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조용운 기자] "이제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보여 즐길 차례다"
알렉스 퍼거슨 전 맨유 감독은 지난 5월 축구계를 떠나는 고별사로 이같이 말했다. 그리고 3개월이 지나 그의 후임은 팬의 입장에서 맨유를 바라본 퍼거슨 감독에게 마지막 선물을 건넸다.
데이비드 모예스 감독이 이끈 맨유는 11일(이하 한국시간) 런던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3 잉글리시 커뮤니티실드에서 위건 애슬레틱을 2-0으로 꺾었다. 지난 시즌 정규리그 우승팀 자격으로 커뮤니티실드에 나선 맨유는 FA컵 우승팀이었던 위건을 잡아내며 새 시즌을 산뜻하게 출발했다.
여러모로 의미가 깊은 승리였다. 맨유의 20번째 커뮤니티실드 우승도 값지지만 27년 퍼거슨 천하를 뒤로하고 모예스 감독 체제로 탈바꿈한 맨유의 첫 공식경기, 첫 우승이라는 점은 이제껏 보지 못했던 맨유의 서막을 알렸다. 우승 세리머니에서도 네마냐 비디치는 자신이 들었던 트로피를 모예스 감독에게 곧장 전달하며 기쁨을 누리게 했다.
이렇듯 모두가 모예스 감독의 첫 우승에 집중했지만 정작 당사자는 달랐다. 전임 감독에게 보내는 마지막 선물이었다.
우승 후 모예스 감독은 현지 언론을 통해 "이번 트로피는 지난 시즌 프리미어리그를 우승한 퍼거슨 전 감독의 몫이다. 내가 한 건 많지 않다"고 공을 퍼거슨 전 감독에게 돌렸다. 겸손한 말이었지만 실제로 이날 맨유는 퍼거슨 감독이 닦아놓았던 길대로 경기를 펼쳤다.
선발 명단 중 퍼거슨 감독의 지도를 받지 않은 이는 윌프레드 자하뿐이었다. 기본 틀, 선수들, 골을 만들어내는 세세한 부분들까지 눈에 띄는 모예스 감독의 변화는 없었다. 지난 시즌의 연장선에 있는 듯한 모습이었다. 90분 내내 퍼거슨 감독에게 바치는 오마쥬와 같은 느낌이었다.
커뮤니티실드를 손에 거머쥔 맨유는 오는 18일 기성용이 뛰고 있는 스완지시티와 2013-14시즌 1라운드를 치른다. 스완지전부터 진정한 모예스식 맨유를 엿볼 수 있을 전망이다.
조용운 기자 puyol@xportsnews.com
[사진=퍼거슨 ⓒ Gettyimages/멀티비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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