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조광수, 김승환 결혼
[엑스포츠뉴스=한인구 기자] 축제였다. 정확히 말하자면 성소수자들을 위한 '아우성'이었다.
영화감독 김조광수와 레인팩토리 대표 김승환의 결혼식이 7일 서울 청계천 광통교에서 열렸다. 김조광수와 김승환의 결혼식은 공개적으로 진행되는 동성 결혼식이라는 점에서 많은 대중의 관심을 받았다. 70여 명의 취재진은 물론 300여 명에서 시작해 결혼식 말미에는 1000여 명의 하객들이 모여들었다.
김조광수와 김승환의 결혼식은 광통교 다리 위에서 진행됐다. 청계천 옆 도로와 다리 밑의 행인들의 시선이 잘 닿는 곳이었다. 하객들을 맞는 입구에는 김조광수와 김승환의 실제크기와 비슷한 전신사진이 있었다. 시민들은 '김조광수 김승환의 당연한 결혼식, 어느 멋진 날'이라는 문구가 흰색으로 쓰인 분홍색 풍선을 들었다.
결혼식에 앞서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김조광수는 "이성애자였으면 가수 이효리처럼 조용히 결혼했을 것이다"라며 "우리는 많은 사람 앞에서 결혼할 수밖에 없다. 많은 동성애자도 결혼을 선택할 수 있는 권리를 얻어내기 위해서는 요란법석을 떨어야 한다"고 했다.
그의 말처럼 결혼식은 축제를 방불케 했다. 첫 주자인 이디오테잎을 시작으로 에이템포, 강허달림, 지보이스, 사우스카니발, 허클리핀의 공연이 이어졌다. 모두 각자 3,4곡을 연주하고 부르며 현장 분위기를 달궜다.
공연 중간에는 김조광수와 김승환이 준비한 이벤트도 하객들에게 재미를 줬다. 강허달림의 공연이 끝나고 김조광수는 긴 코트를 입고 등장했다. 김조광수는 "그대여, 열 다섯 사춘기에 게이란걸 알았죠…언젠간 당당히 사랑하고 싶어요"라는 가사에 맞춰 뮤지컬을 공연했다. 이어 등장한 김승환 역시 "그대여, 열 아홉 나이차가 중요하진 않았죠. 남 몰래 사랑했던 그 남자"라는 가사에 맞춰 노래를 불렀다.
그 후 김조광수와 김승환은 자신들이 입은 코트를 벗었다. 두 사람은 흰 제복을 입고 있었다. 그들은 "상대를 평생의 반려자로 만나 영원히 사랑할 것을 서약합니다"라고 사랑의 서약을 맺으며 하객들을 향해 공손히 인사했다.
서로 지켜야 할 '결혼생활 십계명'을 차근차근 세어나가기도 했다. 그들은 '상대가 흰머리가 나면 염색해주기', '바람은 꿈에서만 피우기', '집안에서 소리지르지 않기' 등의 약속을 했다. 김승환은 십계명을 하나하나 열거할 때 감정이 복받쳐 잠시 울음을 터뜨렸다.
결혼식 마지막 순서인 부케 던지기에 앞서 김승환은 "저희 가족들도 이곳에 왔다. 저를 이해하려고 노력했던 부모님에게 감사한다"고 말했다. 김조광수는 자신의 어머니를 직접 무대 위로 모셨다. 김조광수의 어머니는 "(성소수자 자녀를 둔) 어머니들은 숨어 계시지 말고 앞으로 나왔으면 좋겠다. 힘을 모아 자녀들을 도우자"라고 말했다. 어머니가 다시 무대 밑으로 내려가기 전 김조광수와 김승환은 어머니께 큰 절을 올렸다.
김승환은 이성애자인 자신의 남성친구에게, 김조광수는 하객들에게 부케를 던졌다. 김조광수-김승환은 하객들과 함께 그룹 페샷보이즈의 '고 웨스트' 곡에 맞춰 춤을 추는 것으로 결혼식을 마무리했다. 그들은 하객들 앞에서 웃음 터지는 춤을 추며 청계천에 모인 하객들과 끝까지 호흡하려 노력했다.
결혼식이 순탄치만은 않았다. 대학생 지지자 모임 '이 결혼 찬성일세'의 대표 2명이 무대에 올라 지지 선언문을 읽으려 하자 한 남성이 무대 위로 뛰어들어 오물을 뿌렸다. 또한 활빈단 측 관계자는 '청계천 더럽히는 동성 결혼 박살내자'라는 내용의 피켓을 들고 무대로 올라 소동이 벌어졌다.
떠들썩하고 신났지만 웃을 수만은 없는 결혼식이었다. 김조광수는 기자회견에서 "우리나라는 동성애자의 결합을 진지하게 생각하는 기회가 없었다"라고 말했다. 어쩌면 그들에게 공개 결혼식은 어쩔 수 없었던 선택이었을지 모른다.
한인구 기자 in999@xportsnews.com
[사진 = 김조광수, 김승환 ⓒ 엑스포츠뉴스 권태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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