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왕의 교실 종영
[엑스포츠뉴스=김현정 기자] 짜릿한 반전은 없었다. 화려한 결말도 아니었다. 그저 담담했다. 그러나 울림은 어느 때보다 깊고 강했다. '여왕의 교실'은 마지막까지 '자연스러운' 감동으로 시청자들을 눈물짓게 했다.
우리 사회의 뜨거운 감자인 '교육'을 주제로 삼은 MBC 수목드라마 '여왕의 교실'이 1일 막을 내렸다. 최종회에서는 산들초등학교 6학년 학생들이 졸업하는 모습이 담겼다. 3반 학생들은 마녀라고 생각했던 마여진(고현정 분) 선생의 교육 방식을 진심으로 이해하고 고마워했다.
마여진이 떠난 후 교감(이기영)마저 놀랄 정도로 아이들은 달라졌다. 지각도 하지 않고 친구들을 따돌리지 않았다. 하고 싶은 일을 찾아가며 주어진 공부도 열심히 했다. 그렇게 미래의 꿈에 한 발짝 나아갔다.
2005년 일본 NTV에서 방영된 동명의 드라마를 리메이크한 '여왕의 교실'은 초반 한국 현실에 맞지 않는 작위적 설정과 공감하기 어려운 캐릭터로 시청자에게 실망을 안겼다. '마녀'로 그려진 주인공 마여진은 시청자들이 쉽게 동화될 수 없는 인물이었고, 일본드라마 특유의 판타지적 성격도 거부감을 주는데 한 몫했다.
그러나 이런 표면적 요소들과 저조한 시청률만 갖고 '여왕의 교실'을 실패한 드라마로 치부할 순 없다. 현대 사회의 화두인 '교육'에 관해 통렬한 메시지를 던진 이 드라마의 울림은 컸다. 보편적인 교육 문제를 주제로 하면서도 여느 드라마에서 보기 힘든 색다른 내용으로 독특한 학원물을 완성했다. 출생의 비밀과 불륜, 기억상실증 같은 닳고 닳은 소재에 지친 시청자들에게 작은 휴식도 줬다.
사실 성적이 우수한 학생만 우대하고 그렇지 않은 이들을 특혜에서 철저하게 배제시키는 마여진의 행동을 옳다고 단정 짓긴 어려운 일이다. 드라마에선 해피엔딩이었지만 현실이었다면 스스로가 부조리한 사회의 권력자가 돼 아이들을 차별하는 마여진의 교육철학은 통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자칫 비현실적인 드라마로 남을 뻔 한 '여왕의 교실'이 회를 거듭할수록 흡인력과 몰입도를 높일 수 있었던 데는 마여진과 아이들의 에피소드가 짜임새 있게 전개된 덕이 크다. 부러지는 한이 있더라도 절대 굽히지 않는 마선생의 일관성 있는 태도 역시 후반까지 중심을 잃지 않았다.
마여진의 마법은 통했다. 독설 속에 내포된 희망이 아이들의 현실을 바꿨다. 극중 대사처럼 마여진은 교사는 안내자일 뿐 아이들이 스스로 갈 길을 찾으며 자신의 삶과 세상을 나은 방향으로 변화시킬 수 있음을 보여줬다.
산들초등학교 6학년 3반은 사회의 축소판이나 마찬가지다. 왕따, 폭력, 배신 같은 학교 문제들은 어른들의 세계에도 존재한다. 마여진 덕에 만만치 않은 현실을 헤쳐가는 법을 깨닫는 3반 아이들의 모습은 어른들이 어떻게 해야 쟁쟁한 현실을 살아갈 수 있는지에 대한 지침서가 됐다.
배우들의 탄탄한 연기력은 '여왕의 교실'의 또 다른 무기였다. SBS '대물' 이후 3년 만에 안방극장으로 돌아온 고현정은 냉혹하지만 참된 마선생을 절제된 연기로 섬세하게 소화해냈다. 꼴찌반장 심하나(김향기)와 모범생이지만 어두운 김서현(김새론), 장난꾸러기 오동구(천보근)와 새침데기 고나리(이영유), 친구들 덕에 서서히 밝아진 은보미(서신애) 등 아역배우들의 탄탄한 연기력도 몰입도를 높였다.
'여왕의 교실' 후속으로는 이준기 박하선 주연의 '투윅스'가 방송된다.
김현정 기자 khj3330@xportsnews.com
[사진 = 여왕의 교실 마지막회 ⓒ MBC 여왕의 교실 방송화면]
김현정 기자 khj3330@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