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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VP 노리는 우리은행 양지희 “농구는 멘탈이더라”

기사입력 2013.08.19 04:24

홍성욱 기자


[엑스포츠뉴스=시즈오카(일본), 홍성욱 기자] 비장했다. 그가 한마디씩 속내를 드러낼 때마다 표정에 절로 눈이 갔다.

올해 서른 살이 된 프로 11년생 양지희(우리은행 한새) 얘기다. 그의 농구인생은 지난 3월 소속팀의 통합우승(2012~13 정규시즌·챔피언결정전)을 계기로 확연히 달라졌다.

양지희에게는 생애 첫 우승이었다. 챔피언 등극이 확정되는 순간에는 기쁨과 환호도 어떻게 표현해야할지 어색했고, 그저 끝났다는 사실에 홀가분한 마음이었지만 시간이 지나고 우승을 곱씹어보면서 그는 생각의 일대전환을 맞는다. 우승이 터닝포인트가 된 셈이다.

“지난 시즌은 사실 부담 없이 코트에 나섰어요. 꼴찌를 벗어나면 된다는 생각이었지요. 지금은 다릅니다. 꼭 정상을 지켜내겠다는 생각뿐입니다.”

양지희는 이전까지 ‘억누름’이라는 키워드에 갇혀 지냈다. 감독과 코치의 지시에만 따르며 움직였다. 훈련도 따라가기에 급급하다보니 힘들기만 했다. 그저 수동적인 반복이었다. 이 틀을 깰 수 있었던 건 우승에 대한 재도전을 혼자서 굳게 마음먹는 순간부터다.

마음가짐이 변하자 행동은 자연스레 따라왔다. 지난 7월 악명 높기로 소문난 여수 체력훈련 때 양지희는 400미터 트랙 10바퀴를 뛰면서 자신에게 물었다. ‘나 지금 최선을 다하고 있니? 더 빨리 뛸 수 있다면 지금 당장 치고 나가!’

결과는 놀라웠다. 1년 전보다 무려 3분을 줄인 것이다. 뛰는 모습을 지켜보던 위성우 감독은 깜짝 놀랐다. 손에 든 초시계를 몇 번이고 다시 쳐다봤다.

양지희는 “내가 최선을 다하면서 나의 기대치를 높여가야겠다고 다짐했어요. 모든 훈련이 나를 위해 있는 거라 생각하니 소중하게 느껴졌습니다”라며 마음가짐의 변화가 모든 것을 바꿔놓았다고 털어놨다.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양지희는 매일 저녁 하루 훈련을 되돌아본 뒤 ‘힘을 남기지 말고 코트에서 쏟아내자’는 다짐을 마치고 잠자리에 든다. 남은 선수생활을 후회 없이 하겠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일본 전지훈련이 한창인 지난 17일. 일본여자농구(WJBL) 4위 팀인 샹송화장품과의 경기에서 양지희는 더블더블(11득점, 15리바운드)을 기록하며 팀의 57-56 승리를 이끌었다. 가드 박혜진과 이승아가 존스컵에 참가하느라 빠졌지만 골밑을 휘저으며 종횡무진 활약했다.


위성우 감독은 “양지희가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훈련 때 임하는 자세도 확실히 다르고, 한마디도 놓치지 않고 자기 것으로 만들려는 의지가 보인다. 그러다보니 더 많은 것을 주문하게 된다”며 기대감을 표시했다. 양지희의 활약이 우리은행 2연패의 키워드인 셈이다.

서른 살에 농구에 대한 새로운 눈을 뜬 양지희는 “지금부터 펼치는 농구로 기억되고 싶어요. 20대 때는 가능성만 인정받았고, 힘으로 농구를 했지만 앞으로는 더 달라질겁니다”라며 파워에 스피드와 세밀함을 겸비한 새로운 양지희에 대한 기대를 당부하기도 했다.

돌아오는 시즌에서 MVP를 받고 싶다는 양지희. 그의 변화는 골방에서 시작됐지만 위대한 도전으로 이어지고 있다. 그가 코트에서 펼치는 땀의 열매가 어떻게 결실을 보일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홍성욱 기자 mark@xportsnews.com

[사진=양지희가 샹송화장품과의 경기에서 상대선수와 리바운드를 다투고 있다(위) 위성우 감독의 지도를 받고 있는 양지희(아래) ⓒ 엑스포츠뉴스 홍성욱 기자] 

홍성욱 기자 mark@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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