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0-07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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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ad to Beijing - Korea Woman Volleyball Team(하)

기사입력 2007.09.07 23:29 / 기사수정 2007.09.07 23:29

조영준 기자

[엑스포츠뉴스=조영준 기자] 91~99' 시즌 호남정유(현 GS 칼텍스)의 슈퍼리그 9연패를 이끌었던 김철용 감독(사진)을 기억하는가?

종교적인 측면, 선수 관리 측면 등에서 터져나온 그에 대한 논란은 매우 복잡하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그는 지금의 김호철감독처럼 자신의 의견에 책임을 질 줄 아는 지도자였으며 현재 팀에서 나타나는 문제점을 꿰뚫는 통찰력을 가진 지도자였다.

그러나 한국 정치계가 박정희 향수에 빠진 것이 문제이듯, 여자배구계에서는 김철용 감독에 대한 향수에 빠진 것이 치명적인 문제점이라고 본다. 이 문제에 대한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여자배구를 마인드 있게 짊어지고 갈 지도자의 부족으로 볼 수 있다. 뛰어난 세터 한 명이 그립기도 하지만 지도자 문제를 생각한다면 더욱 그러하다.

뛰어난 마인드와 현재를 꿰뚫고 미래를 다져나가는 인재가 부족한 터에서 늘 공허한 메아리가 들린다.

그리워한다고 모두 만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특히 20대 중반의 젊은 선수도 노장 축으로 들어가는 현재 한국의 여자배구를 살펴 볼 때, 어린 선수들을 책임지고 다져나갈 수 있는 빼어난 지도자가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여자배구계에서 아직도 김철용감독에 대한 메아리가 울려 퍼지는 현실을 생각해보자.

'꼭 이 사람'이어야 한다는 말은 바꿔 생각하면 다른 대안이 전혀 없다는 말과 같다. 그만큼 현재 빼어난 지도력을 갖춘 인재가 없는 형국은 너무나 안타깝다.

더군다나 선수와 팀 부족으로 기근에 허덕이는 여자 배구계에서 이 악조건들을 해결할 수 있는 가장 긴급한 수혈은 바로 역량 있는 지도자의 존재. 그러나 이마저도 없는 현실은 오아시스조차 없는 황량한 모래밭 위에 서 있는 것처럼 보인다.

최근 배구 해설분야로 시선을 고정해보자. 이전에 명성을 떨치고 자신의 풍부한 경험을 되살려서 현재의 상황을 요목조목 잘 짚어내는 왕년의 스타들을 보고 있자면 이런 생각도 든다.

“왜 저분들이 지도자이길 거부하고 다른 방면에서 일하며 그저 해설가의 모습으로만 배구 계에 남으려는 걸까?”

그들은 '가족들과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어서' 혹은 '나는 지도자의 능력이 못된다.'라고 답한다. 그러나 이 대답들이 그저 순수하게 진실 자체로만은 들리지 않는다. 그들이 돌려서 발언하는 간접적인 의견과 현재 지도자로 종사하는 배구인들의 뼈 굵은 발언에 주목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구체적인 대안체계를 마련해주거나 현장에서 뛰는 지도자들의 의견에 귀 기울이지 않고, 그저 어떤 결과가 나타나면 표적의 희생자로 감독을 타깃으로 정하는 구시대적인 안목. 이는 여전히 높은 벽처럼 배구계와 구단에 걸쳐 전반적으로 펼쳐져 있고 팀 부족과 열악해 지는 현실정황이 배구계 일선에 서고 싶어 하는 차기 지도자 예비생들의 등을 돌리게 하고 있다.

4월 '한·일 V-리그 탑매치'에서 맞붙었던 일본의 V-리그 우승팀 히사마츠 스프링스의 마나베 감독을 살펴보겠다. 그는 96년 애틀랜타 올림픽 예선까지 일본 남자국가대표를 이끌던 당대의 명 세터이자 뛰어난 두뇌 플레이의 달인이었다.

마나베 감독은 자신의 풍부한 경험을 되살려 맘껏 역량을 펼칠 수 있는 무대를 만들었고 그 결실은 일본 여자 리그 우승이라는 최고의 성적표가 되었다. 특히 작년 국제대회에서 인상적인 모습을 펼쳤던 오야마 슈카와 이번 탑매치에서 맹활약을 펼쳤던 주장인 마리가 팀의 주전이 아닌 벤치 멤버였다는 사실. 벤치 멤버의 맹활약을 이끌어낸 그의 역량이 놀라웠다.

마나베 감독은 수비와 조직적인 팀플레이 자체에 더욱 잘 융화 될 수 있는 선수들을 주전으로 삼았다. 이 전략은 모두가 협력 수비를 하는 모습으로 나타났고 공격과 디그, 블로킹과 리시브가 일어난 뒤 나타나는 제2, 제3의 플레이 모습이 매우 분주하면서도 일사불란하게 이루어졌다.

이러한 안정적인 조직플레이가 흔들리지 않는 구축 점을 마련했다는 점은 참으로 시사하는 바가 크다. 팀의 조직력을 체계적으로 만드는 것보다는 특정 선수의 개인기와 단조로운 플레이에 의존하는 데에 그치며 창조적인 지도체계를 완성하지 못하는 한국의 지도자들에겐 깊이 반성해야 할 사항이 아닌가 한다.

이러한 세밀한 부분을 분석해 볼 때, 공인구나 연습량, 경기장 적응 문제 등은 너무나 구차한 변명으로 치부될 수밖에 없다. 오래전부터 달랐던 양국의 현실로 인해 나타나는 실력차이는 당연히 '현격한 것 이상'이 될 수밖에 없었다고 여겨진다.

모든 체계가 탄탄한 벽돌로 쌓인 '피라미드'와 같은 모습을 보이며 더욱 향상된 수비 조직력을 토대로 중국을 따라잡고 2008' 베이징올림픽에서 메달 권에 도전하려는 야심을 지닌 일본. 그에 비해 한국은 국내 리그를 통해 경기 외적인 부분 등이 맞물려 나타난 인기에 눈을 돌리며 달콤한 당근에 흐뭇해했다.

그러다가 바다 건너서 다녀온 국제 대회, 특히 '한·일 탑매치'를 통해 왜 '우물 안 개구리'일 수밖에 없는가를 깨달았을 것이다.

일순간에 사라질 모래성 같은 구조를 지닌 한국 여자배구 프로팀들을 살펴보면, 이러한 암울한 결과가 나온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고 생각한다.

세상사도 그렇지만 스포츠가 보여주는 과정을 통해 나타난 냉엄한 결과. 그 부끄러운 결과물에 대해 얼마나 많은 반성이 필요하고 얼마나 많은 대책이 필요한지를 부디 가슴 깊게 숙지해 주길 기원한다.

<사진=한국배구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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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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