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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사나이', 진화한 '동작그만' 혹은 국군방송의 예능 진출

기사입력 2013.04.15 02:42

신원철 기자


[엑스포츠뉴스=신원철 기자] 아직 겪어보지 않은 이에게는 미지의 세계, 겪어본 이에게는 끝없는 이야깃거리인 군대. 이제 '여성이 싫어하는 이야기 주제 1위 = 군대'라는 말은 과거의 일이 된 것일까. MBC가 '리얼 입대 프로젝트'라는 구호를 내걸고 새 예능프로그램 '진짜 사나이'를 선보였다.

14일 오후 MBC '진짜 사나이'가 첫 방송 됐다. 출연진의 면면을 살펴보면 배우 김수로와 류수영, 방송인 서경석, 가수 손진영 등 병역 의무를 마친 이들이 있는가 하면, 엠블랙 미르와 개그맨 샘 해밍턴이라는 '군대 미경험자'도 출연한다. 보는 이들도 그렇듯 하는 이들 역시 다양하게 분포했다.

연출을 담당한 김민종 PD는 9일 경기도 일산 MBC 드림센터에서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여성들은 남성들의 군대 얘기를 싫어한다. 군대에 가본 적이 없고 경험을 공유하지 못해서일 것이다"라며 "여성 시청자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자세히 설명하는 데 중점을 두겠다. 군대라는 곳이 특수한 공간이지만 여성들도 남성들이 느끼는 것을 같이 느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주말 저녁 시간대에 방송되는 프로그램인 만큼 다양한 계층의 시청자로부터 공감을 사겠다는 말은 너무나 당연하게 들린다. 그렇다면 '진짜 사나이'는 군대를 '알 만큼 아는' 예비역 장병을 제외한 나머지 시청자를 위해 어떤 준비를 했을까.

리얼한 군대 이야기가 재미있을 리 없다는 선입견과는 달리 '진짜 사나이'는 자주 웃음이 터져 나오는 프로그램이었다. 이 때문에 방송 중간마다 반복된 '육군 홍보'에 가까운 장면이 주는 어색함도 어느 정도 없앨 수 있었다. 특히 샘의 입담은 앞으로 이어질 방송을 기대하게 만들 정도였다.

하지만 이 프로그램의 '웃음 포인트'가 주로 '부적응자에 대한 희화화'에 있다는 점은 아쉬웠다. "군대에서 단순히 체험과 훈련을 받는 것에서 벗어나 전우애를 비롯해 타인과 공존해가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에 있다"는 프로그램 제작의도를 생각하면 더욱 그랬다. 과거 KBS에서 인기리에 방송됐던 '동작 그만' 식의 군대 소재 개그 프로그램과 차별성을 찾기 어려웠다.

샘과 손진영은 이 프로그램을 통해 '구멍 1호', '구멍 2호'라는 별명을 얻었다. 특히 호주 태생의 외국인인 샘은 언어와 문화적 차이에서 오는 괴리를 쉽게 극복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반복해야 하는 관등성명, '다·까'로만 끝내야 하는 말투 등 많은 것들이 어려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샘의 실수들은 다른 출연진과 시청자에 웃음을 선사했지만 동시에 그를 힘들게 했다. '타인과의 공존'이라는 제작의도에 충실했던 이는 역설적으로 '독사 분대장'이었다. 방송 내내 매서운 눈초리로 출연자들과 각을 세우던 이 병사는, 샘이 침구류 준비에 어려움을 겪자 "도와주라"는 지시를 통해 다른 이들을 움직이게 했다.

한 가지 더. 군대를 겪어보지 않은 이들을 위해 준비한 듯한 홍보 영상의 문제다. 이는 연출자의 말처럼 '설명'을 위한 장치였을 것이다. 하지만 '요즘 군대는 과거와 다르다'는 내용이 주를 이루고 있어 군대라는 조직의 특수성을 설명하기보다는 달라진 군대의 모습을 알리는 데 치중하는 것으로 보였다. 예비역 장병이 짧게는 2년 남짓, 길게는 3년이 넘는 긴 시간 동안 직접 체감한 것들을 보여주기에는 부족한 면이 많았다는 의미다. 그렇다고 완벽히 새로운 내용을 담은 것도 아니었다. 다른 방송사에서 제작한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을 통해서도 충분히 소개됐던 내용이다.


샘은 방송 초반 "군인이 꿈이었다"며 영화 '람보'를 인상적으로 봤다고 말했다. 이제는 대중의 뇌리에 '먼치킨 액션(남달리 강한 주인공이 혼자만의 능력으로 모든 적을 쓰러트리는 것)의 대표작으로 남아있는 이 영화는, 사실 PTSD(외상 후 스트레스 증후군)의 폐해를 다루고 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겉으로 드러나는 액션 안에는 군대라는 시스템이 가지고 있는 부조리에 대한 문제의식이 담겨있다.

하지만 '진짜 사나이' 첫 회에서 드러난 모습은 언뜻 '국방TV(KFN)'의 지상파 예능 진출이라는 생각이 들게 할 정도였다. 물론 이 프로그램에서 '람보'와 같이 비판적인 시각을 담아내길 바라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육군의 절대적인 지원이 없이는 제작 자체가 불가능한 프로그램의 성격상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기는 하지만 최소한의 발전적인 내용을 담아냈으면 하는 아쉬움은 여전히 남았다.

'진짜 사나이'는 앞으로 김수로와 류수영, 서경석, 샘 해밍턴, 가수 손진영, 엠블랙 미르가 5박 6일 동안 실제 부대에서 생활하는 모습을 날것 그대로 보여줄 예정이다. 매주 일요일 오후 6시 25분 방송된다.

신원철 기자 26dvds@xportsnews.com

[사진 = 진짜 사나이 ⓒ MBC]

신원철 기자 26dvds@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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