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김형민 기자] 운명의 장난은 모질었다. 갈길 바쁜 함부르크가 반가운 얼굴 손흥민(레버쿠젠)에게 해트트릭을 헌납하는 새드엔딩을 연출했다.
손흥민은 9일(한국시간) 레버쿠젠 바이아레나에서 펼쳐진 '2013-2014 독일 분데스리가 12라운드'에서 함부르크를 상대로 해트트릭을 작성했다. 친정과 첫 만남이었지만 승부는 냉정했다. 손흥민은 89분간 그라운드를 누비며 독일 무대 첫 해트트릭 달성이라는 역사적인 기록에 1도움까지 더하며 최고의 활약을 선보였다.
승부의 세계, 손흥민은 절친과 친정의 옛기억을 지웠다. 만남의 시점이 절묘했다. 함부르크는 최근 갈 길이 먼 상황이다. 손흥민의 은사인 토르스텐 핑크 감독이 경질되고 반 마르바이크 감독이 새 사령탑으로 내정됐고 서서히 전력을 끌어올리는 중이었다. 그랬기에 레버쿠젠 원정길이 중요했다. 리그 14위로 처져 있는 함부르크는 승점 3점을 추가할 경우 중상위권으로의 도약도 가능했다.
하지만 생각만큼 경기가 진행되지 않았다. 팀 간판 공격수 아르티옴스 루드네브스와 수비라인 주축으로 활약하던 요한 주루가 나란히 부상으로 결장했다. 전력상 공백이 생기자 이를 잘 아는 손흥민이 파고들었다.
손흥민은 친정 함부르크를 상대로 그동안 조용했던 득점포를 가동하면서 함부르크 수비진을 무릎 꿇게 만들었다. 잇다른 득점 장면 속에서 마르바이크 감독은 벤치에서 얼굴을 감싸쥐며 안타까운 마음을 숨기지 못했다.
손흥민은 전반 9분 정확한 왼발 골과 전반 16분 폭풍드리블로 2골을 뽑아내더니 후반 10분엔 행운의 골을 성공시키면서 해트트릭을 완성시켰다. 기세가 오른 손흥민은 후반 27분 절묘한 패스로 슈테판 키슬링의 골을 도우며 자신을 성장시킨 옛 친정팀에게 얼마나 발전했는지 증명했다.
[사진=손흥민 (C) Gettyimages/멀티비츠]
김형민 기자 sports@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