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승헌
[엑스포츠뉴스=김현정 기자] 잘생긴 배우. 송승헌(36)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다.
데뷔시절부터 그랬다. MBC 시트콤 '남자셋 여자셋'(1996)으로 연예계에 발을 들인 뒤, 이제 18년차 베테랑 배우의 길에 들어섰지만 아직도 '비주얼 배우'라는 수식어가 꼬리표처럼 그를 따라다닌다. 그가 어떤 작품에 출연하든 작품 속 캐릭터보다 그의 외적인 모습이 대중에게 먼저 다가가곤 했다.
최근 종영한 MBC '남자가 사랑할 때'는 그런 고민과 어깨의 짐을 덜어준 고마운 작품이다. 그는 거친 남자 한태상에게 빙의한 듯 냉철한 판단력과 무서운 추진력의 소유자의 면모를 그대로 내보였다. 한태상이 곧 송승헌이었고 송승헌이 곧 한태상이었다. 최근 인터뷰 차 기자와 만난 그 역시 캐릭터의 여운이 아직까지 가시지 않은 듯 했다.
"이번 작품에서는 어떻게든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결과적으로 어느 때보다 많은 분들이 캐릭터에 대해 호응을 많이 보내주셨던 것 같아요. 연기력에 대한 얘기보다 캐릭터에 대한 얘기가 댓글에 많이 보이더라고요. 매 신마다 '내가 한태상이라면 어떻게 했을까' 고민했고 말투, 표정, 눈빛 모두 한태상이 되려고 했죠. 다혈질에 셔츠 찢는 모습들도 새롭게 다가간 듯해요."(웃음)
뼛속까지 악한 한태상으로 변신하고 싶었던 송승헌은 이전에 보여주지 않은 눈빛부터 광기어린 모습까지 보여주려 노력했다. 그는 더 못 되게, 더 나쁘게 보였으면 했던 시도들을 통해 자신감이라는 귀중한 열매를 수확했다.
자신의 연기에 51점이라는 짠 점수를 준 그는 "기존의 송승헌이 아닌 한태상으로 보이게 노력했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며 소회를 털어놓았다. "이번 작품으로 자신감을 얻게 됐죠. 이제는 청춘스타라는 틀에서 벗어나 연기적인 시도를 해도 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한태상은 터프하고 마초적인 남자지만 연애를 제대로 해본 적 없는 순애보를 간직한 인물이다. 미도와 사랑하는 과정이 조금은 닭살스러웠지만 송승헌 역시 그런 경험이 있어 태상을 이해할 수 있었단다. "많은 분들은 제가 주위에 여자도 많고 여자들의 심리를 잘 알 거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연애할 때 가장 많이 들어본 말이 '왜 이렇게 여자 마음을 몰라'일 정도로 사랑을 잘 몰랐죠. 태상처럼 여자들이 어떤걸 좋아하는지 인터넷에 검색해 본 적도 있어요."(웃음)
사랑을 몰랐던 한태상은 서미도(신세경 분)가 이재희(연우진)만을 사랑하는 것을 알면서도 그녀만을 바라본다. 실제 송승헌이라면 어땠을지 문득 궁금해졌다. 그는 "'남자가 사랑할 때'를 찍으면서 사랑이 참 어렵다는 것을 새삼 알게 됐다"며 웃었다. "미도는 현실적인 여자라고 생각해요. 저 역시 누군가 절 사랑해줘도 제 마음이 움직이지 않는다면 그 사랑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편이에요.제가 태상이라면요? 다른 사람을 사랑하는 미도를 놓아줄 것 같아요."
많은 남자들이 그렇듯 그도 뜨거운 열풍 같이 휘몰아쳤던 첫사랑의 감정을 잊지 못한다고 했다. "고등학교 때 번개가 친다는 걸 느껴봤어요. 만화에서만 나온 번개소리를 들어봤죠. 첫 사랑에 대한 감회가 커서 그런지 그에 버금가는 사람을 아직 못 만나 봤어요. 사랑이란 감정을 느낄 때 결혼하고 싶어요. 언젠가 인연이 나타나리라고 믿기 때문에 누가 소개해 준다 해도 단 한 번도 만난 적이 없어요. 내일이어도 운명적인 사랑이 나타날 수 있으니까요."
하이틴 스타로 시작했던 송승헌은 어느 순간 세월의 관록이 자연스럽게 우러나오는 배우가 됐다. 말 한마디 한마디에도 짙은 여유의 향기가 흘러나온다. 그가 비주얼 배우라는 수식어를 완전히 떼버렸다고 할 수는 없지만 이번 작품을 통해 연기의 폭을 넓힌 것만은 분명해 보였다.
"연기적인 면에서 좋은 얘길 들으면 그것만큼 좋은 것이 없어요. 그런 부담감 때문에 바르고 착한 이미지를 벗고 망가질 수도 있고요. '남자가 사랑할 때'를 계기로 다음 작품에서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차기작에서도 기존에 보여주지 못한 캐릭터를 통해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려야죠."
김현정 기자 khj3330@xportsnews.com
[사진 = 송승헌 ⓒ 스톰에스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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