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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신혜, '상속자들'로 배우 인생 되돌아보다

기사입력 2013.12.18 09:00 / 기사수정 2013.12.18 09:10

김승현 기자


[엑스포츠뉴스=김승현 기자] 배우 박신혜에게 지난 12일 종영한 SBS 수목드라마 '상속자들'은 값진 수확물이었다.

박신혜는 17일 서울 신사동의 한 식당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상속자들' 출연으로 배우 인생에서 소중한 자산을 쌓았다고 밝혔다.

"드라마가 큰 사랑을 받으면서 성황리에 끝났다. 내가 출연한 작품 중 SBS 드라마 '천국의 계단' 이후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다. 사실 촬영에 임하기 전에 '파리의 연인', '시크릿 가든', '신사의 품격' 등을 집필한 박은숙 작가님의 작품에 '내가 누가 되면 어쩌나?'하고 걱정했었다"

이러한 염려는 기우였다. 박신혜 주위에는 좋은 스태프와 배우들이 있었다. 이들과 함께한 시간을 즐거웠고 '민폐녀'가 될 것이라는 생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덕분에 박신혜는 난관을 헤쳐나갔고 배우로서 한 단계 성장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상속자들'을 통해 제2의 전성기를 맞이한 기분이다. '천국의 계단'의 아역부터 시작, '미남이시네요', '상속자들'을 거치며 한 단계 발전했음을 느낀다. 분명히 성과를 이뤘고 알찼지만, 그만큼 종영됐을 때 아쉬웠고 '미남이시네요' 촬영 당시 느낀 후유증이 몰려온다"

김은숙이라는 스타 작가의 명성은 분명 박신혜에게 부담감으로 다가왔다. 더구나 김 작가는 여자 주인공인 박신혜에게 극을 진두지휘하는, 막중한 책임감을 부여했다. 김 작가는 박신혜에게 기존의 이미지를 탈피할 것을 요구했단다.

"내가 여태까지 보여준 캐릭터가 발랄하고 통통 튀는 성격을 지녔다면, 이번에 맡은 차은상은 어머니가 언어 장애를 앓고 있고, 아르바이트에 찌들며 생계를 책임지는 18세 소녀다. 다소 불우한 환경이고 상황 자체가 어떻게 보면 억울하다고 볼 수 있다. 그래서 김 작가는 내게 가지지 못한 어린 소녀의 상황을 잘 표현해달라고 요구했다"

그동안 밝았던 캐릭터에 다소 치중했던 박신혜는, 이번 차은상 역할로 어두운 단면도 맛보게 됐다. 배우로서 명암(明暗)이라는 이중적인 면을 몸소 체득하게 된 것이다. 박신혜는 김 작가를 충족시키기 위해 다분히 노력했고, 그 흔적이 엿보였다.

"드라마 찍으면서 유독 우는 장면이 많았다. 차은상은 보살핌에 대한 갈증과 엄마에 대한 아픔이 많은 인물이다. 첫 회에서 엄마와 가슴 아픈 연기를 하는 장면이 있는데, 김 작가가 편집실에서 이를 본 뒤, 내게 '어쩜 그렇게 억울하게 보이느냐'라고 슬며시 말해줬다. 그 장면을 마음에 들어 하셨던 것 같다. 종영 이후 너무 울려서 미안하고 고생 많았다고 토닥여줬다" 



18세의 차은상은 23세의 박신혜에게 잠시 과거로 돌아가 보자고 제안했다. 박신혜는 잠시 5년 전으로 돌아가 소녀로 회귀했다. 연기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감정이입이 됐고 차근차근 배우 인생을 되돌아보게 됐다.

"돌이켜보면 나도 18세에 엄마, 친구와 많이 다퉜고 연기 생활에 슬럼프가 있었다. '미남이시네요'로 첫 주연을 맡은 당시에도 부담감이 몰려왔고, 스무 살이 되면서 내색하진 않았지만 정신적으로 곪아 있던 상태였다. 차은상도 어찌 보면 그 당시의 나와 같지 않았나 싶다"

슬럼프의 주 요인은 바로 아역이라는 타이틀이었다. 모든 아역 배우들은 성인 연기자로의 자연스러운 발돋움을 꿈꾼다. 아역 배우는 남들보다 이르게 연기의 내공을 쌓고 입지를 공고화하는 장점이 있지만, 아역의 굴레에서 벗어나 연기의 성숙함을 물 흐르듯 인계하기가 쉽지 않은 것이 어려운 측면으로 꼽히곤 한다. 쉽게 말해서 이미지 변신이다. 박신혜도 이를 피해가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18세 당시 아역을 떼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이를 벗고 성인 연기자로 거듭나기 위해 노력했다. '어떤 작품을 어떻게 선택해서 자연스럽게 극복할까?'라는 궁리를 자주 하곤 했다. 모색했던 방안은 나보다 나이가 많은 역할을 맡는 것이었다. 결국 무리수였다. 나 스스로도 느끼기에 어색한 부분이 많았고, 맞지 않은 옷을 입고 있는 것 같다는 주변의 말이 무성했다"

혼란스러웠던 박신혜는 자신을 추스르는 시간이 필요했다. 대학교 1학년 시절 잠시 연기를 중단하고 학업에 열중했다. 학교를 열심히 다니며 친구들과 섞여 지냈다. 그런데 동기인 고아라, 김범, 김소은이 활발하게 연기 활동에 임했고, 박신혜는 자신의 선택에 대해 재고할 수밖에 없었다.

"'나의 선택이 잘못된 걸까?', '작품을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다시 연기할 수 있을까' 등 걱정만 태산이었다. '천국의 나무', '궁S' 등 출연작들이 시청률 부진을 겪으면서 더욱 의기소침했었던 시절이었다. 이후 MBC 드라마 '깍두기'를 찍으면서 나이 차 많은 선배 배우와 연기하기가 무섭다는 생각도 했었다"



암흑기가 닥쳤지만, 반등의 계기를 마련해 준 '미남이시네요'는 그래서 더욱 박신혜에게 잊을 수 없는 작품이다. 또래 배우들, 그리고 파트너인 장근석과 함께하면서 연기에 대한 부정은 긍정으로 바뀌었고, 단점에 덮인 자신의 장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비록 시청률이 경쟁작인 '아이리스1'에 밀렸지만 해외에서 반응도 좋았다. 연기 인생에 든든한 지원군을 얻은 느낌이었다. 다시 연기에 정진할 수 있는 전환점이 됐다"

박신혜는 '상속자들' 출연으로 짧은 인생 속에 자리 잡은 긴 배우 생활을 추억했다.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아픈 만큼 성숙해 졌다. 그리고 데뷔 이후 최고의 한 해를 보내는 열매를 맺을 수 있었다.

"KBS 단막극 '걱정 마세요, 귀신입니다'와 tvN 드라마 '이웃집 꽃미남'를 거쳐 영화 '7번 방의 선물'을 거치며 연기 변신을 꾀했다. 기라성같은 선배 배우들 사이에서 연기할 수 있는 기쁨을 누렸다. 물론 분량과 비중도 중요하지만 새로운 캐릭터를 소화한 것에 대한 감격이 더 크다. 발랄한 캐릭터를 잠시 내려놓고 새로운 면을 보게 됐다"

'7번 방의 선물'에 이어 '상속자들'까지 연타석 홈런으로 주변에서는 1년 장사를 끝냈다고 말하기도 한단다. 박신혜는 올해 인상 쓸 겨를 없이 열심히 뛰었고, 가장 바빴던 한 해를 보냈다고 자평했다. '박신혜'라는 브랜드를 구축한 효과는 물밑 듯이 밀려오는 러브콜로 입증됐다.

"현재 차기작을 검토하고 있다. 영화 출연과 관련한 얘기가 오가고 있고, 다수 드라마 감독들의 캐스팅 제의가 있었다. 현재 대본을 차차 읽어보고 있다. 무엇보다도 이제는 특정한 직업군을 가진 20대 역할을 해보고 싶다는 것이다"

자신을 돌아본 박신혜는 끝으로 성장은 아직도 진행형이라며 자신이 가야 할 길을 제시했다.

"대한민국에서 여배우로서 사랑받는 일은 굉장히 어렵다. 새 얼굴이 계속 나와 인기를 유지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나도 매력을 어필하고 싶은데 아직 나는 2% 부족하다고 자책한다. 나를 열렬히 지지해주는 팬들을 위해서라도 진일보할 것을 약속한다"
  
김승현 기자 drogba@xportsnews.com

[사진 = 박신혜 ⓒ S.A.L.T. 엔터테인먼트]


김승현 기자 drogba@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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