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조용운 기자] 김보경(24·카디프시티)이 다음 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에서 뛰게 됐다. 12번째 코리안 프리미어리거가 된 김보경은 조금씩 천천히 하지만 제대로 성장한 모습으로 귀감이 되고 있다.
김보경이 속한 카디프는 17일(이하 한국시간) 홈구장인 카디프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2-13시즌 잉글랜드 챔피언십(2부리그) 43라운드에서 찰턴 애슬레틱과 0-0으로 비겼다. 선발 출전해 풀타임을 뛴 김보경은 공격포인트는 기록하지 못했지만 활발한 움직임으로 팀에 값진 무승부를 이끌었다.
이날 무승부로 카디프는 25승9무9패(승점84)를 기록해 남은 경기에 상관없이 최소 2위를 확보해 1위와 2위에 주어지는 다음 시즌 EPL 승격 자격을 갖췄다. 카디프가 지난 1992년 EPL이 출범한 이후 최초로 최상위리그에서 뛰게 되면서 자연스레 김보경도 EPL 무대를 누비게 됐다. 지난해 7월 카디프로 이적한 후 한 시즌 만에 만들어낸 경사다.
김보경의 프리미어리그 진출은 의미가 남다르다. 단순히 12번째 코리안 프리미어리거가 탄생했다는 기쁨보다 꿈의 무대로 다가가기 위해 보여준 김보경의 한걸음 한걸음이 더 큰 의미를 전하기 때문이다.
김보경은 프로 데뷔부터 EPL에 진출하기까지 밑바닥에서 한 단계씩 올라가는 거북이 걸음을 보여줬다. 일본 J리그 세레소 오사카에서 프로로 데뷔한 김보경은 그 탓으로 국내 축구팬들이 김보경의 플레이를 접할 기회가 없었다. 저절로 눈에서 멀어졌다.
그러나 청소년대표팀과 올림픽 대표팀, 국가대표팀까지 조용히 엘리트 코스를 밟으며 대표팀에서 보여주던 김보경의 플레이는 눈에 띄게 성장하고 있었다. 2012 런던올림픽을 앞두고 일찌감치 주목할 스타에 선정될 정도로 김보경의 기량은 유럽에서도 인식할 만큼 컸다.
그랬던 김보경이었기에 카디프 이적은 뜻밖이었다. 이미 유명한 클럽들의 러브콜이 있던 시점이었고 올림픽에서 활약이 더해진다면 잭팟을 터뜨리며 최고 무대로 직행할 기회가 충분했다. 그러나 김보경의 선택은 잘 알려지지 않은, 그것도 2부리그 팀인 카디프였다. 김보경은 다시 한 번 거북이 걸음을 택한 셈이다.
다소 답답하고 느린 선택에 아쉬움을 보내는 눈길이 많았지만 김보경이 택한 카디프행은 신의 한수가 됐다. 실제로 김보경은 올림픽이 끝나고 팀에 합류한 후 쉽사리 적응하지 못했다. 달라진 환경과 언어권, 축구 스타일까지 한번에 적응하기란 쉽지 않았다. 팀이 EPL에 속했다면 김보경은 그대로 모습을 감췄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카디프가 뛰는 2부리그는 한 시즌에 46경기를 소화해야 한다. 당연히 팀원 모두에 기회가 주어지며 김보경은 천천히 그때를 기다렸다. 마침내 이적 후 54일이 지난 지난해 9월 데뷔전을 치른 김보경은 서서히 입지를 넓혔고 올 시즌 25경기에서 2골 1도움을 기록하며 순조롭게 안착했다.
한 시즌을 통해 영국식 축구 문화를 몸에 익힌 김보경은 더욱 단단해진 모습으로 EPL 문을 열게 됐다. 비록 1년이라는 시간이 늦어졌지만 확실하게 예방해 더 큰 무대로 나아간 셈이다. 그래서 더 김보경의 거북이 걸음에 눈길이 가고 EPL 성공을 확신하는 이유다.
조용운 기자 puyol@xportsnews.com
[사진=김보경 ⓒ 카디프시티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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