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29 0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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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현경 "'마의'로 받은 사랑, 아직도 꿈만 같아요" [인터뷰]

기사입력 2013.04.14 20:26 / 기사수정 2013.04.15 09:44



▲ 엄현경

[엑스포츠뉴스=김현정 기자] 시원한 웃음이 매력적이다. 큰 키와 날씬한 몸매, 뽀얀 피부의 이 여배우가 등장하니 인터뷰 장소가 절로 환해졌다.

지난달 25일 종영한 MBC 월화드라마 '마의'에서 '사암침법'의 창시자 사암도인(주진모 분)의 제자이자 조선시대 4차원녀 소가영을 연기한 배우 엄현경 얘기다.

긴 웨이브 머리를 늘어뜨리고 하이힐과 여성스러운 의상을 착용한 엄현경에게서 섬머슴 같은 소가영의 흔적은 없었다. 그래도 밝고 환하게 웃는 표정에서 통통 튀는 소가영의 모습이 그대로 투영됐다.

소가영 역으로 주인공 광현(조승우)과 지녕(이요원) 만큼 깊은 인상을 남긴 그에게 '마의'는 매우 남다른 작품이었다. 엄현경 스스로도 예상치 못한 호응을 받았다며 고개를 끄떡거린다.

"인물 소개가 세 줄 밖에 없는 상태라 연기에 감을 잡을 수 없었어요. 일단은 소가영이라는 캐릭터가 어떻게 나올까 궁금했죠. 다행히 캐릭터와 제가 잘 맞았던 것 같아요. 작가님의 대본대로 충실히 연기했을 뿐인데 많은 사랑을 받아서 놀랐어요. 아직까지도 꿈같아요. 차려진 밥상에 밥숟가락 올려놓은 기분이에요.(웃음)"



기대만큼 걱정도 컸다. 29회부터 등장한 엄현경은 뒤늦게 합류한 만큼 부담감도 많이 들었다. 사극계의 거장으로 불리는 이병훈 감독의 작품이자 조승우 이요원, 이순재 등 내로라하는 선배들이 등장하는 드라마이기에 이질감이 들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혹여나 작품에 피해를 끼칠까봐 감독님과 많은 상의를 하고 조언도 얻었어요. 29회부터 합류했기 때문에 겉돌까봐 걱정도 했죠. 다행히 주진모 선배님과 같이 등장해 힘이 됐어요. 조승우 선배님도 편하게 촬영할 수 있도록 챙겨주셨고요. 조승우 선배님은 처음에는 다가가기 어려웠지만 인간적이고 친오빠 같더라고요. 촬영 때는 서로 남매처럼 지냈죠.(웃음)"



소가영은 지금까지 사극에서는 보기 힘들었던 신선한 인물이다. 스승인 사암도인에게 반말을 던지고 의관들에게 막말을 거침없이 내뱉는 등 왠만한 남자들을 쥐락펴락하는 엉뚱한 '조선시대 4차원녀'다. 엄현경은 코믹하면서도 중성적인 소가영을 완벽하게 소화해내며 극에 활력을 톡톡히 불어넣었다.

"처음에는 사극 톤과 비슷하게 연기 하려 했어요. 그런데 감독님께서 있는 그대로 편안하게 하라며 긴장을 풀어주셨어요. 소가영은 마음대로 연기해야 하는 캐릭터라고 말씀하셨죠. 나중에 하다보니까 그 말이 무슨 뜻인지 알겠더라고요.  앞으로는 좀 더 노련하고 능동적인 연기자가 되고 싶어요. 애드립도 자신 있게 하고요. 하하. '마의'에서 그러지 못한 게 정말 아쉬워요."

소가영과 달리 여성스럽고 겸손한 엄현경의 말씨가 인상적이었다. 양파 같이 다른 매력을 갖고 있는 그에게 실제 성격을 물었더니 낯을 많이 가린다는 예상치 못한 대답이 돌아왔다.

"낯을 많이 가리고 여성스럽지만 털털한 면도 있어요. 사실 사교성이 많거나 먼저 다가가는 성격은 아니에요. 오히려 소가영 역할을 하면서 사교성이 생기고 밝아졌어요(웃음). '마의' 하면서 한 번도 우울한 연기를 해본 적이 없어서 그런지 나날이 밝아지더라고요."



'주목할 만한 신인이 나왔네', '마의'를 본 사람이라면 한 번 쯤 이런 생각을 해봤을 것이다. 그만큼 그는 '마의'를 통해 자신의 이름 석 자를 시청자들에게 강렬하게 각인시키는데 성공했다.
 
사실 엄현경은 2005년 시트콤 '레인보우 로망스'로 데뷔한 이른바 중고 신인이다. 드라마 '일단 뛰어'(2006), '착한여자 백일홍'(2007), '경성 스캔들'(2007), 영화 '열여덟, 열아홉'(2010), 드라마 '강력반'(2011), '딸기 아이스크림'(2011), '천상의 화원 곰배령(2011) 등에 출연했다. 중간에 있었던 4년의 공백기, 그리고 다양한 작품을 거친 끝에 인생의 터닝포인트가 된 '마의'와 만날 수 있었다.

"어떻게 하다 보니 4년 정도 쉬게 됐어요. 배우 생활이 제 성격과 안 맞는다는 생각이 들었고, 무리하면서 달려왔다고 여겼죠. 억지로 연기를 계속 하는 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쉬면서 다른 직업을 찾아보기도 하고 학교(건국대학교 영화예술학과)를 다니면서 재충전의 시간을 보냈어요."

나무만 보지 말고 숲을 보라는 말이 있듯 긴 공백기는 그에게 연기의 소중함을 일깨워주었다. "잘 쉬었다는 생각이 들어요. 중간에 그만 둔 덕에 연기에 대한 소중함을 알게 됐죠. 그렇게 열정이 충만한 시기에 '마의'에 출연하게 됐고 의욕 있게 연기할 수 있었어요."

'마의'를 통해 연기에 대해 자신감을 갖게 된 그는 "일상에서 볼 수 있는 인물을 자연스럽게 연기하고 싶다"며 소박한 바람을 털어놓기도 했다.

"생각보다 운이 좋아서 지금껏 다양한 캐릭터를 연기해봤던 것 같아요. '딸기 아이스크림'에서는 청순가련한 역할도 해봤고요. 그런데 아직까지는 저와 가장 잘 맞는 캐릭터가 무엇인지 찾지 못했어요. 앞으로요? 연기라고 느껴지지 않을 만큼 리얼한 연기를 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공효진 선배님처럼요."



사극 의상을 벗고 이제는 구두를 신은 도시적인 여성을 연기해보고 싶다는 엄현경은 올해 신인상을 받는 것이 목표라고 조심스레 말했다. 연기에 대한 청사진을 그리며 미소를 짓는 그를 보니 머지않아 그 꿈을 이룰 수 있을 것 같은 기분 좋은 느낌이 들었다.

"단기간은 신인상이 목표지만 장기적으로는 앞으로 꾸준히 연기 활동을 하는 게 바람이에요. 튀지 않고 무난한 연기로 시청자들에게 익숙한 연기자가 되고 싶어요."

김현정 기자 khj3330@xportsnews.com

[사진 = 엄현경 ⓒ 엑스포츠뉴스 김성진 기자]

김현정 기자 khj3330@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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