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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KBL 구단탐방④] 수사불패(雖死不敗) 내건 신한은행 임달식 감독

기사입력 2013.05.17 14:25 / 기사수정 2013.05.17 14:26

홍성욱 기자


[엑스포츠뉴스=안산, 홍성욱 기자] 여자프로농구(WKBL) 6개 구단 가운데 우승팀 우리은행을 제외한 5개 팀이 훈련을 시작했다. 감독이 바뀐 팀도 있고, 코치가 보강된 팀도 있다. 자유계약선수(FA) 시장도 문이 닫히면서 선수 이동을 마무리했다. 이제 남은 것은 연봉계약과 시즌 준비뿐이다. 엑스포츠뉴스에서는 휴가를 마치고 훈련을 시작한 6개 구단을 찾아 감독과 키플레이어를 만나봤다. 다음 시즌을 향한 출발점을 점검하는 뜻에서 연재를 기획했다. <편집자주>

# 글 싣는 순서
① 청주 KB스타즈 서동철 감독, 변연하 선수
② 부천 하나외환 조동기 감독, 김정은 선수
③ 구리 KDB생명 안세환 감독, 신정자 선수
④ 안산 신한은행 임달식 감독, 김단비 선수
⑤ 용인 삼성생명 이호근 감독, 이미선 선수
⑥ 춘천 우리은행 위성우 감독, 임영희 선수

안산 신한은행은 2007년 겨울리그 이후 6년 연속 정규시즌과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독식해온 무적함대였다. 이는 우리나라 프로스포츠사에 유례가 없던 일이다. 언젠가부터 신한은행의 우승은 당연시 됐다. 지난 시즌도 ‘우승은 신한이 하겠지’라는 전망이 주를 이뤘다.

그러나 예상은 빗나갔다. 신한은행은 정규시즌에서 24승11패로 우리은행과 동률을 이뤘지만 상대전적에서 3승4패로 밀리며 2위로 한 계단 내려앉았고, 플레이오프에서 삼성생명에 1승2패로 무릎을 꿇었다. 무관의 제왕으로 시즌을 마무리한 신한은행 임달식 감독과 선수들은 아쉬운 마음을 달랬지만 한편으론 홀가분함도 내비쳤다. 그만큼 정상의 자리를 지키기란 힘든 일이었다.

신한은행은 6년 만에 다시 도입된 외국인선수 문제로 골머리를 앓았다. 처음 계획은 타메라 영을 영입해 하은주와 더블포스트를 꾸리려했지만 타메라가 어깨수술로 합류하지 못하면서 일이 틀어졌다. 결국 캐서린 크라예펠트로 급선회했고, 이 선수가 다른 팀 용병과 매치업에서 밀리면서 KDB생명과 3:3 트레이드의 도화선이 됐다.

신한은행이 시즌중인 지난 1월9일 단행한 트레이드는 충격적이었다. 우승의 주역인 국가대표 출신 강영숙 이연화를 내보내는 결단을 내린 것. 임달식 감독 입장에선 새로운 도약을 위한 팀 체질 개선이 시급했던 것으로 보인다. 임 감독을 안산 고잔동 신한은행 훈련장에서 만났다.

▲ 이름으로 농구하던 시대는 지났다


임달식 감독은 트레이드를 성공적이라 자평했고 만족해했다. 그러면서 ‘조금 더 일찍 했더라면’이라는 아쉬움을 표시했다. 트레이드 이유는 단호했다. 이제는 이름으로 농구하는 시대가 지났다는 것. ‘내가 누구니까’라는 안주하는 모습을 보이는 순간, 위기가 찾아온다는 것이다. 임 감독은 지금이 그 시기라고 판단해 팀에 변화를 줬다고 설명했다.

실력이 조금 모자란다면 훈련을 통해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이 임 감독의 지론이다. 훈련에 최선을 다한다면 그 선수는 변할 것이고, 그 변화는 팀의 성적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것.

임 감독은 “조은주와 곽주영은 최선을 다하고 있다. 정말 열심히 한다. 그러면서 조금씩 변화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기존 선수들도 경각심을 가질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변화의 바람이 필요했던 신한은행에 수혈된 노력형 선수들의 활약이 기다려진다.

▲ 하은주와 용병의 환상호흡 개봉박두

신한은행이란 팀명 앞에 ‘무적함대’라는 수식어를 붙게 한 장본인은 센터 하은주다. 3쿼터에 하은주 타임이 시작되면 시소게임이던 경기가 신한 쪽으로 확 기운다. 10점을 지고 있어도 하은주만 들어가면 해결책이 보였다. 문제는 고질적인 무릎부상을 달고 사는 하은주가 돌아오는 시즌에 얼마만큼 코트에 나설 수 있느냐다.

임 감독은 하은주가 팀 훈련에 들어오지 못해 애로점은 있지만 코트에 있을 때와 없을 때를 대비한 ‘투트랙 전략’으로 순간순간 잘 대처해서 가겠다고 밝혔다. 여기에 용병 2명을 정통 센터가 아닌 4번이나 3번까지 소화할 수 있는 선수로 뽑아 하은주와 호흡을 맞출 수 있도록 유도할 방침이다.

용병 선수들의 플레이를 보기 위해 6월에 미국으로 떠날 예정인 임달식 감독은 “(하)은주와 함께 플레이를 하는 선수를 생각한다. 그런 선수가 온다면 은주의 높이는 훨씬 더 위력을 발휘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한은행의 강점인 조직력에 스피드 있는 용병이 합류해 활약한다면 그 위력은 상상을 초월할 것으로 보인다. 용병의 선택이 문제지만 2명을 보유하는 만큼 지난해와 같은 실패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국내에서 검증된 활약을 보인 선수가 신한은행 유니폼을 입을 수도 있다.

▲ 김지윤 코치와 한솥밥

신한은행은 최근 하나외환에서 은퇴의사를 밝힌 김지윤을 코치로 영입했다. 지난 시즌이 끝난 뒤 모든 구단이 여성코치 선임에 동참했지만 신한은행이 가장 늦게 김 코치를 맞아들였다. 이에 대해 임 감독은 “여자 코치는 신한은행이 먼저 선임했었다. 그런데 전주원 코치가 우리은행으로 떠나면서 불편한 점이 있었다. 필요성은 일찌감치 느끼고 있었지만 한 번 코치를 결정하면 평생 간다는 생각에 여러 사람을 살펴보며 심사숙고했다”며 선임배경을 밝혔다.

신임 김 코치는 임달식 감독이 대표팀을 지휘하던 시절에 좋은 활약을 펼쳤었다. 2010년 세계선수권대회에서는 브라질과의 경기에서 15초를 남기고 인터셉트해 극적인 역전승을 거두며 8강에 공헌했고, 같은 해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획득한 은메달을 임달식 감독에게 선물하기도 했다.

임 감독은 “김 코치는 여러 면에서 나와 잘 맞겠다는 생각을 했다. 현역에서 바로 나온 것도 선수들과의 호흡에는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했다. 며칠 지내보니 선수들 심리를 잘 살핀다. 아주 잘하고 있다”며 기대감을 표시했다. 임 감독은 2군이 생기면 코치 한 명을 보강할 계획도 내비쳤다.

▲ 수사불패(雖死不敗)의 정신력으로

신한은행의 고잔동 훈련장 벽면에는 지난해까지 없던 ‘수사불패’ 문구가 커다랗게 붙어있다. ‘죽을 수는 있어도 패할 수는 없다’는 의미다. 우승을 내준 임달식 감독이 얼마나 독한 마음을 먹었는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임 감독은 “우리만 항상 우승할 수 있는 건 아니다. 그러나 팀에 변화가 온 만큼, 다시 미래를 보며 뛴다”고 말했다. 덧붙여 “강팀은 일사분란하게 움직일 수 있는 팀워크가 중요하다. 감독과 선수가 서로 원하는 걸 빨리 파악하고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요즘 신한은행은 선수들이 자발적으로 움직이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며 임 감독은 미소를 보였다.

이제 신한은행은 새로운 출발점에 섰다. 목표는 당연히 우승이다. 페이스는 좋다. 연봉계약도 5월 4일에 서둘러 마쳤고, 몸 만들기도 착착 진행되고 있다. 6월 초순에 2주간 국내에서 1차 체력훈련을 마치면 7월과 9월에는 해외에서 전지훈련을 펼치며 전술 극대화에 나선다. 선수들의 표정에선 자신감을 뛰어넘어 여유마저 읽혔다. ‘두고 보면 알 것’이라는 무언의 시위처럼 느껴졌다.

홍성욱 기자 mark@xportsnews.com

[사진=임달식 감독 ⓒ 엑스포츠뉴스 권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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