱 높아져 있다. 지난 시즌의 악몽은 깨끗이 털고, 새 부대에 새 술을 담자는 의미다.

KIA의 오랜 숙원인 튼튼한 불펜을 올해는 완성할 수 있을까. 지켜보는 일만 남았다.

나유리 기자 NYR@xportsnews.com



[사진=KIA 선수단과 선동열 감독 ⓒ 엑스포츠뉴스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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