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김형민 기자] 세계를 주름 잡는 토털 사커의 과거형과 현재형이 만났다. 지난 주중 별들의 전쟁에선 토털 사커의 대명사 아약스와 FC바르셀로나가 만나 눈길을 끌었다.
두 팀은 지난 27일(한국시간)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아레나에서 '2013-2014 UEFA 챔피언스리그 H조 조별리그 5차전'을 벌였다. 결과는 아약스의 2-1 승. 이번 결과로 아약스는 16강행 희망의 불씨를 살리며 H조의 운명을 미궁 속으로 몰아 넣었다.
이날 경기는 손조와 후손 간의 맞대결이나 다름 없었다. 요한 크루이프라는 이름을 공감대로 양 팀은 토털 사커라는 공통 분모를 공유하고 있다. 저명한 역사학자 E·H 카가 말하길 "역사는 과거와 현재의 대화'라 했건만 이날 그라운드 위에서도 과거와 현재가 만나 토털 사커의 새로운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다.
아약스-바르샤 사이 운명의 끈 '크루이프'
아약스와 바르셀로나는 남다른 인연을 맺고 있다. 양 팀의 동시 레전드로 남아 있는 요한 크루이프가 선수, 감독으로 거쳐 간 팀들로 잘 알려져 있다. 가장 주목해야 할 지점은 감독 경력이다. 크루이프는 1986년부터 1988년까지 아약스 지휘봉을 잡은 뒤 1988년부터 1996년 사이 바르셀로나 감독을 역임했다.
이 과정에서 양 팀의 공감대가 형성됐다. 크루이프는 아약스 감독시절부터 지도철학으로 삼았던 토털 사커를 바르셀로나로 둥지를 옮긴 이후에도 유지했다. 아약스에서 성공을 거뒀던 전술과 철학을 수정, 보완해 바르셀로나에도 그대로 이식했다.
이를 두고 혹자들은 아약스를 바르셀로나의 선조격으로 보고 있다. '더 팀 바르셀로나'를 지은 바르셀로나 전문 일본 기자 니시베 겐지는 책을 통해 "1980년대 후반 아약스는 현재의 바르셀로나 축구의 표본이나 다름 없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아약스에서부터 시작된 크루이프의 철학은 최근 세계 축구의 최고봉으로 대두됐다. 여기엔 바르셀로나의 성공이 큰 몫을 했다는 평가다. 크루이프읠 철학을 몸소 체험한 펩 과르디올라 감독이 이상향을 완벽 구현해내며 2008년부터 2012년 사이 세계 무대를 주름잡았다.
'선조' 아약스, '후손' 바르샤에 훈수
올 시즌 토털 사커는 새로운 스토리 탄생을 예고했다. 아약스와 바르셀로나가 한 조에 묶이면서 이들이 풀어낼 이야기에 관심이 집중됐다. 첫 맞대결은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 지난 9월 캄프 누에서 벌어진 맞대결에서 바르셀로나는 아약스를 4-0으로 누르며 현대판 토털 풋볼의 진수를 선보였다.
절치부심한 아약스는 홈으로 자리를 옮긴 5차전에서 반전에 성공했다. 자신들을 상대로 해트트릭을 기록했던 메시가 빠진 바르셀로나를 2-1로 물리쳤다. 그것도 10명의 수적 열세를 극복한 결과물이어서 극적 요소는 더욱 부각됐다.
무엇보다 압박이 빛났다. 선조 아약스는 후손 바르셀로나의 약점을 분명히 알고 있었다. 경기 초반부터 아약스는 전방위 압박으로 바르셀로나의 소유권을 갈취했다. 2골 모두 압박 과정에서 나왔다. 전반 19분 툴라이 세레로가 선제골을 터트린 아약스는 전반 42분엔 바르셀로나의 패스를 끊어 대니 호에센이 추가골을 기록해 승리를 예감했다.
아약스는 후반 4분 사비 에르난데스에게 페널티킥을 내줘 한 골차 추격을 허용했다. 이 과정에서 생긴 수적 열세와 바르셀로나의 공세로 위기에 몰리기도 했지만 아약스는 견고한 토털 수비를 바탕으로 승리를 지켜냈다.
선조 아약스의 승리에 주위에선 찬사들이 쏟아졌다. 네덜란드 '데 텔레그라프'는 "아약스가 경기 초반부터 압박을 가했고 이는 위대한 경기로 이어졌다"고 호평한 데 이어 크루이프 역시 "아약스는 좋은 궤도에 올라 있었다. 바르셀로나의 경기속도가 아약스를 압도할 정도로 높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패한 바르셀로나로선 잘 짜여진 수비와 압박에 토털 사커도 힘을 잃을 수 있다는 진리를 아약스를 통해 다시 한번 느꼈을 법했던 대결이었다.
김형민 기자 sports@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