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짜 사나이
[엑스포츠뉴스=신원철 기자] 1940년대, 유럽에서 '밀리터리 룩'이 처음 유행하기 시작했다. 제2차 세계대전의 여파로 옷을 만드는 데 정해진 양 이상의 원단을 사용할 수 없도록 규제하는 법이 생겼고, 군복에서 따온 디자인이 평상복에도 적극적으로 사용된 것이 밀리터리 룩을 유행의 중심으로 이끌었다.
패션에서만 군대의 향기를 느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과거 KBS '유머일번지'의 '동작 그만'에서 시작한 군대 소재 개그는 이제 tvN '푸른 거탑' 등 예능 프로그램으로 이어졌다. 급기야 남북관계가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위기상황으로 치닫는 2013년 상반기, '리얼'을 앞세운 군대 소재 프로그램이 등장했다. 뉴스와 다큐멘터리를 통해서만 느낄 수 있던 '진짜 군대'가 이제 예능으로 포장돼 안방극장을 노리기 시작한 것이다.
14일 MBC '일밤-진짜 사나이(이하 '진짜 사나이')' 첫 회가 방송됐다. '리얼 입대 프로젝트'라는 구호처럼, 지금까지 방송됐던 군대 소재 프로그램과는 다른 현실성이 돋보였다.
'진짜 사나이' 속 군대는 지금까지 방송에서 다뤘던 것처럼 연예인이 잠시 들러가는 공간이 아니었다. 연예인을 위해 부드러워지기보다, 군대의 틀에 연예인을 집어넣었다. '진짜 사나이'는 바로 이 한 가지 특징만으로 차별성을 끌어내는 데 성공했다. 프로그램 제목처럼 '진짜'라는 점이 그것이다.
'진짜 사나이'에 출연하는 배우 김수로와 류수영, 방송인 서경석과 샘 해밍턴, 가수 손진영과 엠블랙 미르는 훈련소 입소식부터 자대배치까지 실제 군인과 똑같이 생활했다. 출연자들은 방송 초반 평소와 다를 것 없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지만 '독사 분대장'의 등장 이후 군대 문화에 빠른 속도로 적응해나가는 모습을 보여줬다.
하지만 밀리터리 룩과 카모플라주 패턴의 유행이 곧 군복의 유행은 아니듯, 이 '리얼'을 앞세운 군대 프로그램이 곧 군대가 될 수는 없다.
방송을 통해 드러나지 않은 민낯도 분명 존재한다. '내무 부조리'라 불리는 것들이 좋은 예다. 반면 tvN '푸른 거탑'은 군대 문화를 희화화하며 호평을 받았다. '진짜 사나이'가 군복 '코스프레'를 목표로 했다면, '푸른 거탑'은 밀리터리 룩을 선택했다는 의미다.
'진짜사나이' 첫 회는 7.8%(닐슨코리아 제공, 전국기준)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주 '매직 콘서트' 마지막 방송이 기록한 5.2%보다 2.6%p 상승한 수치다. 군대라는 소재가 주는 딱딱함을 극복하고 낸 성과다. 하지만 숙제도 명확하다. '진짜 군대'의 딱딱함이 가져오는 피로를 어떻게 극복할지 여부에 '장기 복무'의 길이 달려있다.
신원철 기자 26dvds@xportsnews.com
[사진 = 진짜 사나이, 푸른 거탑 ⓒ MBC, 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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