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강산 기자] 불펜의 방화로 첫 승에는 실패했다. 하지만 희망을 발견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었다.
한화 이글스 외국인투수 대나 이브랜드는 26일 인천 문학구장서 열린 2013 한국야쿠르트 세븐 프로야구 SK 와이번스전에 선발 등판, 6이닝 동안 1피안타 3탈삼진 3볼넷 무실점 호투를 펼쳤다. 올 시즌 2번째 퀄리티스타트이지 한화 선발투수로서는 데니 바티스타에 이어 2번째로 무실점 경기를 펼친 이브랜드다. 자신의 시즌 평균자책점도 7.79에서 5.79로 2점 낮췄다.
이브랜드는 지난 19일 잠실 두산전을 앞두고 머리와 수염을 짧게 잘랐다. 그는 "짧아진 머리가 행운을 가져다줄 것이다. 머리가 길어서 점수를 많이 내준 모양이다"며 웃을 뿐이었다. 하지만 웃음 속에는 반드시 뭔가를 보여주겠다는 의지가 숨어 있었다. 그리고 그는 9일 만에 선발로 마운드에 올라 올 시즌 최고의 투구를 선보였다.
초반은 불안했다. 2회까지 투구수가 44개에 달했다. 좀처럼 스트라이크가 들어가지 않았다. 그야말로 '꾸역꾸역' 막아낸다는 표현이 적절했다. 하지만 그는 이전처럼 무너지지 않았다. 더그아웃에서도 송진우 투수코치, 포수 정범모와 꾸준히 의견을 교환했다. 그 결과 3회부터는 깔끔한 투구가 이어졌다. 3회부터 6회까지 4이닝 동안 사사구 2개만 내주고 SK 타선을 막아냈다. 승리 요건을 갖추고 편안한 마음으로 마운드에서 내려갈 수 있었다.
그러나 결과는 슬펐다. 이브랜드를 구원한 계투진이 6점을 내주며 무너졌다. 이브랜드의 시즌 첫 승도 물건너갔다. 그의 표정에는 아쉬움이 그대로 묻어났다. 올 시즌 최고의 투구에도 승리에 실패했으니 아쉬움이 남을 터.
하지만 실망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 이브랜드의 호투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날만큼의 호투가 계속된다면 데니 바티스타와 함께 안정적인 원투펀치를 구축할 수 있다. 바티스타는 최근 2경기 연속 승리를 따내며 팀의 에이스로 자리매김했다. 이브랜드도 이날 호투를 계기로 반전 가능성이 충분하다. 지난 2차례 선발 등판에서 모두 3이닝을 채우지 못했지만 불규칙한 등판 간격도 작용했다.
팀은 패했다. 하지만 팀의 주축 선발로 기대를 모은 이브랜드가 무실점 호투를 펼쳤다는 점은 분명 의미가 크다. 김응룡 한화 감독은 "확실한 고정 선발은 바티스타와 이브랜드 둘 뿐이다"고 말했다. 이브랜드가 기대에 확실히 부응할 수 있을지 한번 지켜볼 일이다. 벌써 이브랜드의 다음 등판이 주목되는 이유다.
강산 기자 posterboy@xportsnews.com
[사진=대나 이브랜드(오른쪽)이 포수 정범모와 하이파이브를 나누고 있다 ⓒ 문학, 엑스포츠뉴스 권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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