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안산, 홍성욱 기자] 신한은행의 포워드 김단비는 지난 달 막을 내린 자유계약선수(FA) 시장의 뜨거운 감자였다. 이제 겨우 우리나이로 스물넷인 그는 모든 팀들이 영입 1순위로 꼽는 보물 같은 존재였다.
원소속 구단과 줄다리기 끝에 계약기간 3년에 합의한 김단비는 현행 셀러리캡(12억원)의 상한선(25%)인 3억원에 사인하며 연봉퀸에 등극했다. 지금까지보다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선수 김단비를 안산 고잔동 신한은행 훈련장에서 만났다.
- 연봉퀸이다. 리그 최초로 연봉 3억원 시대를 열었다.
여자농구 최초로 3억원을 받는다는 말 한마디가 내게는 부담이다. 계약 전후 과정에서 마음고생도 많았다. 개인적으로 많은 생각을 했던 계기였다. 기쁨보다는 부담이 크다.
- FA는 일생에 한 두 번이지만 구단 선택권이 사실상 선수에게 없다.
다른 종목도 그런 것 같다. FA지만 선수 마음대로 움직일 수 없는 규정에 대해서는 선수 입장에서 아쉬운 부분이 있다. 물론 구단 입장도 이해는 간다.
- 입단 이후 처음으로 우승하지 못하고 비시즌으로 접어들었다.
우승을 계속하면서 말은 안했지만 최고참 언니부터 막내까지 부담이 엄청 컸었다. 사람들은 우승해서 좋겠다며 부러워하지만 그 자리를 유지하는 것은 올라가는 것보다 어려웠다. 그래서 ‘언젠가 끝나겠지’라는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이번에 끝이 났다. 한편으로는 너무 속상하고 후회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속이 후련하다. 다시 동기부여가 될 수 있고, 우리들도 못할 수 있으니 더 열심히 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 지금 몸 상태는 어떤가.
재활과 운동을 병행하고 있다. 무릎 상태가 썩 좋은 편은 아니다. 양쪽 무릎이 다 그렇지만 왼쪽이 더 심하다. 무릎부상에 대한 재활은 계속 해야 한다. 운동 유무와 상관없이 재활은 필요하다.
- 맨투맨 할 때 가장 막기 힘든 선수는 누구인가.
변연하 언니와 박정은 언니, 그리고 임영희 언니가 힘들다. 제일 힘든 건 연하언니다. 연하언니를 맡으면 공격은 포기해야 된다(웃음). 그럴 정도도 체력적인 부담이 크다. 언니가 움직임이 많고, 긴장까지 하면서 막다보니 두 배로 힘들다.
- 용병 둘이 들어온다. 어떤 선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봤나.
포스트업도 잘하고, 일대일 능력이 되는 용병이 왔으면 좋겠다. 리바운드도 잘했으면 좋겠다. 5번은 (하)은주언니가 있으니까 용병에서 파생되는 부분이 있다면 은주언니에게 찬스도 많이 나면서 시너지 효과도 있을 것 같다.
이전에 뛴 캐칭도 기억에 남고, 지난해 우리은행에서 뛴 티나 톰슨도 생각난다. 티나 언니 플레이는 ‘어떻게 저렇게 할 수 있지’라는 생각을 하면서 입 벌리고 봤었다. 같은 팀으로 뛴다면 좋을 것 같다. 워낙 노련미도 있고, 나이도 있어서 많은 도움을 줄 것 같다. 포워드 플레이에도 보고 배울 점이 많다는 생각을 해봤다.
- 단짝처럼 친하게 지내는 선수가 있나.
다른 팀 선수와는 별로 친하고 않고, 같은 팀에서는 (김)연주 언니와 가깝다. 입단 했을 때부터 연주언니가 많이 챙겨줬다. 이번에 계약과정에서 힘들 때도 연주언니가 많은 힘이 돼 줬다. 숙소는 1인1실이라 룸메이트는 아니지만 항상 언니에게 고마운 마음을 갖고 있다.
- 김지윤 코치가 부임했다. 변화가 느껴지는지.
김 코치님 오시고 분위기가 활기차졌다. 대화도 많아졌다. 그런데 웨이트 트레이닝이 정말 힘들어졌다. 하이퍼 익스텐션(허리 근력 강화운동) 때 모두 힘들어 죽겠다고 한다. 코치님이 가드 출신이라 그런지 시야가 넓다. 저쪽에서 다른 선수를 지도하다가도 느슨하게 운동하고 있으면 ‘김단비 똑바로 해’라는 소리가 여지없이 날아온다.
- 농구를 하면서 많은 걸 이뤘고, 또 이뤄내고 있다. 목표는 무엇인가.
내가 ‘이만큼 되겠다’는 생각은 해보지 않았다. 단, 박정은 언니, 정선민 언니, 전주원 코치 같이 여자농구 하면 떠올려지는 선수가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해봤다.
- 롤모델은 누구인가.
박정은 언니 아니 코치님이다. 포지션이 같아서 그런 것 같다. 정은 언니를 보면서 대단하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같이 코트를 누비면서도 ‘내가 어떻게 이 언니를 지금 막고 있지?’라는 생각을 하면서 뛰어다녔다.
- 돌아보면 프로에 와서 언제가 가장 큰 성장기였나.
대표팀에 처음 뽑혔던 2009~10 시즌이다. 나는 많이 느끼지 못했는데 주변에서 대표팀에 다녀온 뒤 많이 늘었다는 얘기를 해줬다. 스포트라이트도 받게 됐다. 그러면서 나도 ‘(내 기량이) 늘었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 지난 시즌은 활약이 두드러지지 않았다. 용병도 원인이었나.
사실 지난 시즌은 생각이 많았던 것 같다. 주특기인 드라이브인을 치기도 전에 ‘이 사람이 붙으면 저기에 패스해야지’ 혹은 ‘저 사람이 먼저 떨어지면 슛을 쏴야지’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 그러다보니 내가 잘하는 게 아닌 못하는 걸 하게 됐고, 신이 나지 않았다. 공격은 생각도 못하고 수비만 생각했던 것 같다.
용병도 원인이었다. 내가 잘하는 건 파고드는 건데 ‘너는 용병이 들어왔으니 할 수 없어’라는 자기최면을 걸었던 것 같다. 용병이 합류한 첫 경기에서 삼성의 앰버 해리스가 정말 잘했다. 그것도 한 몫 했던 것 같다. 용병에 대한 환상은 애슐리가 우리 팀에 들어오고, 시즌 막판으로 가면서 서서히 깨졌다.
- 돌아오는 시즌에 해보고 싶은 것이 있다면.
본래 내 모습으로 돌아가고 싶다. 잘 파고들려고 한다. 나의 장점인 아무생각 없이 그냥 파고들기를 할 작정이다. ‘무뇌’라고 해야 할까(웃음). 이번 시즌에 잃어버린 걸 다시 찾고 싶다. 그리고 다시 우승하고 싶다. 휴가 때 매번 받던 우승보너스가 없으니 돈이 좀 모자랐다(웃음).
- 수입에 대한 관리는 누가하나.
내가 직접 한다. 프로 입단 때부터 계속 그랬다. 엄마가 ‘잃어보는 것도 경험이고, 모으지 못하는 것도 경험’이라며 처음부터 맡기셨다. 엄마가 관리하는 선수도 많지만 우리 엄마는 좀 다르셨다. 직접 관리하면서 적금이나 펀드에 대해 공부하라고 하신다.
- 결혼 계획은 있나.
빨리 하고 싶다(웃음). 그렇지만 앞으로 3~4년은 기다려야 할 것 같다. 엄마가 결혼을 빨리하면 나중에 후회한다고 늦게 하라신다(웃음). 이전부터 결혼하면 은퇴해서 가정생활에 충실하고 싶었다. 서른 전에 MVP받고, 결혼과 동시에 은퇴하겠다는 생각은 해봤지만 그게 어디 쉽겠나(함박 웃음).
- 해외진출을 생각해봤나.
한 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다. 여자농구는 몸부터 차이가 많이 난다. 힘들다는 판단이다. 어렸을 때부터 우리나라에서 잘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여기서 더 잘하겠다.
홍성욱 기자 mark@xportsnews.com
[사진=김단비 선수 ⓒ 엑스포츠뉴스 권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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