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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삼매경] 진갑용과 홍성흔 그리고 두산

기사입력 2007.12.15 05:13 / 기사수정 2007.12.15 05:13

장강훈 기자

[엑스포츠뉴스 = 장강훈 기자] 동장군이 심술을 부렸다 말았다 하는 요즘입니다. 때문일까요. 올시즌 국내 프로야구 스토브리그도 달아올랐다 식었다 합니다.

대부분의 구단이 연봉협상에 한창이고, 선수수급을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습니다. 얼마 전에는 서재응 선수가 국내 프로야구로 복귀했고 임창용 선수가 일본으로 진출하는 이동도 있었습니다.

조용한 시장에 갑자기 ‘트레이드’ 바람이 불었습니다. 두산베어스의 ‘분위기 메이커’ 홍성흔(사진)이 “포수를 할 수 있는 팀으로 보내달라”며 구단에 요구를 한 것이지요. 이번 파문(?)을 지켜보면서 1999년 같은 이유로 같은 요청을 한 선수가 떠올랐습니다. 바로 삼성라이온즈의 주장 진갑용입니다.

진갑용은 기자와 만난자리에서 “당시 OB에는 쟁쟁한 포수들이 많이 있었다. 개인적으로 (팀에)불만도 있었지만 몸이 정상이 아니었다”고 회상한 바 있습니다. 당시 사령탑이었던 김인식 감독에게 트레이드를 요구했고, 마침 포수부재에 시달리던 삼성으로 자리를 옮길 수 있었습니다.

진갑용은 삼성으로 이적해서도 많은 경기에 출전하지 못했습니다. 오히려 출장 경기수는 OB시절보다 떨어졌습니다. FA로 영입한 김동수라는 대포수가 버티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2000년, 주전포수 김동수의 부상으로 기회를 잡은 진갑용은 정말 열심히 했다고 털어놓습니다. 당시 데뷔 후 처음으로 100경기 이상 마스크를 쓸 정도로 중용됐고, 삼성에서 제2의 야구인생을 성공적으로 써나가고 있습니다.

진갑용이 트레이드를 요청했을 때 말도 많았습니다. 호사가들은 “10년에 한번 날까 말까 한다는 포수는 알루미늄 방망이를 쓸 때의 진갑용”이라며 폄하했고, 다른이들은 “신인에게마저 주전 자리를 빼앗길 정도면 다 됐다”는 표현을 서슴지 않았습니다.

본인과의 약속도 있고 해서 자세하게는 언급 못합니다만, 홍성흔이 트레이드 요구에 영향을 끼친 인물 중 하나라는 것은 확실합니다.

그런 홍성흔이 9년이 지난 지금, 같은 이유로 같은 행동을 하고 있는 것은 분명 아이러니입니다. 진갑용의 데뷔 무렵과 홍성흔의 그것은 분명 차이가 있습니다. 구단과의 관계도 원활했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몸값에도 차이가 있는 것은 물론입니다. 그런 홍성흔이 FA가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서 트레이드를 요구한 것은 그만큼 절박하다는 것이겠지요.

재미있는 것은 같은 팀, 같은 포지션에서 두 번이나 같은 문제가 발생했다는 사실입니다. 다른 사실은 입단 당시부터 불협화음이 있었던 점과 데뷔부터 프랜차이즈로 성장했다는 점 정도입니다. 김경문, 조범현 등 걸출한 포수를 다수 배출한 전통의 ‘포수 부자구단’의 거만함일까요. 아니면 전력의 극대화를 위한 위치이동일까요. 팬들은 ‘홍성흔 트레이드 불가’론을 제기하고 있지만 홍성흔의 의지는 변치 않을 것이라는 얘기도 나오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야구를 하다보면, 자신의 주 포지션이 아닌 곳에서 운동을 하게 되면 집중력도 떨어지고 무엇보다 야구가 재미없어 집니다. 프로에서 10년 가까이 마스크를 쓰던 선수가 어느날 마스크를 벗어던지고 그라운드로 뛰어나가는 모습은 단발성 이벤트로는 괜찮습니다. 기량이 떨어져 더 이상 그 포지션을 소화할 수 없게 되도 후배들에게 자리를 내주기 싫은게 선수입니다. 하물며 전성기에 올라있는 선수가 부상 등으로 한해 잠깐 쉬었다고, 자리를 내 줘야 할 만큼 국내 프로야구 선수 인프라가 넓은 것은 더더욱 아닙니다.

이번 사태가 어떻게 해결될지는 아무도 장담하지 못합니다. 일각에서는 ‘한화’ ‘KIA’ ‘현대’ 행이 점쳐지고 있고, 내부에서 교통정리가 진행될 것이라는 추측도 나오고 있습니다. 국가대표급 포수의 남은 야구인생이 본인의 자리에서 이어지길 기대해 봅니다.

<사진=두산 베어스>



장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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