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비티
[엑스포츠뉴스=나유리 기자] '그래비티'는 분명 새로운 유형의 재난 영화다.
언론시사회를 통해 '그래비티'를 보고 난 후, 지인들이 종종 '그래비티'에 대해 묻지만 좀처럼 명쾌한 설명을 해주기가 어렵다.
허블 우주 망원경을 수리하기 위해 우주에 머물던 스톤 박사(산드라 블록)는 폭파된 러시아 인공위성의 잔해 때문에 예상치 못한 재난에 맞닥뜨리게 된다. 지구에서 600km 떨어진 우주 공간에 홀로 남겨진 스톤 박사는 살아 남아 지구로 귀환하기 위해 지켜보는 이마저 호흡이 곤란할 만큼 험난한 여정을 펼치게 된다.
'그래비티'가 새로운 유형의 재난 영화인 이유는, 외계인이나 광선검, 초특급 최신 우주선 아니면 슈퍼 히어로 등이 등장하지 않기 때문이다.
주인공 산드라 블록 다음 출연 비중을 차지하는 '매트' 역의 조지 클루니 마저 조연급의 등장 시간을 차지하는 점을 감안하면, '그래비티'는 우주 공간에 압도된 채 상상도 못 할 공포심에 사로잡힌 인간의 모습을 순수하고 진솔하게 담아낸 '휴먼스토리'로 보는 게 더 옳을 것 같다.
더욱이 3D로 관람할 경우 '그래비티'가 주는 현실적인 공포감은 극에 달한다. 자전하는 지구의 낮과 밤이 끊임 없이 스크린 한 구석을 메워주며 '내가 지금 지구 밖에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게 만든다.
또 중력과 산소가 없는 공간에서 외로운 생존 싸움을 벌이는 산드라 블록을 지켜보고 있노라면 이유 없는 압박감에 숨을 크게 들이키게 될지도 모른다. 3D 안경을 쓴 뒤, 스크린 속에서 날아오는 위성 조각과 볼트, 너트를 자신도 모르게 요리조리 피한다면 이 영화가 기술적으로도 훌륭하다는 증거가 될 것임은 물론이다.
무엇보다 아이를 잃은 후 이유도, 목적도 없이 살고 있었던 산드라 블록이 중국 우주 정거장의 '소유즈'에 앉아 눈물을 '방울방울' 흘려보내는 장면은 그 어떤 긴박한 상황보다 더 뜨겁게 지구 위에 펼쳐진 일상의 소중함을 느끼게 한다.
'그래비티'의 제작사인 워너브러더스 측은 '휴스턴 관제센터의 모습', '산드라 블록의 러브라인', '산드라 블록의 과거 회상 장면' 등을 넣어줄 것을 요구했다고 전해진다. 흔들리지 않고 뚝심 있게 대자연 우주 속에 내던져진 인간의 모습에 초점을 맞춘 알폰소 쿠아론 감독은 박수받아 마땅하다.
약속된 런닝 타임이 모두 지나고 검정 화면 위에 'GRAVITY'라는 글자가 스크린 위에 선명하게 펼쳐진 후, 극장 의자에서 몸을 일으켜 발로 땅을 딛는 관객들의 기분은 분명 색다를 것 같다.
나유리 기자 NYR@xportsnews.com
[사진 = 그래비티 ⓒ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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