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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키스 구로다, 39살 투수는 여전히 진화한다

기사입력 2013.05.10 11:04 / 기사수정 2013.05.10 11:05

서영원 기자
[엑스포츠뉴스=서영원 기자] '야구 제국' 뉴욕 양키스의 에이스, 40대를 바라보는 나이, 해마다 계약을 갱신하는 냉정함까지. 이 모든 것이 구로다 히로키를 설명하고 있는 말들이다. 올해로 프로 15년 차, 메이저리그에서 6번 째 시즌을 맞이한 구로다는 4월에만 4승을 거두며 순조로운 항해를 보이고 있다. 그는 메이저리그 통산 3점대 평균 자책점을 벗어난 적이 없고 소화 이닝은 매년 증가하고 있다. 올해로 39살인 베테랑 투수 구로다는 스스로 진화하는 중이라고 말하고 있다. 

히로시마 시절 ‘미스터 완투’

구로다의 히로시마 도요카프 시절 별명은 ‘미스터 완투’였다. 선발투수로 완투 비율이 높다. 강한 체력을 앞세워 투구수가 늘어도 크게 흔들리지 않았다. 히로시마 유니폼을 입고 11년 동안 무려 74회의 완투를 달성했다. 이 가운데 완봉은 11회로 속된 말로 1년에 한 번은 ‘긁히는 날’이었다.

히로시마 시절에는 팀 상황에 맞는 피칭을 했다. 오래 던지기 위해 맞혀 잡는 스타일을 택했다. 구질도 슬라이더, 포크, 투심, 싱커 등 다양했다. 2006년에는 121개의 투구수로 14회를 완봉으로 틀어막는 괴력을 보이기도 했다. 당시 구로다는 “히로시마는 약체 구단이었다. 에이스의 숙명이 어느 팀보다 강했다”며 강한 책임감을 드러냈다. 

NPB에서 MLB로 어떻게 진화했나

구로다의 첫 번째 과제는 메이저리그 공인구에 적응하는 일이었다. 당시 일본 공인구와 견줘 메이저리그 공인구는 더 미끄러웠다. 박음질도 차이가 있어 일본 투수들이 던지기에 어려운 부분이 있었다. 히로시마 때는 포심과 낙차가 있는 공을 중심으로 던졌다면 메이저리그에서는 달랐다. 좀 더 섬세한 제구력과 공 끝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당시 32살이던 구로다는 “일본에서 포심을 많이 사용했다면 지금은 투심과 바깥쪽 슬라이더로 맞혀 잡거나 헛 스윙을 유도한다”고 말했다. 제구를 잡기 위해 구속을 줄였다. 일본 시절 153km/h에 육박하던 평균 구속이 메이저리그에서는 148km/h 정도로 떨어졌다. 구로다는 “메이저리그에서 애매한 공은 명함도 못 내민다”며 이런 선택을 하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현재 구로다는 140km/h에 근접하는 스플리터와 135km/h의 고속 슬라이더를 던진다. LA 다저스에서 뛸 때는 클레이튼 커쇼를 비롯한 동료들에게 커브와 커터를 배웠다.

묘한 일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일반적으로 일본에서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선수들은 평균자책점은 올라가고 타율은 떨어지는 현상이 많은데 구로다는 반대였다. 현재 WHIP(이닝당 출루허용)는 일본 통산 1.27보다 좋아진 1.18을 기록하고 있다. 평균자책점도 일본(3.69) 시절보다 낮아진 3.42를 기록 중이다. 2008년부터 지난 시즌까지 사구율은 2.10. 메이저리그에서도 10위권에 들 정도로 안정적이다. 또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시즌 소화이닝은 증가했다

39세 투수의 계속되는 진화 비결

일본 언론들은 구로다에 대한 평가를 두고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팬보다 선수에게 인기 많은 선수다.’ 실제로 구로다는 양키스의 실질적 에이스라는 직함을 가지고도 다르빗슈, 이치로에 밀려 큰 인기를 체감할 수 없다. 구로다의 성공은 '멘탈'이라고 평가한다. 항상 끊임없이 배우고 자기 발전을 추구하기 때문이다. 

팀 상황에 맞는 자신의 투구스타일을 개조하는 것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특히 어린 선수들이 구로다와 가장 닮고 싶은 점은 ‘부상 없는 시즌 운영’, ‘구종 익히기’라고 한다. 현재 히로시마의 에이스 마에다 겐타는 “어떻게 이닝은 증가하고 선발 등판도 거르지 않을 수 있을까”라며 구로다에 대한 존경의 표현을 했다. 삼성라이온즈의 배영수도 구로다처럼 오래 길게 던지기 위해 노력한다는 발언을 한 적이 있다.


최근 구로다는 일본의 주간소년야구라는 잡지를 통해 “우승을 목표로 하는 팀에 선발투수로 있다면 30경기 200이닝 이상을 던져야 제몫을 한 것이다. 그것을 목표로해라”라고 조언했다. 올 시즌 메이저리그 선발 통산 150경기 출전을 달성한 그는 2009년 단 한해를 빼고 매년 30경기 가량 던져왔다. 전 LA 다저스 감독인 조 토레는 ESPN을 통해 “타선 지원을 상대적으로 받지 못하는데도 흔들리지 않는다”며 구로다의 '멘탈'을 칭찬했다.

또 ESPN의 매트류 왈레스 기자는 “타선 지원을 받지 못하는 것에 대해 변호사를 선임하고 소송해라”라며 농담 섞인 조로 위로했다. 올 해 나이 39세 구로다는 1년에 한번 평가 받고 싶다는 이유로 단기 계약만 고수하고 있다. 매년 연봉은 상승하고 매이닝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던진다는 그는 올 해도 핀스트라이프의 에이스로 우뚝 섰다. 변화하고 흔들리지 않는 '멘탈'은 야구선수가 아닌 이들도 배울만 하지 않을까.

서영원 기자 schneider190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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