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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욱의 스포츠라운지] 류현진의 MLB 연착륙 이유 3가지

기사입력 2013.05.31 17:46 / 기사수정 2013.06.01 10:05

홍성욱 기자


[엑스포츠뉴스=홍성욱 기자] 류현진(LA다저스)이 메이저리그(MLB) 진출 첫 해부터 빼어난 활약을 뽐내며 진가를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다.

류현진은 31일(이하 한국시간) 현재 11경기에 선발로 등판해 6승2패를 기록하고 있다. 평균자책점은 2.89로 등판일수가 늘어날수록 점점 낮아지는 추세다. 6이닝을 3실점 이내로 막는 퀄리티스타트(QS)도 8차례나 됐다. 이는 전체 등판경기 가운데 73%다.

현재 류현진은 클레이튼 커쇼나 잭 그레인키 같은 쟁쟁한 선발투수들을 제치고 팀내 최다 승과 홈경기 관중 동원 능력에서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하고 있다. 최근 등판인 29일 LA에인절스와의 라이벌전에선 2안타 무사사구 완봉승을 거두며 모두를 놀라게 했다. 한국에서 활약할 때도 7시즌 동안 완봉승이 8차례였던 걸 감안한다면 놀랄 만큼 빠른 적응력이다.

이처럼 류현진이 시즌 초반에 기대 이상의 활약을 보여주는 이유는 세 가지로 축약된다. 우선 가장 큰 이유는 ‘머리로 하는 야구’다. 공은 몸을 통해 던지지만 머리로 생각하는 것이 출발점이다. 류현진은 순간대처능력이 뛰어나다. 마운드에서 상황판단을 하는 감각이 동물적으로 빨랐기에 힘이 넘치는 타자들을 요리해낼 수 있었다.

루키인 류현진 입장이나 그를 상대하는 미국 타자들이나 처음 대면하는 만큼 생소한 것은 마찬가지다. 결국 상황대처가 얼마나 빠르냐에 따라 성패가 갈린다. 류현진은 코너를 찌르는 직구와 체인지업으로 재미를 보는 투수인 만큼 어떻게 던질 것인지 수싸움에서 미리 이겨놓고, 공을 던지며 이를 확인하는 재미를 느껴가고 있다. 이는 자기 공에 대한 믿음과 제구 능력이 뒷받침됐기에 가능했다.

여기에 7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중상위권에서 꼴찌 팀으로 변모한 이전 소속팀 한화에서의 경험도 도움이 됐다. 류현진은 못하는 팀에서 이기는 방법을 터득했고, 자신이 잘 던지고도 이기지 못했을 때 마음을 다스리는 법도 마음 속에 축적해둘 수 있었다.

두 번째 이유는 ‘살찐 류현진의 힘’이다. 류현진은 현재 110킬로그램 전후로 체중을 유지하고 있다. 본인이 투구하기에 가장 알맞은 구간이다. 류현진은 해마다 스프링 캠프 때 훈련량이 늘어나면서 100킬로그램 근처까지 체중이 내려왔지만 시즌이 시작되면 자신에게 알맞은 구간대를 되찾아갔었다.



올해도 예외는 아니다. 체중이 정상구간에 되돌아오면서 구위나 체력 모두 좋아지고 있다. 완봉승을 거둔 29일 경기 때 류현진의 마지막 공은 93마일(150km)을 찍었다. 9회에도 95마일(152.8km)을 2개 연속 던졌다. 국내에서 96마일(154.5km)까지 기록했던 류현진은 날씨가 따뜻해지면서 더욱 구속이 붙기 시작했다.

류현진은 다저스의 스프링캠프 때 러닝훈련에서 뒤로 쳐졌지만 일각에서 우려하고 있는 저질체력이 아니다. 살이 빠진 시즌 초반에 오히려 얻어맞는 경우가 많았다. 한국에서도 그랬고, 미국에 건너와서도 마찬가지다. 정상적인 체중에 날씨까지 어우러지니 류현진은 더욱 자신감이 붙었다.


마지막 이유는 ‘얻어맞고도 잊어버리는 망각의 힘’이다. 류현진은 홈런을 맞고도 표정변화가 없다. 자신이 타석에서 안타를 때렸을 땐 미소를 숨기지 않지만, 마운드에선 늘 포커페이스다. 이는 류현진이 ‘투수는 언젠가는 얻어맞는다’는 생리를 깨닫고 있기 때문이다.

류현진이 좋은 투수라는 건 맞는 것보다 맞은 뒤에 다시 그 타자를 상대할 때 지난 번 승부를 역이용할 줄 안다는 점이다. 실 예로 류현진은 메이저리그에서 포수의 사인에 주로 따라가는 투구 양상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시즌 초반에는 자신이 없었을 때 고개를 가로저은 경우가 더러 있었다. 특히 포수가 커브나 슬라이더를 요구할 때 더 그랬다.

지금은 달라졌다. 완봉역투를 보여준 날 류현진이 고개를 흔드는 모습은  거의 없었다. 공격적인 투구를 이어간 부분도 있지만 타자에 대한 상대방법이 쌓여가면서 변화구와 직구의 타이밍이 포수와 일치되고 있다. 이는 맞더라도 다시 그 선수를 잡아낼 수 있는 힘이다.

류현진이 보여준 지금까지의 활약은 분명 기대이상이다. 우리나라 팬들이 대한민국 에이스 류현진에 거는 희망과 미국 현지에서 바라보는 용병 류현진에 대한 기대치는 분명 온도차가 있지만 지금은 양쪽 모두가 류현진의 활약에 놀라워하고 있다. 물론 류현진이 5일 등판을 이어가고 있는 만큼, 앞으로 수많은 고비가 찾아오겠지만 출발시점부터 현재까지의 상황은 소프트랜딩(연착륙)으로 정리된다.

류현진은 한국 프로야구(KBO)에서 활약하다 메이저리그로 직행한 첫 번째 선수다. 아무도 가지 못했던 길을 열어젖히고 있는 그다. ‘메이저리그에서도 과연 통할까’라는 의문에 ‘예스’라는 답을 이어가고 있는 류현진이 낯선 무대에서 빠른 적응을 마친 만큼, 이제는 ‘얼마나 더 놀라운 활약을 보여줄지’로 초점이 바뀔 때가 됐다.



홍성욱 기자 mark@xportsnews.com

[사진=류현진 ⓒ 게티이미지 코리아]  

홍성욱 기자 mark@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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