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황후
[엑스포츠뉴스=김현정 기자] 방영 전부터 역사 왜곡 논란이라는 태풍을 맞은 '기황후'가 웅장한 스케일과 속도감 있는 전개, 배우들의 열연 속 뚜껑을 열었다.
28일 첫 방송된 MBC 새 월화드라마 '기황후'(극본 장영철 정경순, 연출 한희 이성준)에서는 공녀로 끌려갈 위기에서 벗어난 기승냥(하지원 분)이 남장을 한 채 왕고(이재용)의 수하가 된 내용이 그려졌다.
웅장한 연출이 인상적인 첫 회였다. 고려 여인 기승냥이 원나라 황제 타환(지창욱)과 황후 대례식을 갖는 장면으로 화려한 포문을 열었다. 금색 봉황이 수놓아진 붉은색 의상과 금으로 된 머리 장식을 착용한 기승냥은 아름다움을 뽐내면서도 사연이 있는 듯 얼굴에 복합적인 감정을 내보였다.
이어 과거로 장면이 전환됐다. 기승냥은 어머니를 잃게 한 친원파 거두 왕고에게 복수하기 위해 일부러 왕고 밑으로 들어가 남장 생활을 했다.
뛰어난 활솜씨를 갖춘 기승냥은 악소배 승냥이파의 두령 노릇을 하며 지내다 왕유(주진모)와 만났다. 두 사람은 자존심을 건 활쏘기 대결을 하며 가까워졌다. 하지만 소금 밀매 문제로 두 사람의 관계는 급변했고, 기승냥이 왕고의 수하임을 알게 된 왕유가 기승냥을 붙잡으면서 향후 전개에 대한 궁금증을 낳았다.
역사 왜곡 논란에서 한 걸음 비켜나와 드라마 자체만 본다면 충분히 매력적이었다.
중국 현지 세트장에서 이뤄진 촬영답게 대규모 책봉식은 웅장하고 화려하게 꾸며져 시선을 잡아당겼다. 이야기의 진행 속도도 빨랐다. 공녀로 팔려갈 뻔한 어린 기승냥이 성인이 돼 총명하고 뛰어난 무술 실력을 지닌 남장 여인으로 성장하는 과정은 조금의 지지부진함 없이 긴장감 있게 전개됐다.
배우들의 호연도 몰입을 도왔다. 하지원, 주진모, 이재용, 권오중, 이문식 등 연기력이 보장된 배우들이 캐스팅 된 덕에 연기력 논란 같은 우려는 찾을 수 없었다. 특히 '황진이'(2006 ) 이후 7년 만에 사극에 컴백한 하지원은 믿고 보는 배우라는 별명이 과언이 아닐 만큼 풍부한 감정 연기부터 활 액션까지 능숙하게 소화해냈다.
스케일과 속도, 캐릭터를 소화하는 배우들의 능력까지 3박자가 잘 맞아떨어진 한 회 였지만 드라마 내적인 재미를 제외한다면 어딘지 찝찝한 구석이 있다.
'기황후' 측은 방송 전 "이 드라마는 고려 말, 공녀로 끌려가 원나라 왕후가 된 기황후의 이야기를 모티브로 했으며, 일부 가상의 인물과 허구의 사건을 다루었습니다. 실제 역사와 다름을 밝혀드립니다"라는 자막을 띄워 픽션, 혹은 팩션(팩트+픽션)임을 고지했다.
그러나 타이틀이자 주인공인 기황후가 엄연히 실존인물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역사 왜곡 논란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는 비록 가상 인물로 설정이 변경됐지만 충혜왕과 다름 없는 왕유 캐릭터도 마찬가지다.
제작진이 강조한 것처럼 고려의 백성에서 37년간 원나라의 지배자로 군림한 여인인 기황후가 황후가 되기까지의 과정은 꽤나 흥미로운 소재거리다. 하지만 고려 국정을 농단했던 오빠 기철이 공민왕에게 척살 당하자 원나라 군대를 보내 고려를 치게 한 인물로 알려진 기황후를 단순히 성공한 고려 여인으로 바라보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 실제 역사와 동떨어진 까닭에 갈수록 시청자의 몰입을 떨어뜨릴 우려도 존재한다.
말 많고 탈 많은 '기황후'가 첫 회에서 보여준 완성도 있는 극본과 연출, 열연을 등에 업고 각종 논란들을 조금씩 극복해나갈지 지켜볼 일이다.
김현정 기자 khj3330@xportsnews.com
[사진 = 기황후 ⓒ MBC 방송화면, 포스터]
김현정 기자 khj3330@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