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신원철 기자] 9월, 더그아웃이 한층 붐비기 시작했다.
지난 1일 한국프로야구 9개 구단은 확대 엔트리 적용에 따른 1군 등록 선수들을 발표했다. 이날부터 각 구단은 31명의 선수들을 1군에 보유할 수 있다. 자리가 났다고 모두가 '주머니 속 송곳'이 될 수는 없는 법. 어떤 선수가 눈에 띄는 활약을 펼쳤는지 살펴봤다. 단 9월 전까지 올 시즌 1군에서 20경기 이상 뛴 선수는 대상에서 제외했다. 기록은 6일 오전 기준이다.
▲난세에는 나, SK 안치용
SK는 지난해까지 6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진출했다. 올해는 사정이 다르다. 전반기까지 5할 승률을 밑돌았다. 순위가 한때 7위까지 내려가면서 가을야구는 희망 사항으로 남는 듯했다. 하지만 8월 승률 6할 6푼 7리(14승 1무 7패)로 4강권 팀을 맹추격하면서 7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의 마지막 끈을 붙잡고 있다.
상황은 여전히 좋지 않다. 4위 넥센과의 승차는 4.5경기. 넥센이 남은 19경기에서 10승만 따내도 SK는 18승(6패)을 올려야 한다. 이 '난세'에 안치용이 돌아왔다. 1군 복귀 첫날부터 화끈했다. 3일 LG전 2-3으로 끌려가던 9회 대타로 출전해 결승 2타점 적시타를 날렸다. SK는 안치용의 적시타 덕분에 연패를 면할 수 있었다.
안치용의 올 시즌 2군 성적은 58경기에서 타율 2할 7푼 9리(172타수 48안타) 5홈런 OPS(출루율+장타율) 0.828이었다. 마지막 5경기에서는 15타수 5안타로 타격감을 끌어올렸다.
SK 이만수 감독은 경기가 끝난 뒤 "안치용의 적시타가 대단했다"며 돌아온 난세의 영웅을 환영했다. 비록 4일 LG전에서는 2타수 무안타로 침묵했지만 남은 23경기에서 언제든 능력을 보여줄 수 있는 선수다. 안치용은 "매 경기 집중해서 하다 보면 좋은 결과가 있을 거라 믿는다"며 팀에 '긍정의 힘'을 전파했다.
<표1. SK 안치용 2013 성적>
▲두산 새 활력소, 김동한
두산 베어스는 9월 첫 4경기에서 모두 승리했다. 외야수 이종욱의 복귀와 더불어 입단 3년차 김동한이 대활약했다. 그는 3,4일 한화전에서 6타수 4안타 2볼넷을 기록했다. 안타 4개 가운데 2루타는 2개, 3루타는 1개였다.
두산 김진욱 감독은 9월 확대 엔트리 시행을 앞두고 "2군에서 누가 올라오건 잘 할 확률은 물음표다"라고 말했다. 틀린 말은 아니었다. 두산은 지난달 31일까지 팀 OPS(출루율+장타율) 0.788을 기록했다. 출루율과 장타율 모두 리그 1위. 2군에서 OPS 1.063을 기록한 김동주마저 올라오지 않는 상황, 누가 와도 야수진에 변화는 없을 듯했다.
9월 첫날 두산은 투수 2명(원용묵, 함덕주)과 야수 2명(허경민, 김동한)을 1군에 올렸다. 그 중 1명이 바로 김동한이었다. 그는 올 시즌 퓨처스리그 69경기에서 타율 3할 2푼 1리를 기록했다. 키 175cm에 몸무게 73kg. 크지 않은 체격이지만 장타율이 0.515일 정도로 타격에는 재능이 있다. 1군에서 보여준 모습을 우연으로 치부할 수 없는 이유다.
<표2. 두산 김동한 2013 성적>
▲'끝날 때까지 끝난 것 아니다' 2군 지배자들
확대 엔트리에 포함되지 않았지만 여전히 2군에서 돋보이는 선수들이 있다. 7일 현재 각 팀이 최소 18경기에서 최대 23경기를 남겨둔 시점에서 마지막 기회를 노려볼 만한 선수들을 찾아봤다.
타자 가운데에는 넥센 안태영이 돋보인다. 남부리그(넥센 상무 삼성 NC 롯데 KIA) 타율·홈런·타점 3개 부문에서 4위 안에 이름을 올렸다. 지난달 24일 말소되어 곧 1군 등록도 가능하다. 팀 동료 조중근도 타율 3할 3푼 5리, OPS 0.941로 기회를 노리고 있다. 삼진(27개)보다 볼넷(36개)이 많았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표3. 안태영·조중근 2013 퓨처스 성적>
북부리그는 경찰 야구단 선수들이 개인 타이틀을 휩쓸다시피 했다. 투수 장원준과 포수 장성우가 특히 돋보였다. 두 선수 모두 28일 전역 예정이며 원소속팀인 롯데의 결정에 따라 1군 복귀도 가능하다. 물론 스토브리그에 있을 2차 드래프트와 혹시 모를 FA영입에 대비해 연내 복귀시키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4강 싸움을 위한 '조커'로 투입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표4. 장원준·장성우 2013 퓨처스 성적>
▲ 효과 미미한 확대 엔트리, 이유는?
아직 9월 첫째 주도 끝나지 않은 시점이기는 하지만 대부분 구단이 확대 엔트리 적용으로 큰 재미를 보지 못했다. 새로 1군에 등록된 선수들이 경기에 출전하지 못한 경우도 있었다. 안치용이 1승을 만들어낸 SK, 김동한이 활력을 불어넣은 두산 정도를 제외한 나머지 구단의 경우 확대 엔트리 효과가 크지 않다. 있더라도 올 시즌 1군에서 활약했던 선수들인 경우가 많았다.
확대 엔트리는 한 시즌 동안 1군의 좁은 문을 넘지 못한 유망주에게 기회를 주고자 만든 제도다. 결과를 내야하는 구단 입장에서는 무작정 기회를 줄 수는 없다. 올해도 마찬가지. 삼성은 투수 신용운과 권혁을, 넥센은 김병현 이보근을 올려 구원진을 보강했다. SK는 외야수 임훈과 김재현, 내야수 나주환을 통해 교체선수 폭을 넓혔다.
가장 큰 이유는 각 팀이 20여 경기를 남겨둔 시즌 막판까지 치열한 순위 싸움을 치르고 있기 때문이다. 마음 놓고 유망주를 투입할 수 없게 된 점이 큰 영향을 미쳤다. 새 얼굴을 기용할 시점이 마땅치 않았다는 의미다. 매 경기 결승전 같은 긴장감이 흐르는 가운데 이들 유망주가 실수라도 한다면 당사자에게는 '트라우마'로 이어질 수 있다. 선수 한 명 키우기가 이렇게 어렵다.
신원철 기자 26dvds@xportsnews.com
[사진=경기 중인 KIA와 두산 선수들, SK 와이번스 선수단 ⓒ 엑스포츠뉴스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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