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김영진 기자] '상속자들'은 판타지가 많이 가미된 작품이었다. 그런데 마지막 회에서 주인공들의 현실적인 아픔이 학교 교내 바닥에 그려져있던 '시체보존선'으로 드러날 수 있었다.
12일 방송된 SBS 수목드라마 '왕관을 쓰려는 자, 그 무게를 견뎌라-상속자들' 마지막 20회에서는 제국고등학교 교내 시멘트 바닥에 그려진 '시체보존선'의 비밀이 밝혀졌다. 시체보존선의 범인은 따로 없었다. 그저 제국고에 다니는 '학생들'이 그 범인이었다.
이날 차은상(박신혜 분)은 제국그룹의 회장 해임안을 막기 위해 미국으로 떠난 김탄(이민호)에게 여러 메시지를 보냈다. 그중 은상은 자신이 본 시체보존선의 범인에 대해 이야기 했다.
은상은 아침 일찍 학교를 나왔다가 누군가가 시체보존선을 덧칠하고 있는 광경을 목격했다. 하지만 이상한 점은 그 누군가가 계속 바뀐다는 점이었다. 그리고 은상은 알았다. 상위 1%의 아이들이 다니는 제국고는 무조건 행복할 수 없는 공간이라는 것을.
이 '시체보존선'이 의미하는 바는 크다. '상속자들'은 사실 현실적이지는 못하지만 드라마틱한 소재로 시작을 알렸다. 상위 1%의 제국그룹의 아들 김탄, 벙어리 엄마를 둔 가난상속자 은상이 사랑에 빠져 많은 위기를 극복해나가는 과정이 '개연성'보다는 '우연성'으로 이루어진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동화 속에만 있을 것 같은 주인공들이 결국 시체보존선에 덧칠을 하며 자신만의 불행이 있다고 알렸다. 그리고 그것을 본 건, 아이러니하게도 가난상속자인 차은상이었다.
그리고 은상이 마지막으로 본 불행을 가진 제국고 학생은 최영도(김우빈)였다. 영도는 은상이 첫 사랑이지만 탄을 사랑하는 은상에 마음을 털어내야 했다. 거기에 무조건 미움만 남았다고 믿어왔던 아버지 최동욱(최진호)의 자리가 비자 어쩔 수 없이 슬픔을 느끼는 아들이었다.
또한 영도는 친엄마(최지나)를 찾아가 "엄마"라고 여러 번 불러보았다. 눈물의 재회였고, 그간의 큰 그리움에도 두 사람은 울면서 서로를 끌어안을 뿐, 그 어떤 것도 보상받을 수 없었다.
이렇듯 '상속자들' 속 아이들이 어떤 그룹의 상속자인 아들, 딸이라고 해서 무조건 행복한 건 아니었다. 탄의 형 김원(최진혁)은 제국그룹을 지키는 대신 사랑하는 현주(임주은)와 헤어지고 마음에도 없는 결혼을 해야 했다. 결국 '왕관을 쓰려고' 했던 원은 '그 무게'를 견뎌야 했다. 하지만 탄은 알았다. 밤마다 원이 눈물을 흘리며 슬퍼한다는 사실을 말이다.
불행은 이효신(강하늘)에게도 있었다. 유라헬(김지원)은 불면증에 시달리다 정신과를 찾았고 그곳에서 효신을 만났다. "여기 다니나봐?"라고 묻는 효신에 유라헬은 "처음 온 거다"라고 대답했다. 이에 효신은 "나는 여기 다니는데"라고 말했다. 머리도 좋고 공부도 잘하는 효신은 늘 완벽하길 바라는 엄마 때문에 불행했었다. 효신은 라헬에게 군대를 갈 거라고 말했다. 불행으로부터 도망칠 유일한 탈출구였기 때문이다.
'상속자들'에는 열여덟, 십대들의 사랑도 있지만 그 안에 비현실적인 이들이 겪어내야 할 고통의 무게도 담겨있다. 탄과 은상은 10년 후, 모두들 행복에 빠진 모습을 상상했다. 이들의 10년 후가 '상속자들' 결말에서는 정확하게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시청자들은 탄의 상상에서라도 모두가 행복한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그렇게 될 것이라고, 탄처럼 믿게 됐다.
김영진 기자 muri@xportsnews.com
[사진 = 최진혁, 임주은, 김우빈, 강하늘, 김지원, 박신혜, 이민호 ⓒ SBS 방송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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