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안산, 조용운 기자] 참 얄궂다. V리그 최고 명장 두 명이 다시 만난 그날, 한 팀은 준결승으로 다른 한 팀은 짐을 쌌다. 3년 만에 제대로 맞붙은 두 명 중 마지막에 웃은 쪽은 김호철 현대캐피탈 감독이었다.
김 감독이 이끈 현대캐피탈은 25일 안산상록수체육관에서 열린 2013 안산·우리카드컵 프로배구대회 조별리그 B조 2차전에서 삼성화재에 세트스코어 3-1(22-25 30-28 25-21)로 승리했다. 이날 승리로 1승1패를 기록한 현대캐피탈은 탈락 위기를 벗어나며 한 장 남은 준결승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어느 대회나 마찬가지지만 이번 대회는 유독 삼성화재와 현대캐피탈의 대결에 큰 관심이 쏠렸다. 신치용 감독과 김 감독의 제대로 된 대결 성사였기 때문. 김 감독이 2년 만에 친정 현대캐피탈로 돌아오면서 배구팬들이 고대하던 삼성화재 신 감독과 현대캐피탈의 김 감독의 싸움이 완성됐다.
지난 시즌 김 감독이 드림식스(현 우리카드)를 지도하며 재대결은 성사됐었지만 당시 크게 차이나는 팀 전력상 과거 라이벌전의 기대감과 열기를 뿜어내기엔 역부족이었다.
비로소 정상적인 대결의 장이 마련됐고 팬들이 먼저 들썩였다. 경기가 열린 상록수체육관은 삼성화재와 현대캐피탈 두 팀 팬들의 뜨거운 열기에 휩싸였다. 만석은 아니었지만 평일 오후 1층과 2층의 빈자리를 쉽게 찾아볼 수 없을 만큼 채우면서 대결을 지켜봤다.
경기장이 함성으로 예열이 되자 남은 것은 두 명장의 지략싸움이었다. 두 감독의 색깔은 확실하게 대비됐다. 신 감독은 차분하게 지켜봤고 김 감독은 자켓을 벗고 셔츠 차림으로 한 점 한 점에 가슴을 쓸어내리는 모습을 보였다.
선수들도 시즌 첫 라이벌전에 온몸을 날렸다. 1세트부터 팽팽한 싸움이 이어졌고 2세트에는 33분 동안 듀스를 이어가는 명승부를 보여줬다.
순수 경기시간만 2시간에 달하는 대결을 펼친 끝에 웃은 쪽은 현대캐피탈이었고 삼성화재는 라이벌전 패배로 예선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경기 후 환한 표정으로 취재진을 만난 김 감독은 "삼성화재를 이겨서 기분이 더 좋거나 하지 않다"며 "예전에는 삼성화재를 꼭 이겨야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러나 지금은 특정 팀을 이기겠다는 마음은 없다"고 말해 확실한 기선제압에 성공했다.
조용운 기자 puyol@xportsnews.com
[사진=신치용·김호철 ⓒ 엑스포츠뉴스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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