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0-01 0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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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리뷰] 판타지를 현실로 만드는 마력..뮤지컬 '엘리자벳'

기사입력 2013.08.18 15:31 / 기사수정 2013.11.18 18:07



▲ 엘리자벳

[엑스포츠뉴스=김현정 기자] 자유를 향한 갈망은 인간이라면 누구나 갖고 있는 보편적인 욕구다. 자유가 없는 것보다 더한 고통은 없다. 구속 받는 삶을 사는 사람만큼 불행한 사람도 없다.

뮤지컬 '엘리자벳'의 주인공 엘리자벳(옥주현, 김소현 분)이 그렇다. 오스트리아의 황후 엘리자벳은 미모와 부, 명예 모든 걸 갖췄다. 그가 갖지 못한 것은 '자유' 단 하나뿐이다. 새장에 갇힌 새가 푸르른 하늘을 보고 날갯짓을 하듯 궁전에 갇힌 엘리자벳도 왕실 밖 자유를 늘 그리워한다.

'엘리자벳'은 실존인물 엘리자벳의 일대기에 판타지적 요소인 죽음(토드: 김준수, 박효신, 전동석) 캐릭터를 가미한 팩션(팩트+픽션) 뮤지컬이다. 지난해 초연 당시 15만 여 명의 관객을 동원하고 제 6회 더 뮤지컬 어워즈에서 8관왕의 영예를 안은 작품으로 현실과 판타지의 경계를 오가며 관객에게 생동감을 전달한다.



엘리자벳은 어린 시절 외줄타기를 하다 떨어진 순간 토드와 처음 만난다. 엘리자벳에게 첫눈에 반한 토드는 엘리자벳이 오스트리아 황제 프란츠 요제프(민영기, 이광용)와 결혼해 황후가 된 뒤에도 늘 그녀의 곁에 머무르며 죽음의 세계로 유혹한다.

자유와 죽음은 어울리지 않는 단어이지만 이 작품에선 동일한 의미를 지닌다. 치명적인 매력을 지닌 토드를 통해 엘리자벳을 구원할 수 있는 것이 진정 죽음 뿐인지, 죽음만이 그녀에게 자유를 허락할 수 있는지에 대한 철학적 질문들을 던지고 관객 스스로 해답을 찾도록 한다.

'인간은 영원히 자유를 얻을 수 없다는군. 구속에서만 자유를 갈망할 뿐'이라는 극중 대사는 이 작품의 메시지를 함축한 듯하다. 엘리자벳이 자유를 향해 발버둥칠수록 대공비 소피(이정화)의 간섭과 궁전의 엄한 법도, 아들의 죽음 등은 더 무겁게 그녀의 어깨에 내려앉는다. 그래서 토드의 유혹에도 자신의 힘으로 자유를 얻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엘리자벳의 모습은 관객의 연민을 유발한다.



이 작품은 그렇게도 자유를 바란 엘리자벳이 자신의 자유를 중요시여기다 아들의 마음 속 상처와 민중의 배고픔을 소홀히 하게 된 모순적 상황을 통해 그녀의 복잡한 내면을 담고자 했다. 그러나 한국판 시월드를 보는 듯 엘리자벳과 소피의 대립이 강조되면서 루돌프(김이삭, 노지훈)의 어머니이자 민중의 통치자로서의 엘리자벳의 내면은 다소 평면적으로 그려졌다.


내러티브 전개가 치밀하지 못한 점도 아쉬움으로 남는다. 흥미로운 이야기의 나열에 그쳐 빠른 무대 체인지에도 후반으로 갈수록 긴장감이 떨어진다.



배우들의 감정이입은 좋다. 새롭게 합류한 김소현은 천진난만한 소녀부터 구속된 삶에 괴로워하는 여자의 내면을 섬세하게 오간다. 전동석은 매혹적이면서 음산한 토드의 분위기를 잘 살려낸다. 무정부주의자 루케니(이지훈, 박은태) 역의 박은태 역시 풍부한 성량과 탁월한 감정 전달로 존재감을 발휘한다. 단 배우의 조합에 따라 관객의 호불호가 갈릴 수 있음을 유념해야 하겠다.

23인조 오케스트라가 연주하는 넘버들은 웅장하고 애절한 느낌을 더해 극의 몰입을 돕는다.

9월 7일까지 예술의 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공연된다. 170분. 만 7세 이상. 공연문의: 02-6391-6332

김현정 기자 khj3330@xportsnews.com

[사진 = 엘리자벳 ⓒ 엑스포츠뉴스DB, EMK 뮤지컬컴퍼니]


김현정 기자 khj3330@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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