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전주, 김덕중 기자] 크로아티아전을 맞아 홍명보 축구 대표팀 감독이 꺼낸 구자철 시프트는 절반은 성공 또 다른 반은 실패였다.
홍 감독이 이끈 축구대표팀은 10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크로아티아와 친선경기에서 1-2로 패했다. 준비한 내용물은 많았지만 정작 박수를 받을 만한 것은 없었다.
홍 감독은 경기 전날 열린 공식 기자회견에 동석하고 밝혔던 대로 구자철을 공격형 미드필더가 아닌 수비형 미드필더로 출전시켰다.
객관적인 전력에서 한 수 위인 크로아티아를 맞아 중원에서 좀 더 안정적인 운영을 꾀해야 승산이 있다고 판단한 홍 감독은 구자철과 김보경을 함께 활용할 생각으로 구자철의 포지션을 이동시켰다.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예상했다. 제주 유나이티드 시절까지 수비형 미드필더로 뛰었고 올 시즌 소속팀에서도 공격보다 조율에 역할을 부여받고 있어 구자철의 이동은 새로운 중원 조합의 기회가 될 것이라는 평가가 다수였다.
구자철도 자신감을 보였다. 그는 "아시안컵을 계기로 공격적인 면을 보여줬지만 전까지 이 포지션에서 뛰었었다"며 "내가 잘 할 수 있다면 위치는 상관이 없다"고 큰소리를 쳤었다.
하지만 결과론적으로 구자철의 하향은 이도저도 아닌 모습으로 마무리됐다.
구자철의 장점이던 안정된 볼 키핑을 앞세운 전진성은 한 칸 아래로 내려오자 빨간불이 켜졌다. 볼을 우선 컨트롤하는 구자철의 성향은 상대진영보다 한국 진영에 있으니 불안요소로 변했다.
전반 5분 니콜라 칼리니치에게 슈팅을 허용한 장면도 구자철의 키핑 실패가 발단이 됐다. 더불어 공격적인 플레이에 익숙해선지 기본 위치도 올라가 있어 파트너인 박종우에게 과부화가 걸리는 양상도 보여줬다.
홍 감독은 내려선 구자철의 모습이 답답했는지 후반 들어 한국영을 투입하며 구자철을 최전방으로 올렸다. 제로톱으로 뛴 구자철은 한결 자유로운 움직임으로 공격을 이끌었다.
제로톱답게 2선으로 내려와 공격의 징검다리 역할을 했고 특유의 원터치 패스를 통해 측면으로 볼을 벌려주며 공간을 만드는데 성공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비록 공격을 퍼붓는 가운데 골을 만들지 못하는 사이 크로아티아에 2골을 허용하며 구자철의 제로톱은 힘을 잃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내려섰을 때보다 올라왔을 때, 공격적으로 뛸 때 구자철은 더 빛났다.
김덕중 기자 djkim@xportsnews.com
[사진=구자철 ⓒ 엑스포츠뉴스DB]
조용운 기자 puyol@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